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은 총 16곡의 현악 4중주를 작곡했는데 1824년 이후에 만든 12~16번 다섯 곡과 '대푸가'를 일컬어 후기 현악 4중주라고 부른다.
영화 제목으로 쓰인 'A Late Quartet'은 '마지막 4중주'가 아니라 바로 이 후기 4중주란 의미다.
야론 질버맨 감독의 '마지막 4중주'(A Late Quartet, 2012년)는 바로 이 베토벤의 후기 현악 4중주 가운데
14번을 다루고 있다.
그렇다고 베토벤의 전기영화가 아니다.
베토벤의 현악4중주 14번을 연주하는 4중주단의 얘기다.
영화를 보면 질버맨 감독이 클래식에 상당히 조예가 깊은 감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베토벤은 9번 교향곡 '합창'을 작곡한 뒤 소편성의 실내악 위주로 돌아섰다.
그때 주로 쓴 것이 현악 4중주인데, 그의 현악 4중주곡들은 교향곡 만큼이나 드라마틱하다.
베토벤은 자신이 느꼈던 열정, 분노, 슬픔 등을 그대로 현악 4중주에 녹여넣었다.
그래서 때로는 제 1, 제 2 바이얼린이 치고받듯 격렬하게 음을 주고 받다가 어느 순간 첼로와 비올라가 포효하듯 음을 쏟아낸다.
이 같은 감정의 기복이 고스란히 드러난 작품이 현악 4중주 곡 중에서도 14번이다.
베토벤이 가장 좋아했던 14번은 4악장으로 구성된 다른 곡들과 달리 7악장으로 구성됐는데, 악장과 악장 사이에 휴지가 없어서 쉼없이 연주된다.
그렇게 40분을 연주하면 연주가들이 지치는 것은 물론이고 악기도 현이 풀리며 음이 틀어진다.
베토벤은 그런 불협화음마저도 곡의 일부라고 봤다.
질버맨 감독은 현악 4중주 14번의 질곡을 고스란히 연주자들의 드라마틱한 인생살이로 풀어냈다.
파킨슨 병에 걸린 늙은 연주자의 퇴임을 계기로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4중주단의 내재된 갈등이 격렬하게 표출된다.
서로에 대한 불신과 반목, 그러면서도 어느 순간 한 음을 향해 합쳐지는 이들의 삶이 곧 현악 4중주 14번 그 자체다.
감독은 결코 그들의 해묵은 갈등에 대해 해법을 제시하지 않는다.
베토벤이 불협화음조차 곡의 일부로 봤듯이 감독은 사람들의 불편한 관계조차 감수해야할 삶의 조각으로 본 것이다.
그만큼 곡의 대한 이해를 자연스럽게 인간사로 풀어낸 이야기와 연출이 참으로 훌륭하다.
더불어 현악 4중주단의 이름이 '푸가'인 점도 흥미롭다.
대위법을 바탕으로 한 푸가는 여러 악기와 선율이 서로 대화하듯 주고 받으며 연주하는 것을 말한다.
어느 악기 하나 쳐지거나 빠지지 않고 골고루 참여해 서로의 제 몫을 다하게 된다.
결국 영화는 합주단 이름처럼 세상의 모든 삶이란 존재만으로도 가치가 충분하다는 것을 웅변하고 있다.
4중주단을 연기한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 크로스토퍼 월켄, 캐서린 키너, 마크 아이바니어 등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했다.
새삼 삶에 대해 되돌아보며, 베토벤의 현악 4중주 14번을 듣고 싶게 만드는 좋은 작품이다.
1080p 풀HD의 2.35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윤곽선이 깔끔하고 색감이 선명하다.
DTS-HD 마스터오디오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각각의 현악기 소리가 또렷하게 들릴 만큼 투명하다.
영상과 음향 모두 훌륭하지만 아쉬운 것은 부록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2013년 7월말 국내 개봉한 이 영화는 두 달 동안 10만4,000여명이 관람, 2009년 이후 개봉한 소규모 해외 예술 영화 가운데 최다 관객을 동원했다. 부모의 친구와 사랑에 빠지는 젊은 바이얼리니스트로 등장한 이모겐 푸츠는 '브이 포 벤데타'에서 레즈비언 여인의 어린시절 역할로 데뷔했다. 야론 질버맨 감독은 베토벤의 현악 4중주 14번에 대한 오마주로 이 작품의 각본을 쓰고 연출했다. 소더비의 경매중개인 데이비드 리든이 소더비 경매 장면에 직접 출연했다. 질버맨 감독은 미 MIT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뒤 증권가에서 일하다가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변신한 독특한 인물이다. 크리스토퍼 월켄이 파울로 카잘스에 얽힌 일화를 강의하는 장면은 유명 첼리스트인 그레고르 피아티고르스키와 카잘스 사이에 실제로 있었던 일로, 피아티고르스키의 자서전에 소개됐다. 질버맨 감독은 어린 시절부터 클래식을 즐겨들은 클래식 애호가였다. 배우들은 촬영을 위해 수개 월 동안 악기 연주 훈련을 집중적으로 받았다. 크리스토퍼 월켄과 캐서린 키너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프릭 컬렉션에서 그림을 보는 장면은 개관 75년 만에 처음으로 촬영이 허용됐다. 스웨덴 출신의 메조 소프라노 안네 소피 폰 오터가 월켄의 죽은 부인 역할로 깜짝 출연. 새로 들어오는 첼리스트 역은 한국계 첼리스트인 니나 리가 연기. 영화에 나오는 현악 4중주 14번은 니나 리가 속한 브렌타노 현악 4중주단이 연주했다. 극 중 콘서트장면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공연장인 그레이스 레이니 로저스 오디토리움에서 촬영. 원래 에단 호크도 캐스팅됐으나 일정이 맞지 않아 무산됐다.
영화 제목으로 쓰인 'A Late Quartet'은 '마지막 4중주'가 아니라 바로 이 후기 4중주란 의미다.
야론 질버맨 감독의 '마지막 4중주'(A Late Quartet, 2012년)는 바로 이 베토벤의 후기 현악 4중주 가운데
14번을 다루고 있다.
그렇다고 베토벤의 전기영화가 아니다.
베토벤의 현악4중주 14번을 연주하는 4중주단의 얘기다.
영화를 보면 질버맨 감독이 클래식에 상당히 조예가 깊은 감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베토벤은 9번 교향곡 '합창'을 작곡한 뒤 소편성의 실내악 위주로 돌아섰다.
그때 주로 쓴 것이 현악 4중주인데, 그의 현악 4중주곡들은 교향곡 만큼이나 드라마틱하다.
베토벤은 자신이 느꼈던 열정, 분노, 슬픔 등을 그대로 현악 4중주에 녹여넣었다.
그래서 때로는 제 1, 제 2 바이얼린이 치고받듯 격렬하게 음을 주고 받다가 어느 순간 첼로와 비올라가 포효하듯 음을 쏟아낸다.
이 같은 감정의 기복이 고스란히 드러난 작품이 현악 4중주 곡 중에서도 14번이다.
베토벤이 가장 좋아했던 14번은 4악장으로 구성된 다른 곡들과 달리 7악장으로 구성됐는데, 악장과 악장 사이에 휴지가 없어서 쉼없이 연주된다.
그렇게 40분을 연주하면 연주가들이 지치는 것은 물론이고 악기도 현이 풀리며 음이 틀어진다.
베토벤은 그런 불협화음마저도 곡의 일부라고 봤다.
질버맨 감독은 현악 4중주 14번의 질곡을 고스란히 연주자들의 드라마틱한 인생살이로 풀어냈다.
파킨슨 병에 걸린 늙은 연주자의 퇴임을 계기로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4중주단의 내재된 갈등이 격렬하게 표출된다.
서로에 대한 불신과 반목, 그러면서도 어느 순간 한 음을 향해 합쳐지는 이들의 삶이 곧 현악 4중주 14번 그 자체다.
감독은 결코 그들의 해묵은 갈등에 대해 해법을 제시하지 않는다.
베토벤이 불협화음조차 곡의 일부로 봤듯이 감독은 사람들의 불편한 관계조차 감수해야할 삶의 조각으로 본 것이다.
그만큼 곡의 대한 이해를 자연스럽게 인간사로 풀어낸 이야기와 연출이 참으로 훌륭하다.
더불어 현악 4중주단의 이름이 '푸가'인 점도 흥미롭다.
대위법을 바탕으로 한 푸가는 여러 악기와 선율이 서로 대화하듯 주고 받으며 연주하는 것을 말한다.
어느 악기 하나 쳐지거나 빠지지 않고 골고루 참여해 서로의 제 몫을 다하게 된다.
결국 영화는 합주단 이름처럼 세상의 모든 삶이란 존재만으로도 가치가 충분하다는 것을 웅변하고 있다.
4중주단을 연기한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 크로스토퍼 월켄, 캐서린 키너, 마크 아이바니어 등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했다.
새삼 삶에 대해 되돌아보며, 베토벤의 현악 4중주 14번을 듣고 싶게 만드는 좋은 작품이다.
1080p 풀HD의 2.35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윤곽선이 깔끔하고 색감이 선명하다.
DTS-HD 마스터오디오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각각의 현악기 소리가 또렷하게 들릴 만큼 투명하다.
영상과 음향 모두 훌륭하지만 아쉬운 것은 부록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2013년 7월말 국내 개봉한 이 영화는 두 달 동안 10만4,000여명이 관람, 2009년 이후 개봉한 소규모 해외 예술 영화 가운데 최다 관객을 동원했다. 부모의 친구와 사랑에 빠지는 젊은 바이얼리니스트로 등장한 이모겐 푸츠는 '브이 포 벤데타'에서 레즈비언 여인의 어린시절 역할로 데뷔했다. 야론 질버맨 감독은 베토벤의 현악 4중주 14번에 대한 오마주로 이 작품의 각본을 쓰고 연출했다. 소더비의 경매중개인 데이비드 리든이 소더비 경매 장면에 직접 출연했다. 질버맨 감독은 미 MIT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뒤 증권가에서 일하다가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변신한 독특한 인물이다. 크리스토퍼 월켄이 파울로 카잘스에 얽힌 일화를 강의하는 장면은 유명 첼리스트인 그레고르 피아티고르스키와 카잘스 사이에 실제로 있었던 일로, 피아티고르스키의 자서전에 소개됐다. 질버맨 감독은 어린 시절부터 클래식을 즐겨들은 클래식 애호가였다. 배우들은 촬영을 위해 수개 월 동안 악기 연주 훈련을 집중적으로 받았다. 크리스토퍼 월켄과 캐서린 키너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프릭 컬렉션에서 그림을 보는 장면은 개관 75년 만에 처음으로 촬영이 허용됐다. 스웨덴 출신의 메조 소프라노 안네 소피 폰 오터가 월켄의 죽은 부인 역할로 깜짝 출연. 새로 들어오는 첼리스트 역은 한국계 첼리스트인 니나 리가 연기. 영화에 나오는 현악 4중주 14번은 니나 리가 속한 브렌타노 현악 4중주단이 연주했다. 극 중 콘서트장면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공연장인 그레이스 레이니 로저스 오디토리움에서 촬영. 원래 에단 호크도 캐스팅됐으나 일정이 맞지 않아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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