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김윤석 13

타짜 (블루레이)

도박에 빠져드는 가장 큰 이유는 크게 한 탕 할 수 있다는 유혹 때문이다. 잘하면 한 방에 일어서는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인생이 한 방에 갈 수 있다. 최동훈 감독의 '타짜'(2006년)는 인생의 한 방 역전을 노리며 꽃노리패에 빠져드는 노름꾼들의 이야기다. 원작은 유명한 허영만의 만화. 최 감독은 '범죄의 재구성'과 흡사한 스피디한 화면으로 방대한 원작을 간결하게 압축했다. 속도감있는 MTV식 빠른 편집 스타일을 싫어한다면 눈에 거슬릴 수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도박장의 긴박한 분위기를 잘 살린 볼 만 한 작품이다. 조승우, 김혜수, 김윤석, 백윤식, 유혜진 등 개성 강한 배우들의 연기대결도 눈길을 끈다. 뭐니뭐니 해도 요즘 열애설로 관심의 대상이 된 김혜수, 유혜진이 우선 눈에 들어온다. 두 사람은 ..

거북이 달린다

전통적으로 형사물이라면 주먹까지 잘 쓰는 잘 생긴 형사가 사악하고 못되게 생긴 범인을 잡아 혼내주는게 정석이다. 그런데 이연우 감독의 '거북이 달린다'(2009년)는 그렇지 않다. 탈주범 송기태(정경호)는 잘생긴데다가 홍길동 뺨치게 잘 싸운다. 반면 그를 쫓는 형사 조필성(김윤석)은 싸움도 못하고 투박하게 생겨 먹었다. 아니, 형사도 잘 하는게 하나 있다. 돈 때문이기는 하지만 범인을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근성이다. 이미 일반 형사물과 달리 범인과 형사가 뒤바뀐 어긋난 설정에서부터 일말의 기대감을 갖게 만든 이 작품은 느긋한 충청도식 유머와 투박한 액션으로 즐거움을 준다. 절로 웃음이 터지거나 감탄이 나올 만큼 액션을 훌륭하게 잘 만든 영화는 아니지만, 삐걱거리는 서민의 투박한 삶을 닮은..

추격자

KBS TV 뉴스에서 나홍진 감독의 '추격자'를 소개하며 '살인의 추억'에 비견될 만한 뛰어난 작품이라고 소개하길래 기대가 컸다. 그러나 결코 '살인의 추억'과 비교할 만큼 걸작은 아니다. 잘 만든 스릴러이지만 완급 조절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영화는 유영철 사건처럼 연쇄살인을 벌이는 미치광이 살인범을 뒤쫓는 사내의 이야기다. 이 과정에서 경찰의 무능과 답답함을 꼬집으며 경찰보다 한 사내의 집요함이 오히려 승리를 거두는 구조를 통해 사회 구조의 문제점을 꼬집고 있다. 영화는 시종일관 긴장감 넘치는 화면과 구성을 통해 잠시도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휘몰아친다. 마치 숨통을 조여오듯 바짝 긴장시키는 영화를 보고 나면 그제사 한숨이 터지며 온 몸이 펴진다. 그만큼 긴장감은 대단하지만 관객에게 생각할 여유를 주지..

영화 2008.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