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성탈출 시리즈는 아무리 잘 만들어도 프랭클린 샤프너 감독이 1969년에 만든 오리지널 '혹성탈출' 시리즈 만큼 충격을 줄 수 없다.
오리지널 작품의 마지막 장면이 보여준 가공할 공포에 가까운 반전의 충격 영상을 능가하는 작품은 거의 없다.
그 이후 2000년대 들어 나온 리메이크작들이 선택한 것은 충격 대신 실감이었다.
얼마나 리얼한 영상과 특수효과로 원작이 보여주지 못한 사실적인 볼거리를 선사하느냐에 승부를 걸었는데, 현명한 선택이다.
갈 수록 진화하는 컴퓨터 기술은 원작의 분장도 놀라웠지만 이를 뛰어 넘는 생동감을 영화에 불어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매트 리브스 감독이 만든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Dawn of the Planet of the Apes, 2014년)은 이야기의 완성도를 떠나 가장 앞선 시각 효과와 볼거리를 선사한다.
영화는 전작보다 세월이 흘러 멸망 위기에 처한 인류와 숲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유인원의 대비된 삶을 보여준다.
사람들은 전기 공급조차 끊겨 숲보다 못한 도시에서 힘들게 살아가지만 유인원들은 숲에서 새로운 사회를 형성해 종족의 융성을 꿈꾼다.
전작에서 말하는 유인원이 충격이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도구와 탈 것을 사용하는 모습이 충격적이다.
불을 피우고, 집을 짓고, 총을 쏘며 심지어 말을 타고 다닌다.
그 앞에선 인간은 참으로 무기력해 보인다.
"유인원들은 전기가 없어도 살며 추위에도 잘 견디며 맨 몸으로 잘 싸운다"는 대사가 문명의 이기가 없을 때 인간가 얼마나 나약한 존재가 될 수 있는 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과정을 보여주는 매트 리브스 감독의 영상은 참으로 속도감있다.
유인원들이 빠르게 말을 타고 질주하며 인간들을 습격하는 모습과 폐허가 된 건물을 훑으며 인간을 잡아가는 모습은 보는 사람이 현장에 있는 것처럼 생동감 있다.
이를 위해 들고 찍기로 현장감을 살렸고 적절하게 부감과 클로즈업 등을 오가며 현장의 분위기를 TV 중계하듯 잘 전달했다.
급기야 유인원들이 인간들의 요새 같은 거주지를 공략하는 장면과 잡은 사람들을 모아놓고 겁을 주는 장면은 묘한 긴장과 공포감을 불러 일으킨다.
그러나 이 작품이 주는 진정한 공포는 사람 같은 유인원들의 행동이 아니라 극한의 대립으로 치닫는 과정이 불러일으키는 기시감이다.
사람과 유인원이 공존의 방안을 찾으면서도 대립하다가 폭발하는 과정은 마치 미국과 이슬람 세계의 충돌을 보는 것 같다.
영화는 사람과 유인원의 대립 과정과 갈등 해소의 국면을 통해 서로 다른 문명과 민족에 대한 이해와 포용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물론 그 과정이 순탄치 않다.
그렇기에 "인간과 유인원의 신뢰가 얼마나 갈까. 우린 그 끝을 안다"는 대사가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그런 점에서도 구성도 좋았고 메시지도 뚜렷하게 살아 있으며 시각적으로도 볼 만한 작품이다.
1080p 풀HD의 1.85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최근작 답게 화질이 아주 좋다.
특히 컴퓨터그래픽으로 재현한 유인원의 털 하나 하나까지 보일 만큼 디테일이 발군이다.
DTS HD MA 7.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리어 활용도가 높아서 서라운드 효과가 잘 살아 있다.
부록으로 감독의 음성해설, 웨타디지털의 시각효과, 배우들 인터뷰, 액션 및 퍼포먼스 캡처 촬영, 세트 디자인, 삭제장면 등 다양한 내용이 모두 한글자막과 함께 HD 영상으로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유인원의 우두머리 시저의 모션캡처 연기는 전편에 이어 앤디 서키스가 맡았다. '반지의 제왕' 골룸을 계기로 유명해진 그는 이제 모션캡쳐 연기의 최고 달인이 됐다.
유인원의 숲 속 마을은 태풍 카트리나가 휩쓸고 가서 폐허가 된 뉴올리언스의 식스 플래그 밖 주차장에 세트를 만들었다.
매트 리브스 감독은 어려서부터 오리지널 '혹성탈출' 시리즈의 광팬이었다고 한다. 1편은 TV로 처음봤고 2편은 8mm 테잎으로 구해 여러 번 되풀이 해 봤다고 한다.
이 작품은 85% 분량을 야외에서 찍었다. 다만 금문교는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든 가짜다.
비참하게 변한 인류의 삶. 초반 불꺼진 지구 장면은 유인원들의 여명으로 시작한다는 뜻으로, 감독이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에서 영감을 받아 구현했다.
스턴트맨들이 주로 연기한 유인원들의 모션 캡처도 카메라 장비를 갖고 나가 야외에서 찍었다. 실사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야외 촬영이 가능하도록 모션 캡처 카메라를 특수 제작했다. 일부 말은 CG다.
극 중 유인원들은 수화를 통해 의사를 소통한다. 동물학자들에 따르면 침팬지에게는 수화를 가르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극 중 유인원들이 사용한 수화는 영화를 위해 따로 만들었다.
워낙 유인원들의 연기가 뛰어나 배우들의 연기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자연스런 유인원의 움직임은 극 중 로켓을 연기한 퍼포먼스 전문가 테리 노터리가 가르쳤다. 그는 2001년에 만든 팀 버튼의 '혹성탈출'에서도 배우들에게 유인원의 움직임을 지도했다. 그가 배우들을 지도하는 영상이 블루레이에 부록으로 들어 있다.
숲 속 장면과 도심장면 등은 겨울에 밴쿠버, 여름에 뉴올리언스에서 찍었다. 밴쿠버의 경우 나무들을 모두 베어낸 거대한 채석장에 유인원 마을 세트를 지었다.
2.35 대 1 화면비를 택한 전작과 달리 이번 작품은 1.85 화면비로 찍었다. 이유는 유인원들이 말을 타고 마천루에서 대결을 벌이는 등 높이가 중요했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실제 나무와 이끼까지 가져다가 만든 유인원 마을 세트를 촬영을 위해 모두 불질렀다.
제프 니콜스, 길레르모 델 토로, 후안 카를로스 프레스나디요 감독 등이 이 작품의 연출로 고려됐다.
이 작품은 알렉사 카메라를 이용해 3D로 촬영됐다.
감독은 존 포드 감독의 '수색자들' 등 옛날 고전 영화들을 참조했다.
시저와 코비가 마천루에서 결투를 벌이는 장면은 유일하게 세트를 만들지 않고 찍었다. 이 장면은 모션캡처 촬영 공간인 볼룸이라는 곳에서 찍고 CG로 배경을 만들어 넣었다.
유인원을 연기한 배우들은 테리 노터리의 지도 아래 6주동안 훈련을 받았고, 탄소섬유로 만든 인공팔을 붙이고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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