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덴젤 워싱턴 11

데자뷰

심령극을 연상시키는 제목 때문에 착각할 수 있지만 토니 스콧 감독의 '데자뷰'(Dejavu, 2006년)는 SF에 가깝다. 시간을 되돌려 사건을 해결한다는 공상에 과학적 이론인 양자물리학을 갖다 붙였다. 수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수사관들이 선택한 방법은 시간을 되돌리는 것. 사건의 단서를 찾기 위해 시간을 되돌려 탐색을 하다가 급기야 주인공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신의 영역인지 과학의 영역인 지 확신할 수 없지만 이쯤되면 사실상 데우스 엑스 마키나이다. 즉, 이야기가 풀리지 않을 때 느닷없이 신이 나타나 모든 것을 깔끔하게 해결해 주는 고대 그리스의 연극 장치인 데우스 엑스 마키나처럼 시간을 되돌리는 것은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영화에서는 반칙이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현실에 기반한 액션..

서브웨이 하이재킹 펄햄123

비행기, 여객선, 기차에 이어 이번에는 지하철이 납치의 대상이 됐다. 토니 스콧 감독의 '서브웨이 하이재킹 펄햄123'은 제목이 말해주듯 펄햄123호 지하철을 납치하는 내용이다. 뉴욕 경찰, 지하철 회사 직원들이 돈을 노린 범인들과 피말리는 인질극을 벌인다. 모든 납치극이 그렇듯, 인질의 무사 귀환까지는 숨막히는 긴장의 연속일 수 밖에 없다. 이 작품도 그렇다. 그러나 문제는 인질들이 풀려난 뒷이야기가 맥없이 풀어진다는 점. 너무나 허망하게 스러지는 범인들을 보며 1시간 40분의 상영 시간이 아주 아까웠다. 그렇다고 특별한 볼거리가 있는 것도 아니다. '탑건' '맨 온 파이어' '크림슨 타이드' 등 재미있는 작품을 만든 토니 스콧 감독인 만큼 기대가 컸으나 이 작품은 명성에 못미쳐 실망스럽다. GPS화면..

크림슨 타이드 (블루레이)

잠수함을 소재로 다룬 영화들은 공통점이 있다. 어디로 도망칠 곳 없는 폐쇄 공간에서 벌어지는 숨막히는 긴장감을 다룬다는 것. 토니 스콧 감독의 '크림슨 타이드'(Crimson Tide, 1995년)도 예외가 아니다. 러시아 내전 때문에 출동한 미 핵잠수함에서 핵 미사일 발사를 두고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내용이다. 특이하게도 이 작품은 외부의 적보다 내부의 적에 초점을 맞춘다.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적의 제압을 최우선으로 두는 함장과 최대한 전쟁 발발 상황을 피하려는 부함장 간의 불꽃튀는 심리전이다. 이를 진 핵크만, 덴젤 워싱턴이라는 걸출한 두 배우가 뛰어난 연기로 극과 극을 달리는 두 인물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했다. 덕분에 요란한 전투 장면 없이도 상영 시간 내내 눈을 떼지 못하게 된다. 그만큼 이야..

인사이드 맨

오랜만에 스파이크 리 감독이 한 건 했다. '말콤엑스' '정글피버' '똑바로 살아라' 등 일련의 작품들로 명성을 날렸던 1990년대와 달리 2000년대 들어 이렇다할 문제작을 선보이지 못해서 예전같지 않다는 소리를 들었던 그가 '인사이드맨'(Inside Man, 2006년)으로 실력이 녹슬지 않았음을 제대로 보여줬다. 이번 작품은 과거 문제의식과 사회비판적 시각으로 가득찬 작품들과 달리 의외로 고도의 두뇌게임이 가미된 스릴러물이다. 스파이크 리 감독이 처음 만든 스릴러물은 뜻밖에도 참으로 훌륭했다. 러셀 게위르츠라는 신인 작가의 감탄이 절로 나올 만큼 뛰어난 시나리오 덕분에 영화는 완벽한 밀실 스릴러의 정수를 보여준다. 물론 덴젤 워싱턴, 클라이브 오웬, 조디 포스터, 윌렘 데포 등 탄탄한 연기력을 갖춘..

트레이닝 데이

안톤 후쿠아(Antoine Fuqua) 감독의 '트레이닝 데이'(Training Day, 2001년)는 숨은 보석 같은 영화다. 미국 LA경찰 내 마약단속반 소속 경찰관의 하루를 다룬 이 작품은 더없이 진지하면서도 사악한 투캅스 얘기다. 훈장을 15번이나 탄 알론조(덴젤 워싱턴 Denzel Washington) 반장은 새로 배속된 신참 제이크(에단 호크 Ethan Hawke)와 순찰을 나선다. 과연 신참이 마약반에 적합한 인물인 지 알아보는 트레이닝 데이, 즉 신참의 훈련일이다. 잔뜩 기대를 하고 따라나선 제이크는 부패한 알론조의 모습에 혼란을 겪는다. 여기에 알론조는 한술 더 떠서 악마처럼 사악하기까지 하다. 제이크가 부패에 동조하려 하지 않자 그를 위험에 몰아넣을 궁리를 한다. 그때부터 제이크는 야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