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 쿠글러 감독의 '크리드'(Creed, 2015)는 록키 시리즈의 외전 같은 작품이다.
록키 시리즈를 창안한 실베스터 스탤론이나 존 G 아빌드센이 아닌 감독이 시리즈를 만든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제목이 말해주듯 이 작품은 주인공이 록키가 아닌 록키 시리즈이다.
1,2편에서 록키의 적수였던 아폴로 크리드의 아들이 록키를 찾아와 스승으로 삼아 복서가 되는 얘기다.
과거 3편에서 아폴로가 록키를 찾아 그를 훈련시켜 클로버 랭이 연기한 미스터 T를 꺾은 것과 반대의 구조를 갖고 있다.
크리드는 록키가 믹키에게 옛날식으로 훈련을 받아 세계 챔피언을 상대하듯 록키에게 믹키의 방법을 전수받아 세계 챔피언과 맞붙는 내용이다.
이 과정에서 록키가 애드리언과 사랑을 나누듯 크리드는 가수인 비앙카와 연인이 된다.
이처럼 여러가지 구조와 이야기가 다른 시리즈를 답습한다는 점에서 시리즈의 연장선상으로 볼 수 있다.
그만큼 이 작품은 다른 작품들과 공통점이 많다.
록키 시리즈의 기본적인 바탕은 바로 등장인물들과 끈끈하게 맺어지는 정이다.
그것이 연인이 됐든 사제지간이든 부자지간이든 서로가 믿음과 사랑으로 보듬는다는 기독교적 정서가 밑바탕에 깔려 있다.
이 작품도 마찬가지다.
크리드가 아버지에게서 느끼지 못했던 정을 스승으로 삼는 록키에게서 느끼는 과정을 따뜻하게 보여준다.
또 이기기 힘들 것이라고 본 상대와 맞붙어 시합을 치르며 버티는 과정을 통해 록키 1편에서 강조한 아메리칸 드림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다른 점이 있다면 등장인물이 바뀐 만큼 경기 장면도 바뀌었다.
1편과 2편에서 흑인 챔피언인 아폴로에게 도전하는 백인 도전자 록키에게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작품은 백인 챔피언에게 맞서는 흑인 크리드가 주인공이다.
두 근육질의 선수가 맞붙는 장면은 여전히 격렬하고 파괴적이다.
특히 카메라가 링으로 파고들어 경기 장면을 헤짚는 듯한 영상이 인상적이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록키에게서 느껴지는 세월의 흐름이다.
앞으로 록키 시리즈가 얼마나 더 이어질 지는 모르지만 나이든 스탤론의 모습을 보면 그렇게 한 세대를 풍미했던 우리들의 영웅이 세월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1080p 풀HD의 2.40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최신작답게 화질이 좋다.
입자감이 느껴지는 화질은 거친 복싱의 세계와 잘 어울렸다.
DTS HD 7.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리어를 아주 잘 활용해서 서라운드 효과가 좋다.
각종 생활 소음이 풍성하게 흘러 나오는 리어를 비롯해 채널 활용도가 높아서 채널 별로 다양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특히 시합 장면 때 사방에서 쏟아져 나오는 함성 소리를 들으면 마치 링 한 복판에 서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부록으로 제작과정과 배우 인터뷰, 삭제장면 등이 한글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이번 작품은 흑인 록키의 탄생을 다뤘다. 이 작품은 스탤론이 대본을 쓰지 않은 첫 번째 록키 시리즈다.
여전히 록키의 고향인 필라델피아를 무대로 했다. 미국 독립기념관이 있는 필라델피아는 아메리칸 드림을 상징하는 도시이기도 하다.
스탤론은 이 작품 촬영 직전에 장남 세이지 스탤론을 심장마비로 잃었다. 사망 당시 36세였던 세이지는 아버지와 달리 운동을 싫어하고 패스트푸드 등을 즐겼다고 한다. 아내와 처남의 묘지를 찾은 록키의 뒷모습이 유독 쓸쓸해 보인다.
스피드를 늘리기 위해 닭은 잡는 장면은 록키 1편에서 믹키가 훈련시켰던 방법이다. 개봉 당시 스탤론은 록키 1편(1976년) 개봉 때 스승 믹키 역할을 한 버지스 메레디스와 같은 나이인 69세였다.
각본도 쓴 라이언 쿠글러 감독은 그와 부친의 관계에서 영감을 얻었다. 쿠글러 감독도 운동선수를 했다.
크리드 역을 맡은 마이클 B 조던. 그는 감독의 전작인 '오스카 그랜트의 어떤 하루'에서 주연을 맡으며 감독과 친해졌다.
크리드의 여자 친구 비앙카를 연기한 테사 톰슨은 극 중 역할처럼 실제 가수다. 그는 일렉트로 밴드에서 활동했으며 이 작품에서도 3곡을 작곡했다.
스탤론은 쿠글러 감독이 찾아와 이 작품을 제안했을 때 "미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스탤론은 자신이 만든 캐릭터를 젊은 감독에 선뜻 맡겼다.
과거 록키 1,2편에서 칼 웨더스가 연기한 아폴로는 세계 헤비급 챔피언이었던 무하마드 알리의 모습을 담고 있다.
라이트 헤비급 세계 챔피언 릭키 역할을 연기한 토니 벨로우는 실제 프로 복서다. 영국 아마추어 챔피언을 3회 지냈고 프로가 된 뒤 24승1무2패의 전적을 갖고 있는데 15승을 KO로 이겼다.
이 장면은 연기가 아닌 실제로 때린 장면이다. 실감나게 연기하라는 주문에 토니가 마음껏 휘두른 주먹에 조던이 맞고 실제로 KO 됐다.
조던이 입은 성조기 디자인의 트렁크는 록키1과 록키3에서 아폴로가 입었던 옷과 같은 디자인이다. 스탤론의 제안으로 조던이 이를 입었다.
조던은 하루에 물을 1.5갤런씩 마시고 탄수화물을 줄이며 몸매를 만들었다. 그는 티모시 브래들리라는 실제 복서의 움직임을 많이 보고 배웠다.
제작진은 실제 에버톤에 가서 시합 장면을 찍었다. 스탤론은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의 에버톤팀 광팬이다.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메루, 한계를 향한 열정(블루레이) (0) | 2016.06.06 |
---|---|
암살 (블루레이) (0) | 2016.06.04 |
퐁네프의 연인들(블루레이) (0) | 2016.05.28 |
엑스맨2 (블루레이) (2) | 2016.05.27 |
그때 그사람들(블루레이) (14) | 2016.05.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