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부산 9

변호인 (블루레이)

양우석 감독의 '변호인'(2013년, http://wolfpack.tistory.com/entry/변호인)은 개봉 당시 노무현을 감추고 애써 '허구'의 영화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렇지만 주인공 송우석 변호사가 작고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델로 했다는 사실은 대번에 알 수 있다. 그럼에도 그의 이름을 가명으로 감추고 허구의 영화라는 점을 강조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이 영화는 노 전 대통령의 생애 중 1981년 발생한 부림사건을 소재로 삼았다. 왜 하필 부림사건일까. 당시 전두환 군사정권이 독서 모임을 용공 이적단체로 몰아 조작한 대표적 공안 사건이었던 부림사건은 노무현의 인생을 극적으로 바꿔 놓았다. 노 전 대통령은 1994년 출간한 수필집 '여보 나 좀 도와줘'에서 부림사건을 "내 삶의 가장..

친구2

봉준호 감독이 '설국열차' 개봉 후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영화 중 진정한 최고 흥행 영화는 2001년 상영한 곽경택 감독의 '친구'로 봐야한다는 얘기를 했다. 역대 톱 10에 든 영화 중 유일한 18세 미만은 볼 수 없는 연소자 관람불가 영화였기 때문. 봉 감독은 "지금처럼 멀티플렉스 영화관에 동시에 똑같은 영화가 여러 편 걸리는 것도 아니고,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적은 스크린에서 성인 관객으로만 88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것은 지금으로 치면 1,700만명 이상의 관객이 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만큼 당시 '친구' 신드롬은 젊은 사람부터 나이든 사람까지 극장을 찾을 만큼 대단했다. 총각시절 가보고는 오랜만에 극장을 찾았다는 40, 50대가 수두룩했던 것은 '친구'가 가진 향수 때문이었다. 후크를..

영화 2013.11.30

도둑들 (블루레이)

'범죄의 재구성' '타짜' 등 최동훈 감독의 영화들은 특징이 있다. 숨 쉴 틈 없이 속도감있게 몰아치는 이야기 전개와 여기에 장단을 맞추는 대사, 그리고 여러 명의 배우들이 떼를 지어 출연하는 스타 캐스팅이다. '도둑들'(2012년)도 예외가 아니다. 홍콩 마카오 부산을 오가며 10명의 도둑들이 300억원대 다이아몬드를 훔치는 내용이다. 전지현 김혜수 이정재 김윤석 등 최고의 스타들이 씹던 껌, 펩시, 예니콜 등 재기발랄한 별명과 아귀가 딱딱 들어맞는 퍼즐같은 대사를 속사포처럼 주고받는 모습을 보면 마치 김수현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불과 서너 작품 만에 이런 스타일을 만들었으니 최 감독은 좋게 보면 자기 주관이 분명한 것이고, 나쁘게 보면 벌써 자신의 틀에 얽매이는 것은 아닌 지 우려된다. 소위 방송..

도둑들

방송가 은어 중에 '쪼(조)가 생긴다'라는 말이 있다. 오래 방송을 하다 보면 그 사람만의 어투나 동작 등 특징이 굳어지는 것을 말하는데, 좋게 표현해 스타일화 하는 것이다. 최동훈 감독의 영화를 보면 그만의 '쪼'가 있다. '범죄의 재구성' '타짜'에 이어 이번 '도둑들'(2012년)까지 그가 연출한 일련의 작품들을 보면 그만의 특징이 보인다. 마치 로버트 알트만 감독의 영화처럼 여러 명의 스타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정신없이 돌아친다. 대사도 김수현 드라마처럼 관객이 미처 생각할 틈 없이 아귀가 딱딱 맞는 얘기를 속사포처럼 쏘아댄다. 특히 주인공들의 팀웍은 강한 자를 몰아치는데 집중되며 긴장감을 놓치지 않도록 적당한 반전도 연출한다. 히치콕이나 알트만 스타일까지는 아니더라도 앞선 작품들이 흥행하면서 최 ..

영화 2012.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