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김영민 2

찬실이는 복도 많지(블루레이)

김초희 감독이 만든 독립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2019년)는 유쾌하면서도 가슴을 따뜻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내용은 영화 기획자로 살아가던 찬실(강말금)이 어느 날 제작 준비 중이던 영화감독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실업자가 되는 이야기다. 찬실은 실업자가 된 뒤 자신의 처지를 되돌아본다. 영화 외에 아는 것은 없는데 영화제작사에서는 써주려고 하지 않으니 결국 호구지책으로 친한 여배우 소피(윤승아)의 가사 도우미 노릇을 한다. 새삼 찬실이는 신세한탄과 함께 계속 영화 관련 일을 해야 할지 고민한다. 이 과정에서 정체모를 러닝셔츠 바람의 자칭 장국영(김영민)과 불어 강사를 하며 영화 준비를 하는 감독(배유람), 셋집 할머니(윤여정), 소피 등이 엮이며 갖가지 우스우면서도 안타까운 일들이 벌어진다. 이 작품..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 (블루레이)

김기덕 감독은 영화 '섬'을 구상하면서 매일 동서남북이 바뀌는 공간을 떠올렸다. 그래서 물 위에 떠 있는 섬 같은 집을 만들었다. 이를 영화화하기 위해 김 감독은 주왕산국립공원에 위치한 주산지를 찾았다. 하지만 공교롭게 주산지는 300년 만에 처음 물을 빼내는 정비작업을 하면서 바닥을 드러냈다. '섬'의 촬영지가 바뀐 이유다. 이후 김 감독은 미국 선댄스영화제에 초청받아 '섬'의 언론시사회를 가진 직후 호텔 방에서 보이는 설산을 보며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2003년)의 시놉시스를 구상했다. 그리고 '섬'에서 이루지 못한 공간에 대한 미련을 이 작품에서 풀었다. 자고 일어나면 동과 서가 바뀌는, 세상에 유일무이하게 존재했던 물 위에 뜬 절이 그렇게 태어났다. 그만큼 김 감독이 정성을 기울여 만들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