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에 유명한 스타들의 얼굴이 잔뜩 박혀있는 '캐논볼' (The Cannonball Run, 1981년) 포스터를 보고 꽤 기대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 인기있던 성룡을 비롯해 버트 레이놀즈, 딘 마틴 등 유명 스타들이 줄줄이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봉 당시 보지 못하고 훗날 비디오테이프로 빌려 본 영화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마치 유명한 사람들이 잔뜩 나오지만 정작 재미는 떨어지는 버라이어티 예능프로그램 같았다.
이 작품은 할리우드의 스타시스템과 홍콩 자본이 만나 철저하게 기획된 영화다.
할리우드의 스턴트맨 출신인 할 니드햄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실제 캐논볼 레이스를 기획한 브록 예이츠가 대본을 썼으며, 쿵푸 영화로 재미를 본 홍콩의 골든하베스트 사장인 레이몬드 초가 돈을 댔다.
내용은 오하이오주에서 캘리포니아의 로스앤젤레스까지 3,000마일을 달리는 자동차 경주대회인 캐논볼을 다뤘다.
참가자들은 다양한 자동차를 끌고 나와 일반 도로위에서 속도 경쟁을 펼친다.
이를 위해 페라리, 애스턴 마틴, 롤스로이스, 람보르기니, 심지어 앰뷸런스까지 갖가지 차량들이 등장한다.
더불어 출전 선수로 버트 레이놀즈, 딘 마틴, 성룡, 로저 무어, 새미 데이비스 주니어 등 유명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뿐만 아니라 당대 육감적인 미녀로 꼽혔던 파라 포셋과 한국의 자니 윤도 출연했다.
자니 윤은 일본인 방송 진행자로 나오는 바람에 국내에서는 아예 출연 사실조차 제대로 알리지 못했다.
볼거리는 여러 스타들의 면면과 이들이 경주 도중 벌이는 코믹한 에피소드들이다.
그러나 코믹한 에피소드는 자연스런 웃음을 유발하기 보다 억지에 가깝고 유치한 편이며, 자동차 스턴트 또한 요즘 시각에서 보면 그다지 화려한 편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 작품은 미국에서 스타덤에 힘입어 흥행이 잘돼 속편까지 등장했다.
요즘에는 리메이크 얘기가 계속 흘러 나오고 있다.
2011년 워너브라더스는 제네럴모터스와 리메이크를 한 차례 시도했다가 무산됐으나 올해 3월 다시 리메이크 계획을 발표했다.
외신에 따르면 '겟 하드'를 연출한 이탠 코엔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을 예정이다.
참고로 캐논볼 레이스는 실제로 있던 자동차 경주대회다.
자동차 전문지 카앤드라이버의 발행인이었던 브록 예이츠가 기획한 이 자동차 경주는 1979년까지 매년 한 차례씩 5번 열렸다.
할 니드햄 감독과 예이츠는 대회에 직접 출전하기까지 했다.
그들은 경찰의 단속을 피해 빨리 달리려고 영화처럼 구급대원으로 꾸민 뒤 앰뷸런스를 타고 출전했으며 예이츠의 부인이 환자 역할을 했다.
국내 출시된 DVD 타이틀은 화질이 아주 실망스럽다.
지난해 HD로 리마스터링 돼 국내 재개봉까지 됐으나 오래전 나온 DVD 타이틀은 원경에서 얼굴이 뭉개지기 일수이고 디테일도 형편없이 떨어진다.
심지어 화면비도 애너모픽이 아닌 16 대 9 레터박스 포맷이어서 아주 답답하다.
음향은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며 부록은 전무하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1970년대 인기스타였던 새미 데이비스 주니어와 딘 마틴이 콤비를 이뤄 출연. 둘 다 1990년대에 사망했다.
로저 무어가 007 흉내를 내는 갑부 선수로 출연. 그가 운전한 애스턴마틴DB5는 007 시리즈 '골드핑거'와 '선더볼'에 나오는 모델이다.
성룡과 자니윤이 일본인으로 출연. 그 바람에 성룡은 첫 미국 진출 영화인데도 역할 비중이 작고 일본인 배역이어서 몹시 실망했다고 한다. 자니윤도 일본인 방송 진행자로 나온다.
촬영 중 사고로 스턴트우먼 하이디 본 벨츠는 사지를 쓰지 못하는 불구가 됐다. 원래 스키선수였던 벨츠는 자동차 스턴트를 한 적이 없었다. 그는 사고 당일 예정된 스턴트맨이 집안 일로 갑자기 빠지게 돼 대신 투입됐다가 사고를 당했다.
버트 레이놀즈는 촬영 당시 출연료가 가장 비싼 주인공이었다. 원래 이 작품의 주인공은 스티브 맥퀸이었다. 그러나 맥퀸이 암으로 갑자기 사망하면서 레이놀즈로 바뀌었고 극의 성격도 액션물에서 코미디로 달라졌다.
우리에게는 '600만불의 사나이', 즉 리 메이저스의 부인으로 유명한 파라 포셋이 출연. 1970년대 오리지널 TV시리즈였던 '미녀삼총사'의 주인공이었던 그는 메이저스가 바람을 피면서 이혼했고 2009년 항문암으로 사망했다. 포셋은 이 작품 때문에 제 2회 골든라즈베리상에서 최악의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검은색 람보르기니 카운타크 LP400S와 할 니드햄의 페라리308 등 다양한 차량이 등장.
기차를 뛰어넘는 장면이 가장 공들인 스턴트 장면이다. 서부극 여러 편에서 배우로도 출연했던 할 니드햄은 이 작품과 캐논볼2를 연출했고 2013년 사망했다.
버트 콘비가 타고 나온 할리 데이비슨 스포츠스터.
피터 폰다도 카메오 출연. 그는 극 중 싸움을 벌이는 오토바이 폭주족 중 하나로 등장한다. 홍콩영화 '미스터 부' 시리즈로 유명한 허관문은 성룡과 콤비를 이뤄 출연.
성룡은 당시로서는 최첨단 컴퓨터가 장착된 스바루DL을 운전하는 역할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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