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트리 오브 라이프 (블루레이)

울프팩 2013. 3. 11. 22:25
테렌스 멜릭 감독의 '트리 오브 라이프'(The Tree of Life, 2011년)는 한 편의 추상화 같은 영화다.
분절되고 단락된 이미지의 나열, 하지만 한 걸음 떨어져서 보면 신을 향해 인간의 구원을 갈구하는 거대 담론으로 묶인 추상화다.

내용은 잭(숀 펜)이 어린 시절을 더듬으며 엄격했던 아버지(브래드 피트)와 빚은 갈등, 어머니(제시카 차스테인)에 대한 그리움, 일찍 세상을 뜬 형제에 대한 기억들이 고통스럽게 소용돌이치는 이야기다.
멜릭 감독은 이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신에게 구원을 바라는 인간 존재에 대한 실존주의적 질문을 던진다.

그만큼 이 작품은 깊은 사색을 통해 해답을 찾으려는 구도자에게는 복음서처럼 다가오겠지만, 이야기의 힘을 믿는 스토리텔러들에게는 갈 곳 잃은 이미지들이 방황하는 난해한 작품으로 보일 수 있다.
그나마 멜릭 감독의 이전 작품들을 보면서 터득한 방법이 있다면 순간의 이미지에 빠져드는 것이다.

즉, 그의 작품에서는 앞 뒤 맥락보다 눈 앞에 보이는 이미지의 아름다움을 최대한 즐기는 것이다.
마치 사진작가의 작품처럼 순간의 스틸 컷이 주는 아름다움을 오롯이 즐길 수 있다면 그다지 난해한 작품이 아닐 수 있다.

이 작품도 예외가 아니다.
멜릭 감독은 이 작품 역시 영상에 최대한 공을 들였다.

이를 위해 엠마뉴엘 루베즈키 감독은 다양한 카메라를 동원해 들고찍기로 섬세한 영상을 만들었다.
덕분에 이 작품은 한 편의 영상시처럼 아름다운 이미지들이 줄줄이 펼쳐진다.

특히 이 작품에서 유독 자주 보이는 것은 거대한 높이감이 느껴지는 앙각샷들이다.
하늘을 향해 꼿꼿이 머리를 세운 코브라처럼 유독 받음각이 큰 앙각샷들은 우러름의 시각을 느끼게 한다.

더불어 일상적인 샷들도 카메라의 높이가 아주 낮다.
그대로 인간 존재의 미미함을 느끼게 해주는 높이다.

하지만 멜릭의 이전 작품이 그렇듯 이 작품에서도 설명이 부족한 부분이 보인다.
불친절하다는 점에서는 일관성이 있는 듯.

둘째의 죽음과 그 이후 가족이 겪게 된 이야기들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중년이 된 잭으로 성큼 건너 뛴다.
그렇다 보니 잭이 느끼는 고뇌와 번민이 피상적으로 다가오고 더더욱 이미지만 남는다.

그런 점에서 숲은 보되 나무는 보지 못했고, 설령 나무를 봤더라도 듬성듬성 본 작품이 돼버렸다.
허나 멜릭 감독이 특유의 시적 감수성으로 바라본 나무들은 대단히 아름답다.

1080p 풀HD의 1.85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우수하다.
필름으로 촬영한 영상들은 아날로그 특유의 고운 입자감이 느껴지고, 일부 디지털 영상들은 물로 씻은 듯 말끔하다.

DTS-HD 7.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요란한 서라운드 효과보다 부드러운 울림으로 공간을 감싼다.
부록으로 제작과정이 한글 자막과 함께 수록됐고, 라이프랩스미디어에서 별도 제작한 소책자도 들어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이 작품은 2011년 제 64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전미비평가협회와 LA비평가협회 감독상과 여우조연상 등을 받았다.
이 작품에서 단연 빛난 것은 엠마누엘 루베즈키의 촬영이다. 그는 이 작품으로 크리스틱초이스, 전미비평가협회, LA비평가협회, 뉴욕비평가협회에서 주는 촬영상을 받았다.
우주의 기원과 생명의 탄생을 다룬 초반 이미지컷들은 더글라스 트럼불이 특수효과를 맡았다. '2001 스페이스오딧세이' '블레이드 러너' '미지와의 조우' 등 여러 작품에서 뛰어난 특수효과 실력을 보여준 그는 이 작품을 위해 오랜만에 다시 돌아와 페인트, 섬유유연제 등 여러 화학용제에 기름을 섞거나 광선을 비추고 회전시키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오묘한 영상을 만들어 냈다.
거대한 화산폭발 장면은 아이맥스 카메라로 촬영.
이 작품은 영상에 따라 여러 카메라가 쓰였는데, 트럼불이 맡은 초반 특수효과 장면에서는 고속 촬영이 가능한 팬텀카메라도 사용했다.
극단적인 앙각이 돋보이는 샷. 항상 낮은 자세로 임하게 만드는 앵글이다.
특수 효과가 사용된 일부 장면에서는 HD 촬영용 디지털카메라인 레드원이 쓰였다.
엄마를 연기한 제시카 차스테인. 멜릭 감독은 기본적으로 35미리 필름카메라를 메인으로 사용했다.
멜릭 감독은 인공 조명과 필터 사용을 배제하고 자연광 만으로 찍을 것을 고집했다.
멜릭 감독은 2시간이 넘는 극장판 외에 원래 의도한 6시간짜리 확장판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영화에 쓰인 클래식 곡과 더불어 알렉상드르 데스플라가 맡은 장엄한 음악도 훌륭했다.
바닷가 장면은 미국 텍사스주 마타코르다 카운티에서, 소금벌판은 유타주 솔트플랫 사막에서 촬영.
이 작품은 가족 때문에 상처를 받은 멜릭 감독의 자전적 내용도 포함됐다. 멜릭은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았고 두 남동생은 화재와 자살로 세상을 떴다.
브래드 피트는 원래 출연하기로 했던 다른 배우가 빠지면서 나오게 됐다. 인공조명을 배제하면서 창문이 남쪽으로 난 집을 주 촬영장소로 선택했다.
멜릭 감독은 텍사스 오스틴에서 찍고 싶었지만 작품 속 배경인 1950년대 치고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오스틴에서 64km 떨어진 스미스빌에서 찍었다.
꽃이 있는 식탁
고은경 저
트리 오브 라이프
Terrence Malick 감독/브래드 피트 출연/숀 펜 출연/Jessica Chastain 출연
트리오브 라이프 : 블루레이
예스24 | 애드온2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카게무샤 (블루레이)  (10) 2013.03.13
서커스  (0) 2013.03.12
바바렐라  (2) 2013.03.10
피터팬 (블루레이)  (2) 2013.03.08
구타유발자들  (0) 2013.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