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멜 깁슨 10

아포칼립토(블루레이)

슈테판 츠바이크는 '광기와 우연의 역사'에서 "한 인간의 몰락만이 이길 수 없는 운명의 거대한 힘에 맞서 싸우도록 만든다"라고 썼다. 멜 깁슨이 각본을 쓰고 감독, 제작까지 한 '아포칼립토'(Apocalypto, 2006년)는 이 말에 딱 들어맞는 영화다. 마야 문명이 지배하던 중남미에서 평화롭게 살아가던 어느 부족이 인간을 제물로 바치는 또 다른 부족의 습격을 받아 풍비박산 난다. 친구와 아버지의 죽음을 눈 앞에서 목도한 주인공은 천신만고 끝에 탈출해 아내와 자식을 지키기 위해 처절하고도 힘든 싸움을 벌인다. 그렇지만 피비린내나는 싸움은 슈테판 츠바이크의 시각처럼 광기일지는 몰라도 결코 야만이 이유가 될 수는 없다. 개 돼지처럼 땅바닥에 몸을 굴리는 부족이나 앞선 문명으로 거대한 피라미드를 쌓은 민족 ..

위 워 솔저스(블루레이)

랜들 월리스 감독의 '위 워 솔저스'(We Were Soldiers, 2002년)는 베트남전을 소재로 다룬 영화다. 프랑스가 오랜 식민통치에도 불구하고 결국 베트남군에 밀려 철수한 뒤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은 미군이다. 미군은 그 뒤로 1975년 종전 때까지 10년의 세월을 월남전에 묶이게 된다. 그 시작이 베트남의 이아드랑 계곡 전투였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미 제 7기병연대 1대대장이었던 할 무어 중령이 약 400명의 부하들과 함께 72시간 동안 2,000명의 북베트남 군대와 맞서 싸운 이야기다. 미군은 이 작전에서 처음으로 헬기를 이용해 병력을 전장에 투입하는 공수 작전을 시험한다. 사전 정보나 별다른 지식없이 베트남에 투입된 미군은 전략적 이점과 오랜 기간 프랑스와 싸우며 전술을 갈고 닦..

포카혼타스 (블루레이)

약 10여일 전인 10월24일, 미국에서 한 인디언이 사망했다. 영화 '라스트 모히칸'에서 주인공 아버지로 출연하고, 디즈니 애니메이션 '포카혼타스'(Pocahontas, 1995년)에서 추장 목소리를 연기한 러셀 민즈다. 하지만 그는 배우이기 이전에 미국 인디언 운동사에 한 획을 그은 위대한 전사였다. 젊어서 마약과 알코올 중독으로 고생했던 그는 나중에 인디언 인권운동에 뛰어들었다. 그를 유명하게 만든 것은 1973년 사우스다코타주에서 벌인 운디드니 항쟁이었다. 70일 동안 경찰과 대치한 끝에 몇 명이 죽은 이 점거 시위에서 그는 인디언 대변인을 맡아 전국적으로 유명해졌다. 그는 미국 프로스포츠팀에 인디언 명칭이나 마스코트 사용 중단을 처음 요구한 인물이기도 하다. 1987년 대선 때 포르노 잡지 를 ..

브레이브 하트 (블루레이)

영화 '브레이브하트'(Braveheart, 1995년)는 멜 깁슨이 두 번째 감독한 영화다. 그는 이 작품으로 감독으로서의 역량을 제대로 인정받았다. 96년 열린 제 6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 영예인 감독상과 작품상을 비롯해 분장, 음향효과, 촬영상 등 5개 부문에 걸쳐 수상했다. 또 그 해 골든글로브시상식에서도 감독상을 받았다. 내용은 13세기말 스코틀랜드의 자유와 독립을 위해 잉글랜드에 대항한 국민 영웅 윌리엄 월레스의 실화를 다뤘다. 멜 깁슨은 감독 뿐 아니라 주연까지 맡아 중세 스코틀랜드 전사의 절절한 영웅담을 온 몸으로 연기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칼과 칼이 부딪치는 투박한 액션. 사방으로 피가 튀고 신체가 잘려 나가는 장면은 잔혹하면서도 실감난다. 특히 싸움 장면은 결정적인 액션이..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블루레이)

멜 깁슨 감독의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The Passion of The Christ, 2004년)는 예수가 골고다 언덕에서 최후를 맞기까지 마지막 12시간의 삶을 다루고 있다. 줄거리를 보면 그동안 나온 예수 영화와 크게 다를 바 없지만 문제는 표현이다. 예수의 고난을 적나라하게 묘사해 보는 사람을 몸서리치게 만든다. 압권은 빌라도에게 태형을 언도받고 매를 맞는 장면. 살점이 떨어져 나가도록 채찍을 휘두르는 장면은 차마 똑바로 쳐다보기 힘들 만큼 처참하다. 누구는 보고 있으면 "몸이 아프다"고 표현을 하던데, 그 말 그대로 예수의 고통이 고스란히 전해오는 느낌이다. 개인적으로는 예수를 가장 인간답게 묘사했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고통에 몸부림치면서도 굴하지 않는 한 인간의 모습과 이를 가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