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해리의 소동

울프팩 2013. 4. 17. 07:00

'해리의 소동'(The Trouble With Harry, 1955년)은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작품 중에서 이단에 속하는 영화다.
스릴러의 거장인 그가 만든 블랙코미디로, 제작사인 파라마운트의 우려대로 흥행에 실패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히치콕의 이름 때문에 무서운 스릴러를 기대한 탓이지, 결코 못만든 작품이 아니다.
어느 평화로운 마을에서 발견된 시체 때문에 벌어지는 소동을 적당한 웃음과 긴장감 넘치는 영상으로 묘사했는데, 웃음과 스릴리 적절히 조화돼 시종일관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다.

결코 끔찍한 살인 행위나 무서운 장면이 등장하지 않으면서도 도대체 범인이 누구인 지 수수께끼처럼 펼쳐지는 이야기에 긴장하게 되고, 은유적인 에로티시즘과 비꼬는 농담이 가미된 대사에 절로 웃음이 나온다.
히치콕의 다른 면모를 발견한 듯 해서 오히려 신선하고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더불어 이 작품으로 눈에 띈 셜리 맥클레인의 매력도 빼놓을 수 없다.
잇따른 섭외가 무산되면서 히치콕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마지막 캐스팅한 여주인공이 바로 셜리 맥클레인이었다.

당시 일개 무명 댄서였던 그는 이 작품에서 어리숙해 보이는 모습으로 묘한 매력을 발산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이와 함께 미국 버몬트 주의 목가적인 풍경도 빼놓을 수 없다.

처음부터 평화로운 마을에서 벌어지는 무서운 살인사건에 초점을 맞춘 히치콕은 배경이 되는 마을을 더 할 수 없이 아름다운 풍경을 지닌 곳으로 골랐다.
절반 가량은 스튜디오 촬영이긴 하지만 간간히 나오는 로케이션 풍경은 늦가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을 만큼 아름답다.

역시 유니버셜에서 나온 '히치콕 컬렉션'에 포함된 이 작품의 DVD는 16 대 9 애너모픽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한다.
화질은 잡티가 보이고 간간히 미세하게 프레임이 떨리지만 전반적으로 색색으로 물든 단풍의 색감이 잘 살아 있는 등 DVD 치고는 볼 만 하다.
부록으로 제작과정이 한글 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어느날 우연히 시체가 발견되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다뤘다. 원작은 잭 트레버가 쓴 100페이지 분량의 소설 '해리의 소동'이다. 이를 출간되기 전에 읽은 히치콕은 '전원문학'이라고 불렀다.
원작의 영국 마을은 영화에서 미국 버몬트의 세인트 존스버리 인근 마을로 바뀌었다.
이 작품의 히로인 셜리 맥클레인. 프로듀서 핼 월리스가 브로드웨이 뮤지컬 '파자마게임'을 보다가 대역으로 나온 셜리를 발견하고 히치콕에게 추천했다. 셜리는 당시 21세의 코러스걸이자 무명 댄서였다.
화가의 그림은 젊은 아티스트인 존 페렌이 그렸다.
어김없이 히치콕이 카메오로 등장. 창 밖 자동차 뒤로 바바리코트를 걸친 채 지나가는 사람이 히치콕이다.
원래 히치콕은 화가 역에 캐리 그랜트를 염두에 뒀으나 높은 출연료와 수익 분배 때문에 불발됐다. 이후 히치콕은 윌리엄 홀덴을 원했으나 역시 불발된 뒤 존 포사이스를 캐스팅했다.
은퇴한 선장 역은 히치콕과 친분이 두터운 80대 영국 배우 에드먼드 그웬이 맡았다.
부보안관 캘빈은 원작 소설에 없는 캐릭터를 히치콕이 추가했다. 낮은 앵글 샷이 안정적이다.
히치콕은 젊은 엄마 역에 그레이스 켈리를 원했다. 그러나 섭외가 불가능하자 다시 히치콕이 딸처럼 예뻐했던 프랑스계 배우 브리짓 어버를 염두에 뒀다. 그러나 어버의 불어 억양 때문에 포기했다.
파라마운트는 이 작품에 시큰둥했다. 히치콕은 이 작품에 대해 "정기적인 일(스릴러)에서 벗어나 재미삼아 기분전환으로 만든 영화"라고 말했다.
히치콕은 이 작품에서 아름다운 색으로 가득한 풍광을 소름끼치는 살인사건의 대척점으로 삼으려 했다.
촬영 당시 버몬트에 허리케인 캐럴이 몰아쳐 나무가 쓰러지고 사방이 쑥대밭이 됐다. 그래서 무덤 파는 장면 등은 파라마운트 스튜디오에 만든 세트에서 찍었다.
음악은 줄리어드 음대 출신의 발레와 오페라 작곡가 겸 교향악단 지휘자인 버나드 허먼이 맡았다. 그는 영화 '시민 케인'의 음악도 담당했다.
이 작품에는 화가와 젊은 아낙, 노선장과 노처녀 등 두 개의 러브스토리가 존재한다.
가끔씩 저절로 열려 긴장감을 불어 넣는 옷장문은 일종의 맥거핀이다.
히치콕은 허리케인으로 떨어진 단풍들을 관에 담아 파라마운트 스튜디오로 옮긴 뒤 일일이 가짜 나무에 나뭇잎을 핀으로 꽂고 스프레이를 뿌려 버몬트처럼 꾸몄다. 시체는 필립 트룩스라는 배우가 연기했다.
히치콕 콜렉션 블랙디지팩 (로프 나는비밀을알고있다 싸이코 의혹의 그림자 파괴공작원 이창 해리의 소동) 7Disc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
히치콕
윤철희 역
꽃이 있는 식탁
고은경 저
예스24 | 애드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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