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나오미 왓츠 7

스테이

마크 포스터 감독의 '스테이'(2005년)는 살바도르 달리의 그림을 보는 것 같다. 이해할 수 없는 난해한 이야기에 온통 몽환적인 영상들로 가득하다. 특히 사선으로 기울어진 구도와 물 흐르듯 흩어지는 영상들은 마치 에드가 프로에제의 음악을 눈으로 보는 것처럼 신비롭다. 그렇지만 '영화는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명제에서 크게 어긋난 작품이어서 보는 내내 머리가 아프다. 내용은 자살을 예고한 청년의 죽음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정신과 의사가 겪는 기이한 체험들을 다루고 있다. 도대체 어디가 현실이고 꿈인지 불분명하다보니 이야기의 흐름을 좇는다는게 무의미한 작품이다. 그런 점에서 흥행 실패는 당연한 작품. 그렇지만 로베르토 샤퍼가 촬영한 영상만큼은 일품이다. 이야기를 떠나 그림책처럼 영상만 간..

킹콩 (LE)

킹콩을 처음 만난것은 초등학교를 다니던 1970년대였다. 지금 알고보니 1933년 원작을 76년에 존 길러민이 감독하고 제프 브리지스와 제시카 랭이 출연한 리메이크작이었다. 지금도 기억나는 장면은 마취액을 가득채운 거대한 함정에 킹콩을 유인해 사로잡은 다음 유조선에 태워서 뉴욕까지 데려가는 장면이었다. 유조선 벽을 킹콩이 후려치니 위에서 내려다보던 제시카 랭이 탱크 안으로 뚝 떨어지던 장면이 기억난다. 그리고 원작과 달리 킹콩은 지금은 테러로 사라진 국제무역센터에 기어올라 현대판 헬기랑 싸우다가 장렬히 최후를 맞았다. 원작처럼 공룡은 등장하지 않았다. 피터 잭슨 감독만큼 깊은 영향을 받지는 않았지만 지금도 그때 장면들이 기억날 만큼 강렬한 인상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피터 잭슨의 리메이크작에 대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