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니 할린 감독의 최근작 '헤라클레스 : 레전드 비긴즈'(The legend of Hercules, 2014년)를 보면 절로 한숨이 나온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망가졌는 지, 더 이상 그에 대한 기대를 접어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
꽤 잘 만든 쿨한 액션영화 '클리프행어' 이후 그는 계속 내리막길이다.
사람마다 호불호가 갈리긴 하지만 '컷스로트 아일랜드' '롱키스 굿나잇'은 그런대로 볼 만 했다.
하지만 '드리븐' '엑소시스트4' '마인드헌터' 등 대부분의 작품들은 흥행 성적이 좋지 않아 본전도 못건질 만큼 처참하게 망가졌다.
특히 '컷스로트 아일랜드'는 아예 제작사인 캐롤코를 파산으로 몰아 넣었다.
약 7,000만 달러의 제작비가 투입된 이 작품도 마찬가지.
미국에서는 1,885만 달러를 버는데 그쳤고, 해외 수입도 2,560만 달러에 불과해 벌어 들인 돈이 제작비의 절반을 약간 넘는 4,445만 달러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액션 영화로서는 활극이 참 밋밋하다.
거기에다 느슨한 얼개의 성긴 이야기는 액션을 만들어 내기 위해 억지로 짜맞춘 느낌이다.
사실상 슈퍼 영웅의 원조격인 헤라클레스라면 네메아의 사자를 때려잡고 히드라를 물리친 활약을 기대하기 마련인데, 시리즈를 염두에 둬서 그런지 몰라도 그의 영웅담을 충분히 만끽하기에는 모자란 내용이다.
심각한 것은 원전의 왜곡이다.
SF영화도 아니고, 아무리 감독이 현대적 시각으로 재해석했다고 하지만 널리 알려진 전설을 멋대로 뜯어고쳐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놓았다.
이처럼 왜곡된 이야기는 헤라클레스라는 캐릭터의 매력까지 갉아 먹었다.
그 바람에 영화는 선장을 잃고 표류하는 난파선처럼 갈피를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흔들린다.
이런 식이라면 과연 후속작이 나올 지 의문이다.
1080p 풀HD의 2.35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는 최신작 답게 화질이 좋다.
DTS-HD 7.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확실한 방향감과 소리의 이동성으로 제대로 된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부록도 단촐해서 15분 분량의 HD로 만든 제작과정이 한글 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헤라클레스의 아버지 임피트리온 왕을 연기한 스콧 앳킨스. 영화에서는 아들을 죽이려 하는 못된 왕으로 나오지만 실제 그리스 로마신화에서는 제우스의 아들인 헤라클레스를 보호한다.
헤라클레스는 '헤라의 영광'이란 뜻. 임피트리온 왕의 부인인 알크메네 왕비는 이틀 연속으로 두 아들을 낳았는데, 영화와 반대로 형이 헤라클레스이고 동생이 이피클레스이다. 이 중 헤라클레스는 바람기 많은 제우스 신의 아들이다.
알크메네 왕비는 제우스 신의 부인인 헤라 여신의 노여움을 살까봐 헤라클레스를 들판에 버린다. 이를 처녀 신인 아테나가 주워서 천상으로 올라가 누구 자식인 지 모르는 헤라 여신에게 젖 동냥을 한다. 아기의 젖 빠는 힘이 너무 세서 깜짝 놀라 헤라가 떼어내다가 젖이 흘러 은하수(milkyway)가 된다.
모든 배우들은 승마와 검투 등 액션을 직접 연기했다. 방패와 검 등 소품도 직접 제작했는데, 검의 경우 구부러지는 것을 막기 위해 섬유 유리판에 구리를 덧씌우고 스프링 강선을 집어 넣어 휘지 않게 만들었다.
원래 3D를 좋아하지 않는 레니 할린은 처음으로 3D 제작을 시도했다. 감독은 여러 대의 3D 카메라에서 영상의 일치를 위해 모든 남자배우들에게 다리와 가슴의 털을 깎으라고 요구했다.
미국드라마 '스파르타쿠스' 시리즈에서 주인공을 연기한 리암 맥킨타이어가 헤라클레스를 돕는 장군으로 등장. 소형 검투장, 궁전 일부 등은 직접 만든 실물 크기의 세트다.
헤라의 젖을 빨면 죽지 않는 신이 되지만, 헤라는 인간의 아기인 헤라클레스에게 영생의 힘만 빼고 젖을 물린다. 헤라클레스는 아기 시절 헤라가 보낸 두 마리 독사를 각각 한 손에 쥐고 목을 졸라 죽인다.
천하장사였던 헤라클레스는 18세때 가볍게 친 사람이 죽어 형벌로 키타이론 산에서 양치기 일을 하게 된다. 그때 헤라가 보낸 사자가 양떼를 덮치자 맨 손으로 입을 찢어 죽이고 가죽을 벗겨 입고 다닌다. 하지만 훗날 많은 신화작가들이 이를 네메아의 사자 가죽으로 옮기는 바람에 그렇게 알려졌으나 원전은 다르다.
헤라클레스를 연기한 켈란 루츠는 '트와일라잇'에 출연했고, 캘빈클라인 속옷 모델을 했다. 최고 스타들이 보이지 않는 점도 흥행 실패와 관련이 있을 듯 싶다.
공주 헤베를 연기한 가이아 와이즈는 어머니가 열렬한 그리스 신화 팬이어서 헤라클레스 할머니 뻘인 가이아에서 이름을 따왔다고 한다. 원래 신화에서 헤베는 영화와 달리 청춘의 여신이다. 헤라클레스가 죽어 천상에 오른 뒤 헤라가 가엽게 여겨 헤베를 짝지워 준다.
헤라클레스는 12가지 노역, 즉 모험담으로 유명하다. 여기에는 네메아의 사자와 히드라 퇴치, 게리온의 황소와 아마존 여왕의 허리띠 포획, 헤스페라이디스의 황금사과 찾아오기 등이 있다.
영화는 정작 중요한 헤라클레스의 모험담은 보여주지도 못하고 엉뚱하게 신화와 달리 아버지와 싸우다가 끝난다. 신화에서 헤라클레스는 음모에 빠져 독에 적신 옷을 입고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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