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은 언제인가 세상을 바꿔놓는다.
니키 카로 감독의 '노스 컨츄리'(North Country, 2005년)는 이를 여실히 보여주는 영화다.
이 작품은 1984년 10월 미국 미네소타 에벨레스 광산에 근무하던 여자광부들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성희롱 집단소송을 다룬 실화다.
미국 최초의 집단 성희롱 소송인 이 사건은 전례가 없었던 만큼 무려 10여년에 걸친 재판 끝에 1998년 12월 승소판결이 났다.
이후 이 소송은 성희롱 뿐만 아니라 성차별 관련 집단소송을 야기하는 중요한 촉매제가 됐다.
국내에서는 2000년 롯데호텔 여성 노조원 270여명이 제기한 성희롱 소송이 최초의 성희롱 관련 집단소송이었으며 이듬해에는 (주)2001 아웃렛에서 유사한 소송을 제기했다.
'웨일 라이더'로 주목을 받은 니키 카로 감독은 클라라 빙햄과 로라 리디 갠슬러의 '집단 소송: 성희롱법을 바꾼 로이스 젠슨 이야기'라는 책을 토대로 이 사건을 충실하게 재현했다.
여기에 니키 카로 감독은 여성 감독 특유의 섬세한 연출력으로 등장인물들의 감정 묘사를 잘 살려 자칫 잘못하면 건조할 수 있는 이야기에 생생한 윤기를 불어넣었다.
덕분에 영화는 남녀를 불문하고 함께 공분하며 가슴 뭉클한 감동을 나눌 수 있는 휴먼 드라마로 자리 잡았다.
무엇보다 작품에 힘을 실어준 것은 배우들의 흠 잡을 데 없이 뛰어난 연기다.
주인공을 맡은 샤를리즈 테론을 비롯해 여성 동료로 나오는 '파고'의 프란시스 맥도먼드, '미션 임파서블3'에서 톰 크루즈의 연인으로 등장한 미셀 모나한, '반지의 제왕'의 숀 빈, '내츄럴 본 킬러'의 우디 해럴슨 등 대형 스타들의 농익은 연기가 볼 만하다.
이와 함께 와이드 앵글을 잘 다루는 니키 카로 감독이 선사하는 미네소타의 광활한 풍광은 또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아울러 '모터사이클 다이어리'에서 음악을 담당했던 구스타보 산타오랄라가 음악을 맡아 감성적인 선율로 영화의 분위기를 한껏 살렸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영상은 화질이 괜찮은 편이다.
배경에 미세한 지글거림이 보이고 원경과 중경에서 이중윤곽선이 보이지만 잡티나 스크래치 등은 전혀 없는 깨끗한 영상을 보여준다.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전체적으로 전방에 소리가 집중된 편이지만 울림이 부드럽고 편안해 공간감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파워 DVD 캡처 샷>
두 아이와 살아가기 위해 여자 광부로 일하게 된 주인공 조시 에임즈를 연기한 샤를리즈 테론. 연기를 아주 잘했다.
남자들의 일자리를 빼앗았다고 생각하는 남자 광부들은 여자 동료들을 성희롱을 비롯해 몹시 괴롭힌다.
남자 광부들은 여자 동료가 들어간 간이 화장실을 쓰러뜨려 온통 오물을 뒤집어쓰게 만드는 등 지독하게 괴롭힌다.
참다못한 조시는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다. 그가 승리할 수 있는 길은 적어도 3명이상의 원고를 모아 집단소송을 제기하는 것. 하지만 괴롭힘을 당한 여자 동료들조차 생활을 위해 그를 외면한다. 이때부터 그의 힘들고 외로운 싸움이 시작된다.
니키 카로 감독은 와이드 앵글을 참 잘 다룬다. '웨일라이더'에서 뉴질랜드의 풍광을 가득 담아내더니 이번 작품에서도 슈퍼35밀리를 사용해 황량한 미네소타 광산촌의 풍광을 펼쳐 놓았다.
이 작품에서는 어린 조시를 연기한 앰버 허드가 눈에 띈다.
조시를 돕는 변호사를 연기한 우디 해럴슨, 친구 역의 프란시스 맥도먼드, 친구의 남편을 맡은 숀 빈 등 다른 배우들의 조용한 연기도 좋았다.
공분을 불러일으키는 영화는 뻔히 알려진 결말인데도 불구하고 약한 자의 용기가 세상을 바꾸는 모습을 통해 은은한 감동을 준다. 참 잘 만든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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