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의 사생활'이라는 제목의 비디오로 국내 출시됐던 쥬스트 자캉 감독의 'O의 이야기'(The Story of O, 1975년)는 영상보다 음악으로 먼저 만난 작품이다.
80년대 FM 영화음악 코너에서 피에르 바첼렛의 아름다운 선율의 주제곡을 여러 번 틀어줘 카세트 테이프에 녹음해 놓고 듣곤 했다.
얼마전 이 작품이 블루레이로 미국에서 출시됐다.
영상을 최대한 깨끗이 복원해 과거 비디오와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다.
무엇보다 국내에 나온 비디오는 상당 분량이 난도질 당했지만 블루레이는 무삭제 영상을 담고 있다.
그러나 포르노로 알고 본다면 큰 오산이다.
물론 헤어 누드와 채찍질 등 변태적 성행위가 나오기는 하지만 국산 에로물 수준이다.
인터넷 음란물 수준의 직접적인 성행위는 전혀 없는 만큼 포르노라는 비교는 가당찮다.
다만 일정한 장소에서 여성을 무조건 복종하게끔 훈련시켜 색다른 성적 취향을 추구한다는 줄거리 자체가 독특할 뿐이다.
70년대 작품이라는 사실을 잊고 보면 이 작품의 영상은 요즘 에로물과 별다를 게 없다.
하지만 이 작품 이후 등장한 에로 영화들이 이 작품의 영상을 교과서삼아 흉내냈다는 점을 알고보면 새삼 달리 보인다.
B급 영화의 거장인 자캉 감독은 '엠마누엘'을 시작으로 이 작품을 거쳐, '채털리 부인의 사랑' 등 여러 편의 작품을 만들며 클로즈업의 적절한 사용 등으로 에로 영화의 영상을 개척한 인물이다.
당연히 그의 농밀한 분위기를 뿜어내는 영상은 후대 감독들에게 전범이 될 수 밖에 없었다.
더불어 이 작품을 빛나게 해준 것은 아름다운 음악이다.
그러고보니 '살로'도 그렇고 '빌리티스' '엠마누엘' 등 범상치 않은 영화들의 음악이 다들 아름답다는 점도 특이하다.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영상은 그저 그런 편.
다만 과거에 나온 비디오나 DVD에 비하면 월등 좋다.
일부 장면은 뿌옇고 필름 손상 흔적이 보인다.
음향은 돌비디지털 2.0을 지원하며 부록으로 감독 음성해설과 예고편, 갤러리, 바이오그래피가 들어있다.
안타까운 것은 영어 자막조차 없다는 점.
듣기에만 의존해야 하므로 좀 불편하다.
<블루레이를 순간포착한 장면들>
포르노로 잘못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배우들은 성행위 흉내만 낼 뿐. 자캉 감독은 얼굴 클로즈업 등을 통해 농밀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여주인공인 사진작가 'O'를 연기한 코린 클러리는 1950년에 태어난 프랑스 배우다. 배우를 하기 전에는 모델로 활동했다.
클러리는 이 작품 이후 주로 B급 에로물에 많이 등장했다. 그를 만날 수 있는 의외의 작품은 007 시리즈였다. 그는 79년에 나온 11번째 시리즈 '007 문레이커'에서 본드걸 듀포이로 나왔다.
남자 주인공 르네를 연기한 우도 키에르는 44년 독일에서 태어났다. 그는 이 작품 이후 할리우드에 진출, '마이 프라이빗 아이다호' '에이스 벤추라' '블레이드' '도그빌' 등 잘 알려진 다수의 작품에 출연했다.
자캉 감독은 1940년에 프랑스에서 태어났다. 마리 클레르에서 아트 디렉터를 역임했고, 알제리 전쟁이 터지자 종군 기자로 활동하기도 했다.
자캉 감독은 알제리 전쟁 이후 이 작품의 여주인공 O처럼 엘르, 보그 등 패션잡지의 사진작가로 활동했다. 그때 브리짓드 바르도, 제인 폰다, 까뜨린느 드뇌브, 본드걸 출신의 우르술라 안드레 등 유명 스타들의 화보를 찍었다.
자캉 감독은 70년대 영화계에 입문, 74년 '엠마누엘'로 데뷔했고 이 작품과 81년 '차탈레이 부인의 사랑' 등 유명 에로 영화들을 감독했다. 지금은 조각가인 부인과 함께 파리에서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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