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 감독의 '오! 수정'(2000년)은 사람의 관점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똑같은 일을 겪어도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을 재미있게 풀어놓았다. 한 여자와 두 남자가 벌이는 미묘한 로맨스를 약간 어수선하게 풀었지만 나름대로 색다른 시도가 좋았다. 이 작품을 보면 홍 감독의 연출이 겉보기에 심드렁해 보여도 의외로 사람의 심리를 날카롭게 포착하는 구석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치 등장인물들의 마음속을 엑스레이로 촬영한 듯한 대사와 그림들을 보며 많이 웃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이 할리우드 영화처럼 드라마틱하지 않아도 관객의 시선을 붙잡을 수 있는 게 아닐까 싶다. 디지털 리마스터링을 거쳐 다시 나온 DVD 타이틀은 화질이 개선됐다. 흑백 영화라는 특성상 화질이 개선돼도 큰 차이가 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