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로버트 로드리게즈 10

아들을 동반한 검객

미스미 겐지 감독의 '아들을 동반한 검객'(1972년)은 흔히 찬바라 영화라고 알려진 일본 사무라이 영화의 진수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찬바라란 칼날이 부딪칠 때 나는 소리와 피가 쏟아지는 소리를 합친 말이다. 그만큼 칼날이 번뜩이며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검객 영화를 뜻한다. 이 작품은 누명을 쓰고 자객이 돼서 떠도는 무사의 이야기를 다뤘다. 특이한 것은 어울리지 않게 유모차를 밀고 다닌다는 점. 그런데 어린 아들을 태운 유모차가 보통 유모차가 아니다. 바퀴에서 칼날이 튀어나오고 손잡이 등 곳곳에 무기를 숨겨 놓았다. 영화를 보다보면 유모차의 활약에 웃음이 절로 나온다. 언뜻보면 말도 안되는 황당한 영화같지만 만화적 상상력과 화끈한 폭력 묘사가 시선을 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코이케 카즈오와 코..

데스페라도 (블루레이)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의 '데스페라도'(Desperado, 1995년)는 얼마나 잘 노는 지 보려고 멍석을 깔아줬더니 제대로 흥을 보여준 신명나는 놀이마당 같은 느낌이다. 마리아치 3부작 가운데 두 번째인 이 작품은 뜻하지 않은 전작의 성공에 힘입어 콜럼비아사가 작심하고 돈을 대서 만들었다. 덕분에 안토니오 반데라스, 셀마 헤이엑, 스티브 부세미 등 호화 배역진이 총출동해서 로드리게즈 감독의 재능을 한껏 빛내줬다. 재료가 좋으니, 로드리게즈 감독 특유의 스타일리시한 영상이 빛을 발했다. 줄거리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복수에 나선 기타리스트의 이야기다. 설정만 비슷할 뿐 내용이 이어지는 것은 아니어서 굳이 전작을 보지 않았어도 상관없다. 요란한 총질도 모자라 로켓탄이 난무하는 가운데 사람들이 종잇장처럼 날아가..

엘 마리아치 (블루레이)

영화 '엘 마리아치'(El Mariachi, 1992년)는 B급 영화의 대가로 떠오른 로버트 로드리게즈의 등장을 알린 신호탄 같은 작품이다. 암살자와 같은 가방을 들고 다녀 오해를 받은 기타리스트가 총격전에 휘말리는 내용이다. 로버트 로드리게즈는 친구인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처럼 홍콩 비디오물에 빠져 처음부터 B급 액션영화를 지향한 감독이다. 보고 즐기면 되는 것, 굳이 복잡한 메시지는 싫다는 것이 그의 정서다. 그래서 그의 작품들은 화려한 액션과 스타일리시한 영상으로 승부를 건다. 비록 이 작품은 단돈 7,000달러로 만들어 영상이나 특수효과 등 모든 것이 조악하지만 훗날 로드리게즈 스타일의 싹을 틔운 작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저예산 영화이고 단선적인 줄거리지만 될 성 부른 싹을 알아본 콜럼비아는..

씬시티

강렬하다. 로버트 로드리게즈(Robert Rodriguez) 감독의 '씬시티'(Sin City, 2005년)를 보고 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강렬함'이다. 피가 난무하는 액션과 흑백이 뚜렷하게 대비되는 영상, 만화 속에서 갓 걸어 나온 듯한 극단적 성격의 캐릭터 등 모든 게 눈을 찌르듯 강렬하게 다가온다. '데어데블' '배트맨 다크 나이트 리턴' 등을 그린 만화가 프랭크 밀러(Frank Miller)의 원작을 토대로 만든 이 작품은 매춘과 납치 등 범죄로 가득 찬 도시에서 악당들에게 살해당하거나 위협받는 여인들을 대신해 복수의 총을 빼든 정의의 사나이들을 그리고 있다. 영웅들이 휘두르는 폭력은 악당 못지않게 잔혹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랭크 밀러의 어둡고 광기 어린 작품들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멕시코 (슈퍼비트판)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멕시코'(Once Upon A Time In Mexico, 2003년)는 영화를 만화와 오락처럼 극단적 즐거움을 선사하는 매체로 생각하는 로버트 로드리게즈(Robert Rodriguez) 감독의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시종일관 게임과 만화처럼 주인공들은 날고뛰며 총을 난사한다. 영상은 지극히 비현실적이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만화처럼 즐겁고 유쾌하게 볼 수 있다. 마치 피터 잭슨의 '데드 얼라이브'가 잔혹한 영상에도 불구하고 웃음을 유발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번 작품 역시 '엘 마리아치' '데스페라도'처럼 떠돌이 기타리스트 마리아치가 주인공이다. 1편을 제외하고 2, 3편은 뛰어난 노래와 기타 연주 실력을 선보인 안토니오 반데라스(Antonio Banderas)가 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