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의 소동'(The Trouble With Harry, 1955년)은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작품 중에서 이단에 속하는 영화다.
스릴러의 거장인 그가 만든 블랙코미디로, 제작사인 파라마운트의 우려대로 흥행에 실패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히치콕의 이름 때문에 무서운 스릴러를 기대한 탓이지, 결코 못만든 작품이 아니다.
어느 평화로운 마을에서 발견된 시체 때문에 벌어지는 소동을 적당한 웃음과 긴장감 넘치는 영상으로 묘사했는데, 웃음과 스릴리 적절히 조화돼 시종일관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다.
결코 끔찍한 살인 행위나 무서운 장면이 등장하지 않으면서도 도대체 범인이 누구인 지 수수께끼처럼 펼쳐지는 이야기에 긴장하게 되고, 은유적인 에로티시즘과 비꼬는 농담이 가미된 대사에 절로 웃음이 나온다.
히치콕의 다른 면모를 발견한 듯 해서 오히려 신선하고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더불어 이 작품으로 눈에 띈 셜리 맥클레인의 매력도 빼놓을 수 없다.
잇따른 섭외가 무산되면서 히치콕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마지막 캐스팅한 여주인공이 바로 셜리 맥클레인이었다.
당시 일개 무명 댄서였던 그는 이 작품에서 어리숙해 보이는 모습으로 묘한 매력을 발산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이와 함께 미국 버몬트 주의 목가적인 풍경도 빼놓을 수 없다.
처음부터 평화로운 마을에서 벌어지는 무서운 살인사건에 초점을 맞춘 히치콕은 배경이 되는 마을을 더 할 수 없이 아름다운 풍경을 지닌 곳으로 골랐다.
절반 가량은 스튜디오 촬영이긴 하지만 간간히 나오는 로케이션 풍경은 늦가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을 만큼 아름답다.
역시 유니버셜에서 나온 '히치콕 컬렉션'에 포함된 이 작품의 DVD는 16 대 9 애너모픽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한다.
화질은 잡티가 보이고 간간히 미세하게 프레임이 떨리지만 전반적으로 색색으로 물든 단풍의 색감이 잘 살아 있는 등 DVD 치고는 볼 만 하다.
부록으로 제작과정이 한글 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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