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스파이크 리 감독이 한 건 했다.
'말콤엑스' '정글피버' '똑바로 살아라' 등 일련의 작품들로 명성을 날렸던 1990년대와 달리 2000년대 들어 이렇다할 문제작을 선보이지 못해서 예전같지 않다는 소리를 들었던 그가 '인사이드맨'(Inside Man, 2006년)으로 실력이 녹슬지 않았음을 제대로 보여줬다.
이번 작품은 과거 문제의식과 사회비판적 시각으로 가득찬 작품들과 달리 의외로 고도의 두뇌게임이 가미된 스릴러물이다.
스파이크 리 감독이 처음 만든 스릴러물은 뜻밖에도 참으로 훌륭했다.
러셀 게위르츠라는 신인 작가의 감탄이 절로 나올 만큼 뛰어난 시나리오 덕분에 영화는 완벽한 밀실 스릴러의 정수를 보여준다.
물론 덴젤 워싱턴, 클라이브 오웬, 조디 포스터, 윌렘 데포 등 탄탄한 연기력을 갖춘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했지만 잠시도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 스파이크 리 감독의 연출력 또한 뛰어났다.
이야기는 백주 대낮에 뉴욕 한복판에 은행강도들이 들이닥치면서 시작된다.
50명의 인질을 잡은 강도들은 인질들에게 자신들과 똑같은 복장과 마스크를 씌우는 범상치 않은 행동으로 지능적인 강도극을 벌인다.
이 와중에 은행 설립자가 은행 금고안에 보관한 자신의 비밀을 감추기 위해 전문 협상가를 고용해 강도들과 개인적인 접촉을 시도한다.
과연 은행강도들은 물 샐틈 없는 경찰의 포위망을 뚫고 달아날 수 있을까.
경찰은 인질들을 무사히 구할 수 있을까.
은행 설립자의 비밀은 무엇일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수수께끼와 막판 허를 찌르는 반전 등 모든 것이 잘 짜여진 한 편의 추리소설을 읽은 기분이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영상은 필름의 입자감이 느껴지지만 괜찮은 화질이다.
중경과 원경에 이중윤곽선이 보이지만 잡티나 스크래치는 없다.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좋다.
전체적으로 울림이 좋아 공간감이 살아나며 저음도 무게감이 있다.
<파워 DVD 캡처 샷>
이 작품은 이야기 구성이 참으로 뛰어나다. 범인들은 인질들에게 자신들과 똑같은 작업복, 마스크를 착용하게 해 경찰들을 혼란에 빠뜨린다. 솔직히 보고 배울까봐 걱정될 만큼 지능적인 플레이다. 간간히 나오는 인질들에 대한 취조장면은 콘트라스트가 강조되고 입자감이 두드러져 보이는 블리치 바이 패스 기법을 사용해 차별화했다.
이 작품은 은행강도들과 여기 대응하는 경찰의 움직임을 번갈아 보여주며 긴장감을 유지한다. 이를 위해 동시에 2대의 카메라를 돌리며 양쪽의 움직임을 포착하는 리액션 샷으로 촬영.
은행 건물은 실제로는 맨하튼 트러스트가에 위치한 술집이다. 이를 은행세트로 꾸며 촬영.
앵글이 단조로왔던 과거 스파이크 리 감독 작품과 달리 적극적인 와이드 스크린의 활용, 부감과 앙각샷, 과감한 핸드헬드까지 사용하는 등 카메라의 움직임이 역동적이다. 촬영은 '폰 부스' '고티카'를 찍은 매튜 리바티크 솜씨다.
가장 열연을 한 덴젤 워싱턴에 오랜만에 보는 윌렘 데포, 똑소리 나는 조디 포스터까지 스타들이 줄줄이 등장한다.
우르르 쏟아져나오는 인질들. 저 속에 범인이 있을까. 있다면 누구일까. 범인은 공기가 돼서 증발하지 않는 이상 달아날 곳도 숨을 수도 없다. 스파이크 리는 빈틈이 없는 각본 속에 변함없는 사회비판 메시지를 끼워넣었다. 이번에는 미국내 뿌리깊은 흑백인종차별 대신 911이후 광범위하게 확산된 아랍계에 대한 인종차별 메시지가 녹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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