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의 릭 베이커, '에일리언'의 스탠 윈스턴 등 오늘날 널리 알려진 특수 효과 담당자들이 귀감으로 꼽는 인물이 있다.
바로 레이 해리하우젠이다.
1950~60년대 특수영화의 한 획을 그은 레이 해리하우젠은 독창적인 방법으로 만든 모형을 이용해 장기인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으로 당시로선 놀랄만한 영화들을 만들었다.
많은 영화인들이 어려서 그의 작품을 보고 영화판에 뛰어들었다고 할 정도로 그의 영향은 절대적이었다.
네이선 주런 감독의 '신밧드의 7번째 모험'(The 7th Voyage Of Sinbad, 1958년)은 레이 해리하우젠의 획기적 특수 효과 솜씨를 여실히 확인할 수 있는 영화다.
컴퓨터그래픽과 애니매틱스 기술이 워낙 발달한 요즘 눈높이로 보면 아이들 장난 같고 어설퍼 보이지만, 이 작품이 나온 1950년대는 컴퓨터는 고사하고 유선조종 로봇조차도 없던 시대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당시 영화에 나오는 괴물들은 사람이 인형극에 나오는 인형처럼 괴상하게 생긴 옷을 뒤집어쓰고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레이 해리하우젠은 이를 거부하고 일일이 관절이 움직이는 캐릭터를 만들어 스톱모션으로 촬영해 확연히 다른 영화를 만들었다.
오죽했으면, 감독보다 특수효과 담당인 그의 이름이 더 유명하다.
이 작품은 신밧드가 외눈박이 괴물이 사는 섬에 찾아가 마법에 걸린 공주를 구하고 마술램프를 가져오는 얘기다.
뻔한 줄거리를 흥미진진하게 보도록 만드는 것은 레이 해리하우젠이 창조한 괴물들이다.
자연스럽게 관절이 구부러지는 외눈박이 괴물과 불을 뿜는 거대한 용, 머리 두 개 달린 괴조, 뼈만 남은 해골병사들의 움직임이 실제 생물처럼 자연스럽다.
신밧드가 기괴한 괴물들과 벌이는 긴장감 넘치는 싸움을 쫓다보면 어느새 과거로 돌아간 동심을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영화를 재미있게 보려면 조건이 있다.
영화를 보는 만큼은 철저히 1950년대라는 암시를 걸어야 신비롭게 보인다.
1080p 1.66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좋지 않다.
지글거림이 두드러지고 밝기도 균일하지 못하며 프레임이 위아래로 약간씩 흔들리기까지 한다.
돌비트루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사운드가 주로 전방에 집중돼 있으며 간헐적으로 리어에서 바람소리 등 일부 효과음이 들린다.
부록으로 해리하우젠 음성해설, 제작과정, 해리하우젠 인터뷰, 음악을 맡은 버나드 허먼에 대한 회고, 특수효과 설명 등 풍성한 내용이 모두 한글 자막과 함께 들어 있어 아주 유용하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주인공 신밧드를 연기한 커윈 매튜스와 공주 역할의 캐스린 그랜트. 캐스린은 당시 임신중이었다. 매튜스는 이 영화의 액션을 위해 이태리 올림픽 펜싱 코치였던 엔조 메수메치 그레코에게 검술을 배웠다. 1920년 미국에서 태어난 레이 해리하우젠은 1933년 '킹콩'을 보고 영화계에 뛰어들 결심을 했다.
키클롭스가 나오는 바닷가는 스페인의 세구라 근처 해변에서 촬영. 원래 해리하우젠은 배우가 되고 싶었으나 무대 위에서 너무 긴장해 포기했다.
못된 마법사는 토린 대처가 연기. 원래 레이 해리하우젠은 콘라드 바이트를 마법사 역으로 생각했다. 처음에는 대머리를 연기하기 위해 고무캡을 썼다가 분장이 귀찮아 나중에 삭발을 했다.
신밧드의 궁전은 스페인 그라나다의 알함브라 궁전에서 촬영. 원래는 중동에서 찍으려 했으나 여의치 않아 건축 양식이 비슷한 스페인에서 찍었다.
궁전 내부도 알함브라 궁전에서 촬영. 관광객이 없는 밤에 찍었다.
줄어든 공주 장면은 실제 가로 12m, 세로 8m의 거대한 베개를 만들어 그 위에서 배우가 연기하는 모습을 20m 떨어져 촬영한 뒤 실사와 합성했다. 베개 부분은 마드리드의 세비야 필름 사운드스테이지에서 촬영.
폭풍우치는 바다 장면은 바르셀로나 항구에서 촬영. 바다에 나가 찍으려다가 배가 뒤집힐 뻔해서 항구에서 찍었고, 소방호스로 바닷물을 퍼올려 배우들에게 파도처럼 뿌렸는데, 항구의 바닷물이 너무 지저분해 죽은 쥐 등이 섞여 있었다고 한다. 입을 벌리는 바람에 이 물을 먹은 배우는 며칠씩 앓았다고 한다.
거대한 화살 발사기는 소형 석궁을 이용해 촬영. 레이 해리하우젠은 독학으로 특수효과 기술을 익힌 뒤 '킹콩'을 만든 특수효과 전문가이자 초창기 스톱모션의 대가 윌리스 오브라이언 밑에서 일을 시작했다.
이 영화는 컬러작품 중에 스톱모션 효과를 사용한 최초의 영화다. 원래는 흑백으로 찍어서 실사와 특수효과 장면의 이질감을 줄일 계획이었으나 제작자인 찰스 슈니어가 컬러를 고집해 색깔 등을 조정하느라 고생했다고 한다.
램프의 지니는 소년 리처드 아이어가 연기. 뒷모습 등의 스페인 촬영 분은 현지 소년을 대역으로 쓰고, 클로즈업은 미국 스튜디오에서 촬영. 램프 내부 장면은 미국 스튜디오에서 촬영.
거대한 괴조 알은 회반죽으로 제작. 소품 담당이 기다란 막대에 눈 표시를 한 뒤 들고 서 있으면 배우들이 이를 쳐다보며 괴물이 있는 것처럼 연기했다. 괴조가 나는 장면은 와이어를 연결해 찍었고, 와이어가 보이지 않도록 배경과 같은 색으로 칠했다.
용이 숨쉬는 모습을 재현하기 위해 고무로 만든 몸통 안에 혈압 잴 때 사용하는 공기주머니인 오르자트 백을 넣어 촬영. 예산이 부족해 불을 뿜는 장면은 화염방사기를 발사하는 것을 따로 찍어 합성.
해골병사는 해리하우젠의 스케치를 보고 그의 부친이 금속으로 뼈대를 만들어 보냈고, 여기에 라텍스를 적신 면솜을 붙여서 만들었다. 금속 뼈대는 각 관절이 움직이게 제작됐다. 동굴 속 마법사 집은 세비야의 영화스튜디오에서 촬영.
동굴이 있는 계곡 장면은 스페인 마요르카섬의 아르타동굴에서 촬영. 용과 키클롭스는 30cm 높이의 인형이다. 복제 가능한 주형을 만들어 고무 몸통을 찍어내는 폼 기술로 제작. 용과 싸우는 키클롭스는 '지구까지 2천만 마일'에 나오는 이미르의 골격에서 꼬리를 없애고 변형시켜 만들었다.
음악은 오손 웰즈의 '시민케인', 히치콕의 '현기증' '사이코' 등을 만든 버나드 허먼이 맡았다. 원래 해리하우젠은 미클로스 로자나 막스 스타이너가 맡기를 원했으나 제작자인 찰스 슈니어의 설득으로 허먼이 맡는 것에 동의했다. CBS 오케스트라에서 지휘자 겸 작곡가로 출발했던 허먼은 성격이 급하고 변덕스러워 말년에는 감독들이 피해 영국가서 살았다. 그의 마지막 작품은 '택시 드라이버'였다. 그는 미국으로 건너가 '택시 드라이버'의 녹음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와 자다가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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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밧드의 7번째 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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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있는 식탁 고은경 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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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eventh Voyage of Sinbad (신밧드의 7번째 모험) (Blu-ray)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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