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를 다니던 1980년대 중반은 람보와 코만도의 시대였다.
'람보' 실베스터 스탤론은 70년대 '록키'로 워낙 유명한 스타였지만 '코만도' 아놀드 슈왈츠제네거는 혜성처럼 나타난 액션스타였다.
지금도 아놀드를 처음 봤을 때 기억이 또렷하다.
84년 고 2 중간고사가 끝나고 단체 영화관람을 갈때 친구들 몇몇과 빠져나가서 종로로 달려갔다.
그때 단성사 간판을 가득 메운 사나이가 바로 '터미네이터'에 얼굴을 내민 아놀드였다.
물론 그 이전에 '코난' 시리즈로 주목을 받았지만 아놀드의 이름을 제대로 알린 작품은 바로 '터미네이터'였다.
이듬해 아놀드는 '코만도'(Commando, 1985년)로 다시 한국을 찾았다.
근육질의 사나이가 총을 다부지게 움켜쥐고 활약하는 내용은 통쾌 그 자체였다.
특히 람보처럼 M60 기관총을 마치 권총처럼 다루는 모습은 지구 최강의 전사로 꼽히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마크 레스터가 감독한 '코만도'는 말이 필요없는 액션영화다.
악당들에게 납치당한 딸을 구하기 위해 주인공 혼자서 수많은 적을 싹쓸이 하는 내용.
당시 시대 분위기도 그랬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팍스 아메리카나 정책은 군비확장을 통한 미국 경제 부흥인 만큼 '람보' '코만도'같은 아메리칸 히어로가 할리우드와 미국을 위해 전략적으로 필요했다.
이런 시대 분위기를 등에 업은 이 작품은 줄거리를 이해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전자오락처럼 주인공의 총 앞에 추풍낙엽처럼 쓰러지는 적을 봐주기만 하면 되는 단순 무비, 즉 근육의 힘이 스크린을 지배하는 마초 영화인 만큼 아무 생각없이 보기 좋은 오락물이다.
아놀드는 이 영화의 성공 덕분에 '고릴라' '프레데터' '레드히트' '런닝 맨' 등 유사한 영화에 줄줄이 출연했고 '토탈리콜' '터미네이터2' 등으로 스타반열에 올랐다.
오로지 재미 하나로 승부거는 확실한 오락영화의 본보기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번에 새로 출시된 감독판(DE) DVD는 극장 개봉시 삭제된 일부 잔혹 액션이 약간 추가됐다.
또 감독의 음성해설과 새로운 부록들이 곁들여져 2장의 디스크로 출시됐다.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영상은 제작연도를 감안하면 무난한 화질이다.
지글거림이 보이고 윤곽선도 두텁지만 예전에 나온 DVD보다는 한결 나아졌다.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확실하다.
둔탁한 총기음이 잘 살아 있다.
<파워DVD로 순간포착한 장면>
'람보' '코만도'류의 특징은 바보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단순하고 쉬운 줄거리가 특징. 선량한 사람들, 특히 백인들을 벌레처럼 죽이고 괴롭히는 단순한 악당들이 등장하는 만큼 주인공은 무조건 갈채를 받았다.
아놀드가 초반에 모습을 드러내는 장면은 나치 시대 독일 여성감독 레니 리펜슈탈이 만든 다큐멘터리 '의지의 승리'에서 영감을 얻었다. 아놀드가 메고 내려오는 나무는 가짜다.
이륙하는 비행기 바퀴를 타고 내려와 탈출하는 장면은 트럭에 비행기 바퀴 모양을 만들어놓고 달리면서 촬영. 떠오르는 비행기 다리는 크레인으로 들어올렸다. 당시는 CG가 없었기 때문에 이런 장면도 직접 촬영했다. 공중에서 아놀드가 뛰어내리는 장면은 인형을 사용.
쇼핑센터에서 벌이는 화끈한 싸움은 아놀드 액션의 진수를 보여준다. 특히 공중전화 박스를 뜯어내 집어던지는 장면이 압권. 공중전화 박스는 가벼운 발사목으로 제작했다.
아놀드가 타잔처럼 허공을 날아서 엘리베이터 위에 착지하는 장면은 서커스단원이 대신 연기했다. 아놀드에 비해 스턴트맨의 덩치가 작았지만 워낙 빨리 지나가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아놀드가 절벽에서 악당의 발목을 한 손으로 잡고 위협하는 장면 또한 당시 두루 회자됐다. 이 장면 역시 CG가 아닌 실제 연기. 악당을 연기한 배우의 발목에 크레인의 줄을 연결해 놓고 연기했다.
요즘 이 정도 장면은 가벼운 축에 속하지만 당시로서는 파격이었다.
여주인공을 연기한 레이 돈 청. 당시 아놀드는 스타가 아니었기 때문에 유명 여배우들이 같이 연기하려고 들지를 않아서 레이 돈 청이 여주인공을 맡았다. 그러나 그 역시 그 뒤 출연작이 '칼라 퍼플' '크라잉 프리맨' 정도만 알려졌을 뿐 나머지는 그저 그런 작품들 뿐이다.
영화의 하일라이트는 후반부 액션. 이 장면들은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시장을 지난 카멜시의 산시미온 해안에서 촬영.
반란을 꿈꾸는 독재자의 관저는 해롤드 로이드 저택에서 촬영.
어설픈 세트 폭파 장면. 뻣뻣하게 서있는 마네킹들이 보인다.
산시미온 해안은 캘리포니아에서 유일하게 촬영이 가능한 해변이었다. 여기에 랜돌프 허스트의 개인 해안지역을 빌려 가짜 군기지 세트를 지어놓고 영화를 찍었다.
극중 모든 무기는 모형이 아닌 실제 전투용 실총을 사용했다.
창고에 갇힌 아놀드가 빠져나오면서 벌이는 싸움은 국내 극장은 물론이고 미국 개봉 당시에도 삭제됐다.
이번 감독판 DVD를 통해 처음 공개된 이 장면이 극장 개봉시 삭제된 장면.
아놀드가 도끼로 병사의 팔을 잘라내는 장면도 극장 개봉시 삭제됐다. 아놀드는 잘라낸 팔로 병사의 뺨을 때리자는 아이디어를 내놨으나 제작진이 너무 잔인하다며 반대해 팔을 버리는 것으로 촬영.
선배격인 '람보'가 1982년에 M60 기관총을 한 손으로 들고 쏘는 장면을 처음 선보인 뒤 근육질 주인공들이 앞다퉈 흉내냈다. 아놀드는 실베스터 스탤론보다 체구가 커서 M60이 마치 M16 소총처럼 보인다.
M60을 한 손으로 다루는 만큼 M16을 한 손으로 쏘는 것쯤은 우습다.
이 작품의 성공 비결은 현실을 과장시켜 대형 액션으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마치 일종의 팝아트처럼 어느 장면에 과장된 액션이 필요한 지 잘 알아서 삽입한 점이 히트의 비결이었다.
잔인한 악당을 맡은 버논 웰스가 원래 아놀드 역할을 하기 위해 오디션을 봤다.
막판 결투 장면은 폭스 스튜디오 지하 보일러실에서 촬영. 불길이 타오르는 보일러 또한 실제다.
아놀드가 던진 무쇠 파이프가 적의 가슴에 꽂히는 장면은 국내 극장 개봉시 삭제됐다. 물론 비디오 테이프에도 나오지 않는다.
아놀드의 딸로 나온 아역 배우는 지금 가수로도 맹활약하는 알리사 밀라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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