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피에르 주네 감독이 마르크 카로와 공동으로 각본을 쓰고 연출한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The City Of Lost Children, 1995년)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같은 작품이다.
그러나 아름답고 사랑스런 동화가 아니라 약간은 음침하며 습하고 어둡다.
젊어지기 위해 아이들을 납치한 뒤 꿈을 빫아들이는 과학자와 어린 동생을 잃어버린 거한, 도시의 뒷골목을 누비는 어린 도둑들, 벼룩을 이용한 암살자와 이를 부리는 샴 쌍둥이 자매 등 캐릭터부터 특이하다.
이들이 뒤섞여 업치락 뒤치락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주네 감독은 이를 통해 잃어버린 동심에 대한 향수와 각박하고 메마른 어른들의 세계를 그렸다.
영화가 돋보이는 것은 특이한 캐릭터와 더불어 감독이 꾸민 세계다.
시대를 알 수 없는 암울한 세계와 허름한 도시 뒷골목, 부둣가 등이 이야기와 잘 어울리는 완벽한 미장센으로 구성됐다.
쉽게 볼 수 없는 세계인 만큼 주네 감독은 철저하게 세트 촬영으로 이를 구현했다.
여기 걸맞는 등장인물들의 의상도 돋보이는데, 이는 모두 세계적 디자이너인 장 폴 고티에의 솜씨다.
주네 감독의 작품들은 '아멜리에'처럼 사랑스런 작품과 '델리카트슨 사람들' '에이리언4'처럼 어둡고 음습한 작품 등 극단으로 갈린다.
이 작품은 후자에 가깝다.
극과 극은 통한다고 하니 그럴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워낙 간극이 크기에 극단을 오가는 주네 감독의 작품 세계가 흥미롭다.
이 작품 역시 주네 감독의 또다른 일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재미있는 작품이다.
1080p 풀HD의 1.8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제작연도를 감안하면 화질이 좋다.
어두운 단색조의 화면이 많은데도 디테일이 잘 살아 있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적당한 서라운드를 들려준다.
리어에서 철썩이는 파도소리가 자연스럽다.
부록으로 감독의 음성해설과 제작과정, 비하인드씬, 장 폴 고티에 인터뷰 등이 들어 있다.
감독의 음성해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한글 자막을 지원한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이 작품은 1995년 칸영화제 개막작이다.
바다 위에 홀로 솟은 과학자의 기지, 부둣가, 마을 뒷골목 등이 주요 무대로 등장하는데 모두 세트다.
세트 촬영인데도 불구하고 다양한 앵글로 공간의 깊이와 확장성을 보여준 영상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촬영 감독 다리우스 콘지의 솜씨다. 봉준호 감독의 미개봉작 '옥자'를 비롯해 '로마 위드 러브' '미드나잇 인 파리' '세븐' '델리카트슨 사람들' '에이리언4' 등을 찍었다.
조로해버려서 아이들의 꿈을 빼앗아 회춘하려는 과학자, 뇌만 남은 생명체, 여섯 쌍둥이 등이 모두 한 명의 과학자가 창조한 피조물들이다.
벼룩을 이용한 암살 방법이 기발하다.
1인 다역을 한 도미니크 피뇽. 그는 '델리카트슨 사람들' '에이리언4' '아멜리에' 등 주네 감독의 다른 작품들에도 출연했다.
의상은 프랑스의 유명 디자이너 장 폴 고티에가 디자인했다. 전위적인 의상으로 주목을 받은 그는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영화 '키카'에 배우로도 출연했다.
오디션을 거쳐 선발된 주디트 비테는 촬영 당시 9세였다. 주네 감독은 단색조의 어두은 배경과 대조적으로 배우들의 얼굴이 하얗게 부각되도록 색 보정을 했다.
배우들은 샴 쌍둥이 자매를 연기하기 위해 다리가 3개처럼 보이는 특수한 의상을 착용했다. 그 바람에 걸을 수가 없어서 영화에 걷는 장면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
동물이 몇 종 등장하다보니 촬영 중 론 펄만은 개에게 물리고 쥬디스 비떼는 쥐에게 물렸다고 한다.
엔딩에 흐르는 곡은 마리안느 페이스풀이 부른 'Generique'라는 곡이다. 1996년에 이 작품을 국내 배급한 곳은 당시 영화나 게임 사업을 하던 SKC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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