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언어의 정원(블루레이)

울프팩 2013. 12. 30. 22:02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애니메이션 작품들은 날로 진화한다.
새로 나오는 작품들은 항상 전작들을 뛰어넘은 구성과 그림 솜씨를 보여준다.

'언어의 정원'(言の葉の庭, 2013년)도 마찬가지.
전작들보다 더 섬세하고 농밀하게 등장인물들의 감정을 짚어 냈다.

내용은 구두를 만드는 장인을 꿈꾸는 소년과 20대 여교사 사이에 싹트는 은밀한 사랑이다.
두 사람을 이어주는 매개체는 여름철 도쿄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비다.

비가 쏟아질 때마다 신주쿠 교엔을 찾은 두 사람은 어느덧 젖어드는 비처럼 서로의 감정을 파고든다.
결코 그 과정이 급작스럽거나 과장되지 않고, 보도를 적시는 비처럼 조심스럽다.

그렇기에 다가설 듯 말 듯 망설이다가 막판 절정으로 치닫는 감정의 흐름이 상당히 사실적으로 묘사됐다.
여기에 관객들이 교감할 수 있게 해주는 결정적 요소는 바로 서정적인 그림이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7번째 작품인 이번 작품은 전작들보다 더한층 영상이 세밀해졌다.
사진처럼 정밀하게 표현된 도쿄의 풍경은 물론이고, 영화처럼 묘사된 오버 쇼울더 샷이나 포커스 아웃은 실사를 보는 것 같다.

그러면서 손그림 특유의 따뜻한 색감과 눈이 커다란 캐릭터 묘사가 여전히 살아 있다.
무엇보다 이번 작품에서 압권은 물 표현이다.

빗물이 동심원을 그리는 장면이나 나뭇가지가 물에 닿을 듯 스치는 장면 등을 보면 실사로 착각할 만큼 사실적이다.
그만큼 감성적 이야기와 서정적인 영상이 잘 어우러져 짧은 로맨스 소설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날로 늘어가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실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1080p 풀 HD의 1.8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우수하다.

짙은 초록이나 잿빛 하늘, 따뜻한 빛의 전등 등 색감도 깔끔하고 선명하다.
DTS-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리어에서 은은하게 천둥소리가 울리는 등 서라운드 효과가 적당히 살아 있다.

부록으로 신카이 감독과 성우들의 인터뷰, 예고편 영상 등이 한글자막과 함께 HD 영상으로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사진처럼 정밀하게 묘사한 영상이 압권이다. 특히 나뭇잎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등 물 표현이 아주 우수하다.
무대가 된 곳은 신주쿠 교엔이다. 교엔은 일왕의 정원으로, 온실과 연못 등을 잘 가꿔 놓았다.
고교생들이 한 번쯤 가져봄 직한 연상의 여성에 대한 사랑을 다뤘다.
이 작품이 놀라운 것은 극 영화처럼 주변광을 잘 살린 점이다. 주변의 나무나 꽃 색깔에 영향을 받는 피부나 옷 부분을 살짝 초록빛이 돌거나 보랏빛이 도는 등 그에 맞는 색으로 표현했다.
주변광을 잘 살린 덕분에 영상이 그만큼 사실적이다.
이 작품에서 구두는 어찌보면 맥거핀이다. 서로의 감정을 감추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주변광 처리는 채색을 한 윤곽선을 그리고, 면에 주변광을 넣은 방식을 썼다.
엔딩곡인 'rain'은 원래 싱어 송라이터인 오에 센리의 노래다. 신카이 감독이 대학시절 즐겨 듣던 곡으로, 이 작품에서는 하타 모토히로가 불렀다.
감독은 매주 패션회의를 통해 여주인공에게 어떤 옷을 입힐 지 의논해서 결정했다.
신카이 감독은 자신이 사는 주변 공간을 작품에 살리는 것을 좋아한다. 그는 신주쿠 주변에서만 10년 정도 살았다.
고교생 타카오 목소리는 이리노 미유, 여교사 유키노 목소리는 하나자와 카나가 연기.
신카이 감독은 직접 구두 제작을 취재하고 이 작품을 만들었다. 새삼 일본 작가들의 꼼꼼함이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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