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매트릭스 3

공각기동대(블루레이)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저패니메이션 '공각기동대'(Ghost In The Shell, 1995년)를 처음 봤을 때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전뇌(電腦), 인형사 등 단어부터 생소했고 주인공인 쿠사나기 모토코의 정체도 쉽게 파악이 되지 않았다. 로봇인지 사람인지 헷갈리는 상황에서 마지막 결말을 보면 유령 같다는 느낌마저 든다. 그만큼 모호한 존재가 등장하는 이 작품은 다분히 실존주의 철학의 냄새마저 강하게 풍기는 작품이었다. 너는 누구인가, 실존주의적인 질문을 던지다 이 작품이 등장한 1995년은 국내에 인터넷 조차도 제대로 보급되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1994년 국내 최초의 민간 인터넷 업체인 아이네트가 등장해서 이메일 계정을 판매했지만 사람들은 무엇에 쓰는 것인지 몰랐다. 여전히 모뎀을 이용해 PC통신을..

매트릭스2 리로디드(4K 블루레이)

지금은 자매가 된 워쇼스키 형제가 만든 매트릭스 시리즈는 원래 3부작으로 기획됐다. 2편은 아예 3편과 묶어 하나의 영화로 찍었고 개봉만 마치 전편 후편 나누듯 갈라서 했다. 그만큼 이 작품은 전체의 이야기가 하나로 묶여 있다. '매트릭스2 리로디드'(The Matrix Reloaded, 2003년)는 매트릭스 세계의 창조자를 찾아가는 네오의 이야기를 다뤘다. 네오는 가상의 세계인 매트릭스의 창조자를 만나지만 자신도 그 안에서 불거져 나온 변종 코드라는 것을 확인하고 충격을 받는다. 결국 그의 존재 자체가 뜻하지 않은 우발적 프로그램이었다. 세상의 변화와 혁신은 이렇듯 우발적인 사건이 계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결국 이를 결과로 이끌어내는 과정은 우연이 아닌 의지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영화는 네오의 남..

매트릭스(4K 블루레이)

장자가 꿈속에서 나비가 돼서 놀았다는 호접몽은 '내가 나비의 꿈을 꾼 것인지, 나비가 내 꿈을 꾼 것인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로 유명하다. 이는 곧 프랑스의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의 '시뮬라크르와 시뮬라시옹'으로 이어진다. 물아일체를 이야기한 장자의 호접몽이 현대에 와서 디지털 복제로 다시 태어난 것이 장 보드리야르의 시뮬라크르와 시뮬라시옹인 셈이다. 장 보드리야르는 현실과 동일한 복제를 통해 사실과 복제의 세계를 구별할 수 없는 현실을 이야기했다. 래리와 앤디 워쇼스키 형제는 장 보드리야르의 책을 읽고 시뮬레이션 세계에 빠져들었고 이를 영화화한 것이 바로 '매트릭스'(The Matrix, 1999년)다. 20년전에 나온 이 영화는 현실과 디지털이 혼재된 하이퍼 리얼리티의 세계를 다루며 사람들을 열광하게 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