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데이비드 캐러딘 2

롱라이더스

월터 힐(Walter Hill) 감독의 '롱라이더스'(The Long Riders, 1980년)는 샘 페킨파 감독의 폭력미학 계보를 잇는 서부극이다. 격렬한 총격전과 죽음의 순간을 '와일드 번치'처럼 슬로 모션으로 처리해 강렬한 인상을 준다. 내용은 미국의 남북전쟁 직후 은행을 털고 열차를 습격해 미주리주를 떠들썩하게 만든 제시 제임스(Jesse James)와 영거 형제 일당의 실화를 다루고 있다. 그다지 이야기의 짜임새가 튼실하지 못하고 엉성한 편이어서 다소 맥이 빠지지만 가끔씩 나오는 총격 장면만큼은 훌륭하다. 특히 후반부 제시 제임스와 영거 형제가 은행을 털다가 습격을 받는 장면은 빠른 편집과 슬로 모션의 적절한 안배로 샘 페킨파 감독의 작품을 다시 보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이야기보다 10여분 ..

킬 빌2

'빌을 죽여라' 쿠엔틴 타란티노(Quentin Tarantino) 감독의 '킬 빌 2'(Kill Bill vol.2, 2004년)는 전편과 달리 서부극 이미지가 강하다. 주인공과 악당들이 일본도와 중국 무술을 휘두르며 설치지만 엔리오 모리코네의 서부극 음악과 황량한 벌판이 펼쳐지는 풍경은 영락없는 마카로니 웨스턴이다. 주인공 브라이드(우마 서먼 Uma Thurman)는 자신의 결혼식을 장례식장으로 만든 빌(데이비드 캐러딘 David Carradine)과 그 일당에게 복수하기 위해 혼신을 다해 노력하다. 그 노력, 즉 복수는 처절하고 결과는 허무하다. 2편은 1편의 사족 같은 느낌이 강하다. 1편만큼 쇼킹하고 치기 어린 액션도 없고, 이야기가 늘어진다. 차라리 1편의 시간을 조금 더 길게 늘리더라도 한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