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데니스 호퍼 9

럼블피쉬

럼블피쉬로 부르는 태국의 샴 투어라는 물고기는 화려한 외양을 갖고 있지만 지독한 싸움꾼이다. 같은 종자가 눈에 보이면 달려 들어 죽을 때 까지 싸운다. 그래서 이 물고기를 키울 때에는 한 어항에 한 마리씩 따로 키워야 한다. 심지어 어항 너머로 다른 럼블피쉬가 보여도 어항을 들이받다가 죽을 정도로 투지가 넘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태국은 샴 투어를 수출해 한 해 1조4,000억원을 벌어들인다.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이 만든 '럼블피쉬'(Rumble Fish, 1983년)는 반항적인 10대들을 이 물고기에 비유해 그린 영화다. 끓는 피를 주체 못해 또래들과 싸움을 벌이며 방황하는 미국 청춘들의 모습을 거친 영상에 담아낸 작품. 내용보다는 출연하는 배우들에 눈이 더 간다. 맷 딜런, 다이안 레인, 미..

스피드 (블루레이)

얀 드봉 감독의 '스피드'(Speed, 1994년)가 개봉했을 때 인기는 국내외에서 대단했다. 워낙 잘 짜여진 각본에 따라 시종일관 몰아치는 긴장감이 보는 내내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이 영화 덕분에 키아누 리브스와 산드라 블록이 이름을 알렸다. 키아누 리브스는 이전에도 여러 편의 히트작이 있긴 했지만 이 영화에서 최고의 매력을 발휘하며 '매트릭스'로 인기가 이어졌다. 이 작품의 묘미는 폐쇄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죽음의 곡예를 제목 그대로 속도감있게 그린 점이다. 내용은 달리는 버스에 폭탄을 장착한 범인과 경찰의 대결을 다뤘다. 폭탄은 시속 50마일 이하로 속도가 떨어지면 자동으로 터지게 돼 있어, 멈출 수도 없고 마냥 달릴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사건이 벌어지는 주된 공간은 버스, 엘리베이터 등..

더 브레이브

복수는 서부극의 영원한 테마다. 흑백 영화시절부터 서부극의 총잡이들은 복수를 위해 황야를 떠돌았다. 코엔 형제가 만든 '더 브레이브'도 마찬가지. 뜻밖에 서부극을 들고 나타난 그들은 아버지를 죽인 악당을 잡기 위해 길을 나선 어린 소녀와 그를 돕는 늙은 보안관을 앞세워 또다시 복수로 얼룩진 서부극의 향수를 이야기한다. 원작은 1969년에 존 웨인이 주연한 '진정한 용기'다. 헨리 하서웨이가 감독하고 글렌 캠벨, 데니스 호퍼, 로버트 듀발 등이 출연한 이 작품으로 존 웨인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이 작품은 어린 소녀와 늙은 보안관이 빚어내는 이야기가 1950년대 고전 '셰인'을 연상케 한다. 즉, 스파게티 웨스턴처럼 사방 팔방 총을 난사해 수 많은 시체를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최후의 한 순간을..

영화 2011.02.26

엘레지

사랑은 과연 젊은이들의 전유물일까. 이 같은 의문에서 출발한 이자벨 코이셋 감독의 '엘레지'(Elegy, 2009년)는 60대 노교수와 30세나 어린 여대생과의 사랑을 통해 그 답을 보여준다. 어찌보면 주책이랄 수 있는 상황을 코이셋 감독은 담담하면서도 차분한 영상으로 사랑에 대한 진지한 고찰을 시도한다. 두 남녀가 나이차를 극복하고 보여주는 진정한 사랑은 젊은이들의 사랑처럼 불꽃을 튀기지는 않지만 세월이 가져다주는 깊이가 남다르다. 세월은 사람을 겁쟁이로 만든다. 노교수는 진심으로 여제자를 사랑하지만 세간의 이목 때문에 두려워하고 주저한다. 그래서 이별에 아파한 뒤 새삼 진실한 사랑에 눈을 뜬다. 사랑 앞에서는 나이와 학식이 별 도움이 안된다. 그게 사랑의 묘미이자 부작용이다. 영화는 이 과정을 차분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