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런던 37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블루레이)

발레 공연에 익숙한 사람들도 매튜 본의 무용극 '백조의 호수'(Matthew Bourne's Swan Lake, 2012년)를 보면 당혹스러울 수 있다.우리가 익히 아는 그 공연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공연은 한마디로 파격적이다.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을 동일하게 사용하지만 기존 발레극의 모든 것을 뒤업는 파격을 통해 가치 전복을 시도한다. 가장 놀라운 것은 백조들이다.이 공연의 백조들은 모두 근육이 우락부락한 남성들이다. 하늘하늘한 레이스가 달린 흰색 발레복을 입은 여성들이 차이코프스키의 곡에 맞춰 우아하게 무대 위를 수놓는 모습은 볼 수 없다.대신 거친 남성들이 위압적이며 거칠고 폭력적인 백조를 연기한다. 때로는 그 모습이 기괴하고 공포스럽기까지 하다.이 같은 백조의 변신은 출발부터 다른데서 시작됐다. 기..

레드 스패로(블루레이)

여간첩 하면 떠오르는 것이 마타 하리와 김수임이다.제1차 세계대전 때 독일과 프랑스를 오가며 이중간첩 노릇을 했다는 혐의를 받은 마타 하리는 결국 프랑스에서 총살형을 당했다. 해방 정국의 혼란기에 남한에서 활동했던 김수임은 자생적 공산주의자에 가까운 간첩이다.연인이었던 공산주의자 이강국을 사랑한 그는 미 군정 관계자를 통해 정보를 빼돌렸다. 김수임 역시 1950년 4월에 체포돼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총살당했다.두 사람은 공통점이 있다. 빼어난 미모와 뛰어난 춤솜씨(마타 하리) 또는 출중한 영어 실력(김수임) 등 재색을 겸비한 재원이었다.결국 두 사람의 공통점을 놓고 보면 여간첩은 곧 색(色)이라는 생각을 먼저 할 수 있다. 하지만 미인계라는 것이 과거의 술책일 뿐 현대에는 잘 통하지 않을 것 같은데 꼭 그..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블루레이)

'킥 애스'로 재기 발랄한 액션물을 선보인 매튜 본 감독이 만든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Kingsman: The Secret Service, 2015년)는 스타일리시한 007 같은 영화다. 즉 007 시리즈의 정통 첩보물이 갖고 있는 고풍스러운 느낌과 함께 현대 액션물의 속도감 있는 액션과 경쾌함이 버무려졌다. 매튜 본 감독이 공동 각본을 쓰고 연출과 제작까지 맡은 이 작품은 처음부터 007 같은 첩보물을 만들어보자는 생각 아래 아예 만화 작업을 함께 했다. 물론 만화가 먼저 출판되기는 했지만 인물 및 기관 설정 같은 기본적인 영화의 뼈대는 만화와 궤를 같이 한다. 재미있는 점은 새로움과 옛것, 정통과 현대적인 변형을 함께 아우르고 있다는 점이다. 주인공 일행은 007 제임스 본드처럼 잘 어울리는 양..

지붕위의 바이올린(블루레이)

뮤지컬을 영화로 만든 '지붕 위의 바이올린'(Fiddler On The Roof, 1971년)은 유명한 'Sunrise, Sunset' 이 노래 한 곡만으로도 충분한 작품이다. 러시아에서 박해를 받는 유대인 사회를 다룬 이 작품은 가난한 시골의 유대인 농부가 딸 다섯과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뤘다. 유대인 박해라면 무조건 힘들고 고통받는 삶을 다루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작품은 탈무드 특유의 유머가 흐른다. 주인공은 뜻하지 않은 일이 터지면 "왜 하필 나냐"며 신에게 따지고 슬쩍 비꼬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항상 종국에는 잘될 것이라는 낙천적 사고방식을 버리지 않는다. 그렇기에 동전의 양면처럼 그들의 박해받는 삶이 더더욱 힘들고 부당하게 보인다. 원래 이 작품은 뉴욕의 브로드웨이에서 성공한 뮤지컬..

셜록 시즌3 (블루레이)

시리즈를 거듭하며 인기를 끌고 있는 영국 BBC TV의 '셜록 시즌3'(Sherlock, 2013년)는 이전 시리즈와 달리 약간 생경한 작품이다. 시즌1과 2의 에피소드들이 코난도일경이 쓴 원작 소설 가운데 어떤 작품을 토대로 만들었는 지 쉽게 파악할 수 있었던 반면 시즌 3는 이를 헤아리기 힘들다. 여러 작품이 하나의 에피소드에 복합적으로 녹아있기 때문. '빈 영구차' 에피소드는 '빈 집' '서식스의 뱀파이어' '사랑의 정체' '노우드의 건축업자' 등 다양한 작품들에서 일부를 차용했다. '세사람' 에피소드는 '4인의 서명' '등이 굽은 남자'를, '마지막 서약' 에피소드는 코난도일의 다른 소설 '찰스 오거스터스 밀버튼의 모험'과 '노란 얼굴' '입술 뒤틀린 남자' 등이 섞여 있다. 그렇다 보니 원작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