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다니엘 크레이그 15

로드 투 퍼디션 (블루레이)

오래 전 영화 '친구'를 찍은 황기석 촬영감독의 사무실에 놀러 간 적이 있다. 다른 영화 준비중인 그의 책상에 외국 영화 잡지가 한 권 놓여 있었다. 펼쳐진 책 페이지에 노인이 뷰파인더를 들고 바지를 걷은 채 물에 서 있는 사진이 있었다. 누굴까. 황 감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콘래드 홀 촬영 감독이라고 알려줬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 사진이 바로 유작이 된 '로드 투 퍼디션'(Road To Perdition, 2002년) 촬영 중에 찍은 것이었다. 로드 투 퍼디션. 맥스 앨런 콜린스와 리차드 레이너의 그래픽 노블을 샘 멘더스 감독이 영화로 만든 이 작품은 침이 마르도록 칭찬해도 모자를 정도로 아주 서정적인 아메리칸 느와르다. 갱이 판치던 1920년대 미국. 오래도록 갱단에 몸담았던 사내가 아들을 지키기..

디파이언스

2차 세계대전 속 유대인하면 떠오르는 것이 바로 나치의 학살이다. 수 많은 사람들이 죄없이 목숨을 빼앗긴 홀로코스트는 유대민족 뿐만 아니라 인류의 영원한 상처다. 그래서 그런지 2차 세계대전과 유대인을 다룬 영화들은 대부분 홀로코스트에 맞춰져 있다. 영화 속 유대인들은 그저 힘없고 연약한 희생자일 뿐이다. 그런데 에드워드 즈윅 감독의 '디파이언스'(Defiance, 2009년)는 다르다. 이 작품 속 유대인들은 나치를 향해 총을 들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이 작품은 2차 세계대전때 벨로루시에서 활약한 비엘스키 유격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나치에게 부모가 살해당한 네 형제가 숲 속에 숨어살면서 나치와 싸우는 이야기다. 처음에는 4명이었지만 소문을 듣고 유대인들이 찾아오면서 나중에는 1,200명으로 ..

영화 2009.01.18

007 퀀텀 오브 솔러스

22번째 007 시리즈인 '퀀텀 오브 솔러스'의 테마는 복수다. 전편에서 007이 사랑한 여인 베스퍼를 죽인 악당들에게 복수를 하는게 주 내용이다. 그만큼 전편인 '카지노 로얄'을 보지못했다면 내용이 뜬금없고 이야기 진행이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좌충우돌하는 이야기는 방향성을 잃은게 아니라 제목이 말해주듯 조그만 위안이라도 얻기 위한 007의 분노의 표출이다. 역시 다니엘 크레이그의 액션은 험악한 인상답게 더없이 투박하다. 몸을 내던져 건물을 건너 뛰고 적과 뒤엉키는 장면을 보면 절로 몸이 움찔거린다. 그래서 그런지 개인적으로는 역대 007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든다. 원조라는 상징성 때문에 빛난 숀 코네리, 플레이보이 스타일의 로저 무어, 숀 코네리와 로저 무어의 스타일이 적당히 섞인 ..

영화 2008.11.09

뮌헨

1972년 9월5일. 독일 뮌헨 올림픽 도중 테러단이 올림픽 선수촌을 급습한다. 테러단은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에서 분파한 극좌파 조직 검은9월단. 이들은 팔레스타인 죄수의 석방을 요구하며 이스라엘 선수들을 인질로 잡았다. 이스라엘의 여성 수상 골다메이어는 끝까지 테러범들과의 협상을 거부한 채 강경 대응한다. 결국 독일 정부가 협상에 나섰고, 테러범들에게 탈출용 비행기를 제공한다. 독일 정부는 비행장에 저격팀을 몰래 대기시켰다가 검은9월단과 총격전을 벌인다. 결국 인질로 잡혔던 이스라엘 선수들은 테러범들에게 전원 사살된다. 이튿날, 올림픽조직위는 죽어간 11명의 선수들을 애도하며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오륜기를 조기로 게양했다. 그러나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골다메이어 수상은 이스라엘의 정보기관..

레이어 케이크

"기막힌 반전이 도사리고 있다"는 선전 문구가 눈길을 끄는 '레이어 케이크'(Layer Cake, 2004년)는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와 '스내치'를 제작한 매튜 본(Matthew Vaughn)이 감독으로 데뷔한 작품이다. 가이 리치를 감독으로 기용해 만든 전작들이 화려했던 만큼 이번 작품에 대한 기대가 컸다. 그러나 기대를 너무 많이 했던 듯, 의외로 영화는 기대에 못 미쳤다. 억지로 비튼 반전과 복선이 자연스럽지 못하고 눈에 거슬리기 때문이다. 내용은 마약 중개로 먹고사는 주인공(다니엘 크레이그 Daniel Craig)이 어느 날 마약 강탈범의 누명을 쓰면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다뤘다. 하필 마약을 도둑맞은 피해자들은 잔인하기로 유명한 세르비아 갱들. 이때부터 주인공은 살아남기 위해 사건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