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류를 괴롭히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다시 한번 환경파괴를 생각하게 된다.
코로나19는 인간이 성장과 경제개발이라는 명목으로 무분별하게 환경을 파괴하면서 서식지를 잃은 박쥐가 사람들이 사는 마을 근처로 옮겨오고, 다른 바이러스들처럼 자연스럽게 가축들을 통해 사람에게까지 전파된 것으로 추정된다.
잘 먹고 잘 살기 위한 경제개발도 좋지만 정도와 넘지 말아야 할 선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하다.
성장이라는 이름 아래 생존을 넘어서는 끝없는 이윤추구가 모두에게 득이 아닌 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주 흥미진진하고 긴장감 높은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인터스텔라'(Interstellar, 2014년)도 같은 것을 경고한다.
이 영화는 냉정하게 짚어보면 과학영화이자 우주를 다룬 공상과학(SF)이기 이전에 환경파괴 때문에 야기된 인류 생존을 다룬 재난영화다.
영화는 지구 곳곳에서 성장 주도의 경제를 추구하면서 숲이 사라지는 환경파괴에 주목한다.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식량이다.
끝없이 일어나는 분진과 황토 바람, 미세먼지가 하늘을 가리면서 사람이 먹고사는 각종 곡물이 멸종되기 시작한다.
밀이 사라지고 귀리가 없어진 뒤 이제 옥수수마저 멸종 위기에 놓인다.
각국 정부와 과학자들은 백방으로 노력하지만 더 이상 황사와 미세먼지를 제거할 방법이나 곡물을 살려낼 방법을 찾지 못한다.
결국 대안으로 나온 것이 참담하게도 지구를 버리는 것이다.
용도 파기된 지구 대신 우주로 나아가 살 수 있는 다른 행성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급기야 소수의 과학자와 우주비행사 쿠퍼(매튜 맥커너히)가 중차대한 임무를 띠고 머나먼 우주로 항해를 떠난다.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떠난 이들은 대체 행성을 발견하는 대신 갖가지 모험을 겪게 된다.
모험의 대상은 해적들이 숨겨 놓은 보물고 아니고 어느 별인지 모를 곳에서 침략의 마수를 뻗치는 우주 제국의 황제도 아니다.
나만은 살아남야겠다는 인간의 무서운 이기심이 모험의 상대다.
이기심의 발로는 우주선의 출항부터 시작됐다.
프로젝터를 주도한 브랜드(마이클 케인) 박사는 더 이상 인류에게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자 다른 행성을 찾는다는 명목으로 딸(앤 해서웨이)을 포함한 소수의 인원만 로켓에 태워 우주로 쏘아 보낸다.
결국 우주선은 수많은 인류를 포기하고 선택받은 소수만 살아남는 노아의 방주인 셈이다.
뒤늦게 이를 알게 된 주인공 일행은 지구로 되돌아가려고 몸부림친다.
이 과정에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존재의 가능성을 제시한 웜홀과 블랙홀이 등장하고 이를 해결할 열쇠로 중력이 제시된다.
주인공 일행이 지구로 돌아오는 과정은 어느 정도 과학적 지식이 있으면 이해가 쉽겠지만 꼭 그렇지 않아도 상관없다.
해결 과정은 과학이라기보다는 인류의 공통된 보편적 감정인 사랑, 즉 가족애에 의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쿠퍼가 지구로 돌아오는 과정은 자기희생 덕분이다.
쿠퍼는 브랜드 박사의 딸을 살리기 위해 우주 미아가 되겠다는 각오로 아무도 가본 적 없는 사지(死地)인 블랙홀로 뛰어든다.
이타심의 발로는 쿠퍼와 인류에게 행운의 열쇠가 됐다.
블랙홀로 빨려 들면서 그는 인류를 우주로 탈출시킬 답을 깨닫게 된다.
그 과정이 우연이라는 점에서 전지전능한 신에게 해결을 맡기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 같은 요소가 있지만 영화 전개상 선택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쿠퍼의 이타심은 결국 중력을 이용해 그의 딸 머피(제시카 차스테인)에게 인류 구원의 메시지를 전달하게 된다.
어찌 보면 이 과정은 머피가 구원자로 떠오른다는 점에서 종교적이기도 하며 그것이 결코 신과 무관한 해명되지 않은 과학에 기초한다는 점에서 반종교적이기도 하다.
이 같은 이중성의 충돌을 덮은 것은 사랑을 전면에 내세운 드라마다.
그래서 과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결말이 눈물샘을 자극하는 신파적 요소에도 불구하고 가슴 뭉클한 감동 스토리로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이는 곧 놀런 형제의 승리이기도 하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뛰어난 연출과 구성이 돋보였고 그의 동생 조나단 놀런이 쓴 탄탄한 원안도 훌륭했다.
아울러 이 작품은 우주를 묘사한 영상들이 너무나 아름답고 압도적이다.
컬러풀한 색으로 알록달록 채운 것이 아니라 흑과 백, 회색이나 청색 등 단색조 영상이 주를 이루는데도 불구하고 명암대비를 놀랍도록 잘 활용해 우주의 무한 공간감과 깊이감이 마치 실제 우주공간에 떠 있는 것처럼 다가온다.
이를 위해 놀란 감독은 풍성한 계조 표현과 깊이를 살릴 수 있는 필름 촬영을 택했다.
또 엄청난 무게에도 불구하고 아이맥스 카메라를 들고 찍은 호이트 반 호이테마의 노력 덕분에 우주선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마치 같은 공간에 있는 것처럼 실감 나게 전달됐다.
더불어 캘리포니아 공대의 저명한 천체 물리학자인 킵 손이 과학적 자문 겸 총제작자로 참여해 탄탄한 이론적 토대를 제공했다.
그만큼 우주와 우주선 내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허황되지 않고 사실적으로 다가온다.
한마디로 이런 것들이 총체적으로 잘 어우러진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역작이다.
다만 영화를 보고 나면 인류가 찾은 해법이 과연 모두에게 구원이 됐는지 궁금하다.
우주에 떠있는 식민지는 부익부 빈익빈의 악순환을 끊고 누구 하나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차별받지 않은 고른 혜택지가 됐을까.
코로나19 사태를 보면 재난이 닥칠수록 부익부 빈익빈이 가져오는 부정적 영향은 극대화한다.
소외 계층일수록 재난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벗어나는데도 가진 자보다 더 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다.
따라서 위기일수록 이타심의 발로가 필요하다.
이 영화가 보여준 인류 공생의 해법은 자기희생을 무릅쓴 쿠퍼처럼 모두가 남을 먼저 배려하는 이타심을 발휘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SF가 아닌 따뜻한 드라마일 수밖에 없다.
4K 타이틀은 4K와 블루레이, 부록 등 총 3장의 디스크로 구성됐다.
2160p UHD의 4K 타이틀은 2.40 대 1 화면과 아이맥스로 촬영한 1.85 화면이 섞여 있다.
화질은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아주 좋다.
디테일이 발군이며 색상 또한 풍성하고 자연스럽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위력적이다.
사방 채널을 적극 활용한 덕분에 소리가 공간을 꽉 채운다.
저음도 힘이 넘쳐서 우주선 발사 장면을 보면 청취 공간을 뒤흔든다.
부록으로 영화에 사용된 과학적 근거 설명, 제작 배경, 특수효과와 로봇 제작, 음악, 각종 소품 제작, 우주선 세트, 로케이션, 웜홀과 테서랙트 세트, 인터뷰와 예고편, 미니어처 촬영과 우주선 디자인, 무중력 상태 촬영 등 풍성한 내용이 한글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모두 HD 영상으로 제작됐다.
옥의 티가 있다면 부록의 한글자막에 탈자가 있다는 점이다.
'수정처럼...'을 '수정럼...'으로 표기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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