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티모어 4

제47회 슈퍼볼 챔피언:볼티모어 레이븐스(블루레이)

2013년 2월 3일 미국 뉴올리언스의 메르세데스 벤츠 슈퍼돔에서 열린 프로미식축구(NFL)의 결승전인 제47회 슈퍼볼 경기는 두 가지가 화제였다. 하나는 형제간의 대결이다. 볼티모어 레이븐스의 감독 존 하보와 맞상대였던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의 짐 하보 감독은 형제다. 40년간 미식축구 감독으로 일한 아버지 잭 하보 밑에서 선수와 감독으로 뛴 두 형제는 슈퍼볼에서 맞붙었다. 형제는 용감했다 샌프란시스코 감독이었던 동생 짐은 형이 감독을 맡고 있는 볼티모어에서 한때 쿼터백으로 뛴 얄궂은 인연을 갖고 있다. 선수로서는 동생이 형보다 훌륭했다. 동생 짐은 시카고, 인디애나폴리스, 볼티모어, 샌디에이고에서 쿼터백으로 뛰었고 2011년부터 샌프란시스코 감독이 됐다. 반면 형 존은 프로 진출을 하지 못하고 19..

셰이프 오브 워터(블루레이)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영화들은 환상이라는 거울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하지만 '반지의 제왕'이나 '스타워즈'처럼 완전히 동떨어진 세계가 아니라 현실을 다른 모습으로 비친 거울이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캐릭터들이다. '헬보이'부터 '블레이드 2' '판의 미로'를 거쳐 '셰이프 워터'에 이르기까지 그의 작품 속 캐릭터들은 현실에서 보기 힘든 기이한 존재들이다. 남들과 다르다는 점 때문에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들이지만 그들의 능력은 때로는 누군가에게 공포가 되고 때로는 누군가에게 힘이 된다. 델 토로는 비현실적인 존재들을 통해 어느 사회나 안고 있는 이질적인 존재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문제를 지적하면서 우리의 모습을 거꾸로 비춰 보여줬다.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The Shape of W..

스텝 업 (블루레이)

숱한 댄스 영화들이 나왔지만 시리즈를 거듭하며 이어진 작품은 흔치 않다. 그런 점에서 '스텝 업'(Step Up, 2006년)은 나름 성공한 작품이다. 2006년부터 20014년까지 5편의 시리즈가 이어졌는데 그 중에서 앤 플레쳐 감독이 만든 이 작품은 시리즈의 효시가 됐다. 내용은 지극히 도식적이다. 청춘 남녀가 춤을 매개로 사랑을 하고 그들의 꿈을 이루는 이야기로 '플래쉬댄스' 식이다. 여기에 약간 반항기 있는 삐딱한 청년이 사랑하는 상대를 만나 인생을 다시 설계하는 과정도 계몽영화식 청춘물의 과정을 그대로 답습했다. 뻔한 내용을 지탱한 것은 화려한 안무다. 아무래도 댄스 영화의 주인공은 춤인데, 앤 플레쳐 감독이 안무가이다보니 춤 장면에서 묘미와 매력을 잘 끌어 냈다. 그는 극 중 안무에도 직접 참..

래더49

제이 러셀(Jay Russell) 감독의 '래더 49'(Ladder 49, 2005년)는 불을 훔친 영화다. 목숨을 걸고 화재 진압에 나서는 소방관의 이야기를 다룬 론 하워드 감독의 '분노의 역류'와 상당히 흡사하다. 신참 소방관(호아킨 피닉스 Joaquin Phoenix)이 베테랑이 되는 과정과 직업에 대한 소명 의식 때문에 가족과 빚는 갈등, 목숨까지 바쳐가며 다른 사람을 구하는 헌신적 활약 등 구성이 '분노의 역류'를 빼다 박았다. 아닌 게 아니라 러셀 감독은 영화를 찍기 전 론 하워드 감독을 찾아가 자문을 구했다. 당시 하워드 감독은 "불을 디지털로 만들지 말라"는 충고를 했고, 이를 충실히 따른 러셀 감독은 볼티모어 항구에 위치한 20층짜리 건물을 홀라당 태워가며 이 영화를 찍었다. 덕분에 화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