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답지 않게 아침부터 잔뜩 흐린 하늘에 이슬비까지 뿌렸다.
그런데도 6일(현지 시간) 오전 9시, 애플의 세계개발자회의(WWDC) 행사장인 모스콘센터 서관은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건물을 빙 둘러 길게 줄을 서 있었다.
개중에는 전날 저녁부터 밤새 기다린 사람들도 있단다.
입장료가 무려 1,700달러나 하지만 지정석이 아니어서 늦게 입장하면 행사장인 3층에 들어가지를 못해서 1층에 따로 마련한 방에서 스크린으로 봐야한단다.
이날 운집한 사람은 5,200여명.
스티브 잡스 애플 CEO에 따르면 입장권은 판매개시 2시간 만에 모두 동이 나 버렸단다.
기자들과 VIP 들은 미리 3층 입구에서 대기할 수 있었다.
30분 전인 9시30분에 입장이 시작되자 사람들이 우르르 뛰기 시작했다.
자리에 앉고보니 뛰는 이유를 알겠다.
잡스 얼굴이 똑똑히 보이기는 하지만 사진을 찍으면 똑딱이로는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10시 정각, 제임스 브라운의 히트곡 'I Feel Good'이 흐르는 가운데 잡스가 입장했다.
그의 병세에 대한 사람들의 우려를 불식하는 듯한 절묘한 선곡이다.
잡스가 들어서자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다.
흥분한 청중들의 환호가 마치 종교행사를 보는 것 같다.
언제나 그렇듯 검은 색 터틀넥 티셔츠, 청바지, 흰 운동화차림의 잡스는 아파서 그런지 아주 깡말랐다.
카랑카랑한 목소리도 약간 기운없게 들렸다.
그런데도 그는 장장 두 시간 동안 이어진 행사에서 40분을 소화했다.
그가 진행한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인 아이클라우드 소개는 압권이었다.
간결한 설명, 적절한 시연, 그리고 다시 뒷정리 식으로 진행되는 발표는 유명 강사의 대학 입시 강의같다.
아이폰 아이패드 매킨토시 심지어 PC까지 연동해 콘텐츠가 자동 업데이트 되고 함께 쓸 수 있는 아이클라우드는 아주 파괴력있는 서비스다.
심지어 공짜 아닌가.
그것도 5GB를 무료 제공하는데, 사진 음악 앱은 저장 용량으로 카운트하지 않으니 마음 편하게 쓰고 순전히 문서만으로 5기가를 채울 수 있단다.
파격적이다.
iOS5도 그 못지 않게 위력적이다.
우선 폰끼리는 물론이고 아이폰과 아이패드처럼 iOS 기기 간에도 와이파이로 무료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아이메시지가 추가된다.
카카오톡은 이제 아이폰 진영에서 위기를 맞게 된 셈이다.
iOS5 부터 PC로부터 벗어난다.
처음 기기를 구입하면 PC에 연결해 인증하는 작업이 사라져 바로 기기를 켜고 셋업한 뒤 사용할 수 있다.
OS 업데이트도 PC에 연결하지 않고 기기에서 바로 가능하단다.
여기에 주요 메모를 리마인드 시켜주는 기능, 트위터가 기본 삽입돼 사진을 찍으면 바로 트윗할 수 있는 기능 등이 돋보인다.
OS X 라이온은 스마트폰 기능을 많이 가져왔다.
손가락으로 패드를 쓸어넘겨 화면을 넘기고 두손가락으로 화면을 키우거나 줄이는 등 어지간한 일은 마우스 없이도 가능할 듯 싶다.
라이온은 7월부터 29.99달러에 업데이트를 제공하며, iOS5는 가을에 선보인다.
아이클라우드는 이날부터 iOS4.3 시험판에 포함돼 제공되지만 정식 버전은 iOS5를 통해 제공될 예정이다.
화장실 갈 시간도 주지않고 정신없이 몰아친 2시간의 행사는 많은 내용을 다뤘지만 언제 시간이 흘렀는 지 모를 만큼 재미있다.
다만 기기 발표를 기대했던 사람들은 기대를 올 가을로 미뤄야 했다.
아이폰5는 이로써 올 가을에 나오는게 확실한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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