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명배우 데니스 호퍼가 2010년 5월 29일, 전립선암 합병증으로 숨을 거뒀다.
1936년생으로, 74세였다.
그는 사람들에게 '지옥의 묵시록' '블루벨벳'의 개성 강한 조역으로 남아 있으나, 그의 생애 최고작은 제작, 감독, 각본, 주역 등 1인 4역을 한 '이지라이더'(Easy Rider, 1969년)이다.
그는 피터 폰다와 함께 만든 반항적인 이 작품으로 칸영화제 신인감독상을 받으며 1960년대 미국 영화계의 한 획을 그은 아메리칸 뉴시네마의 기수가 됐다.
이 영화는 오토바이를 타고 떠도는 두 명의 젊은이들을 통해 그때까지 부와 번영의 상징으로 탄탄한 반석을 다진 미국이 과연 건강한 국가인지 심각한 의문을 던졌다.
여전히 남성우월적이고 인종차별적인 시각이 팽배한 보수적인 사회분위기 속에 방랑하는 두 젊은이를 통해 진정한 자유가 존재하는 지를 묻고 있다.
체제 반동적인 젊은이들의 몸부림은 반전 운동과 함께 마약, 섹스, 록 음악 등 일탈로 표출된다.
이를 데니스 호퍼는 반듯한 겉모습 뒤에 가려진 미국의 또다른 얼굴로 제시했다.
그만큼 이 영화는 그렇지 않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불편했을 것이다.
결국 메이저의 후원을 받지 못해 제작진이 십시일반 걷어들인 40만 달러로 영화를 찍었고, 결과는 1,600만 달러라는 대박으로 나타났다.
데니스 호퍼의 문제 의식도 돋보였고, 당시 스튜디오 일변도 위주의 미국식 촬영 관행에서 벗어나 철저한 로케이션 위주의 로드무비로 찍은 점도 이채롭다.
특히 유럽 작가주의 영화에 매료된 데니스 호퍼는 이 작품에서 루이 부뉘엘처럼 인서트 컷을 활용한 교차 편집을 사용해 영상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했다.
하지만 데뷔작으로 받은 과도한 기대가 부담이었는 지, 데니스 호퍼는 후속 연출작 '라스트 무비'가 실패하며 술과 마약에 쩔어 70년대를 흘려 보냈다.
훗날 '지욱의 묵시록' '블루벨벳' 등으로 재기한 뒤 감독보다 연기자로 주목을 받았다.
시와 그림, 조각 등 다방면으로 활동했던 그는 5회나 결혼하는 등 굴곡이 많았다.
2009년 전립선암에 걸려 항암치료를 받았으나 이기지 못하고 이듬해 5월 순탄치 않았던 삶을 마감했다.
국내 출시된 4K 타이틀은 4K와 일반 블루레이 등 2장의 디스크로 구성됐다.
2160p UHD의 1.8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4K 타이틀은 화질이 그렇게 좋지 않다.
중경과 원경의 디테일이 떨어지고 지글거리는 현상도 나타난다.
음향은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한다.
소리 이동성이 괜찮아서 서라운드 효과가 잘 살아난다.
특히 스테픈울프의 유명한 주제가 'Born to be Wild'를 비롯해 버즈, 더 밴드, 지미 헨드릭스 등 각종 록음악을 깔끔하게 들려준다.
부록으로 데니스 호퍼의 음성해설과 제작과정이 한글 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음성해설과 제작과정은 여러가지로 보고 들을게 많아 유용하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제목 '이지라이더'는 창녀의 늙은 기둥서방이라는 뜻의 미국 남부지방 속어란다.
영화 아이디어는 피터 폰다가 처음 제안했다. 술집이 나오는 첫 장면은 뉴멕시코 타오스에서 촬영. DH 로렌스가 묻힌 곳이다.
감독, 주연, 제작, 각본을 맡은 데니스 호퍼는 제임스 딘의 '이유없는 반항'에서 길거리 깡패로 출연하며 데뷔했다. 그는 이 작품을 2명의 방랑자가 등장하는 서부극으로 봤고, "당시 미국의 상징이 무엇인 지 혼란스러워 작품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대배우 헨리 폰다의 아들인 피터 폰다는 오토바이에 관심이 없었던 데니스 호퍼와 달리 오토바이를 좋아했다. 그의 모친은 그가 10세때 자살했다. 데니스 호퍼는 묘지 장면에서 피터 폰다에게 모친의 자살을 떠올리라며 상처를 건드려 울음을 터뜨리는 장면을 찍었다.
중요 조역인 잭 니콜슨. 당시 그는 배우 생활에 회의를 느껴 그만 둘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애리조나주 플래그스태프 주유소에서 촬영. 이 영화는 노래가사가 줄거리와 관련있을 만큼 음악이 중요하다. 스테픈울프가 부른 주제가 'Born to be Wild'는 빌보드 차트 2위까지 올랐다.
서부극을 많이 찍은 곳으로 유명한 모뉴먼트 밸리. 인근에서 핵실험을 하는 바람에 60년대 이곳에서 영화를 찍은 스티브 맥퀸, 율 브린너 등의 배우들은 모두 암으로 죽었다. 데니스 호퍼도 마찬가지.
고대 아나사지족의 폐허는 문화재 보호구역인 선셋 크레이터 국립공원 안에 있다. 호퍼는 관리원들의 제지를 무릅쓰고 유적에 기어올라 영화를 촬영.
뉴멕시코주 타오스의 푸에블로 부락. 호퍼는 이곳이 마음에 들어 이사를 간 뒤 15년 동안 살았다.
리오그란데강 바로 옆 온천. 촬영 당시 피터 폰다가 폐렴에 걸려 입원하는 바람에 그가 나오는 장면은 따로 찍어 편집으로 붙였다.
시가 행진 장면은 뉴멕시코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촬영. 호퍼는 장면이 번쩍거리며 교차하는 디렉터컷 기법을 활용.
분홍 옷을 입은 창녀 역할은 훗날 82년 빌보드 넘버1 히트곡 'Mickey'를 부른 가수 토니 바실이다.
루이지애나의 축제인 마그라다 장면은 16미리로 촬영.
이 영화를 찍는 동안 데니스 호퍼는 초기 촬영감독과 의견이 맞지 않아 주먹다짐까지 벌였다. 배우들도 지치다보니 자주 말다툼을 벌이는 등 촬영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루이지애나 카페 장면에서 주인공들에게 적개심을 보이는 보안관은 실제 루이지애나 모간자 마을의 보안관이다. 데니스 호퍼는 보안관을 비롯해 극우 보수주의자들의 반발심을 영화에 그대로 담기 위해 자신들이 어린 소녀를 강간살해하고 왔다고 거짓말을 해 증오심을 부추겼다.
65년형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를 초퍼형으로 개조해 촬영. 배기량 1200cc의 펜해드 엔진을 장착. 촬영 중 1대는 도난당했다.
성조기가 그려진 재킷은 피터 폰다가 직접 디자인했고, 촬영 후 자선 경매로 팔렸다.
이 영화는 출연진들이 실제 마약을 복용하고 찍은 것으로 유명하다. 묘지 장면에서 피터 폰다가 배우들에게 나눠주는 흰 알약이 실제 환각제다.
막판 총 쏘는 역할인 갑상선 부종이 있는 남자는 길거리 주유소에서 섭외한 아마추어다. 영화 속에서 일어나는 폭력은 자유를 향한 체제비판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일어난다. 영화 속에서 보수층과 기성세대는 각종 편견을 깨닫고 바른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을 억누르기 위한 손쉬운 수단으로 폭력을 활용한다.
데니스 호퍼를 향해 발사된 총알은 플라스틱 탄환이었다. 마약 판 돈을 숨긴 성조기를 그린 기름통은 미국의 병폐이자 부조리를 상징한다.
엔딩 장면은 헬기로 촬영. 이 영화의 악당은 체제유지를 위한 편견이다.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편견이야말로 악의 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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