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영화

300

울프팩 2007. 3. 23. 14:50
잭 스나이더 감독의 '300'은 피로 쓴 서사시다.
BC 480년, 300명의 스파르타 결사대가 수십만명의 페르시아 군대를 무찌르고 장렬히 전사한 테르모필레 전투를 다룬 영화는 시종일관 처음부터 끝까지 온통 붉은 색으로 덮힌다.
스파르타 병사들의 장미꽃잎처럼 붉은 망토, 칼부림이 일때마다 방울져 사방으로 흩어지는 적포도주같은 피 등 온통 붉은 색 일색이다.

강렬한 색감만큼 모든 장면이 광고 사진을 보는 것처럼 환상적인 비주얼을 자랑한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원작 만화가 '씬시티'로 유명한 프랭크 밀러의 작품이기 때문.

비디오 게임같은 '새벽의 저주'로 액션공포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잭 스나이더 감독답게 이 작품 역시 만화책을 그대로 옮긴 듯한 화면으로 강렬한 시각적 충격을 선사한다.
특히 DLP를 이용한 디지털 상영관에서 본다면 눈을 찌를 정도로 생생한 색감이 부담스러울 정도.

사실 현실보다 더 명료한 색감과 느리게 움직이는 액션은 비디오 게임처럼 비현실적이다.
그렇기에 목이 날아가고, 팔 다리가 잘리는 잔혹한 액션씬 마저도 징그럽거나 무섭다기 보다 게임을 보는 것처럼 무덤덤하다.

화려한 비주얼에 비해 드라마는 좀 떨어지는 느낌이다.
'씬시티'는 시각적 요소 못지 않게 드라마가 받쳐주었기에 빠져드는 힘이 있었는데, 이 작품은 성긴 뜨게질처럼 날줄과 씨줄이 다소 엉성한 느낌이다.
특히 지나친 이분법에 입각해 스파르타의 상대인 페르시아군을 괴물과 마법, 불멸의 군대까지 동원하는 사악한 존재로만 묘사한 점이 아쉽다.

원작을 그대로 살려야 하는 한계가 있었겠지만 300명의 용사들의 좀 더 인간적인 이야기가 가미됐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아니면, 차라리 '새벽의 저주'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액션으로 밀어붙였더라면 마초이즘에 열광하는 사람들을 더욱 사로잡았을 것이라는 생각이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매혹적이다.
아마 앞으로 나오는 액션영화들은 충격적인 비주얼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해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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