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블루레이 1153

괴물(The Thing-4K)

존 카펜터 감독의 '괴물'(The Thing, 1982년)은 보이지 않는 존재가 가져오는 극한의 공포를 긴장감 넘치게 묘사한 수작이다. 존 캠벨 주니어의 원작을 토대로 1951년 제작된 영화를 리메이크한 이 작품은 남극의 과학기지에 스며든 정체모를 괴물과 기지원들의 사투를 다뤘다. 1980년대 작품인 만큼 특수효과가 뛰어나거나 사실적인 컴퓨터 그래픽이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폐쇄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싸움이 전달하는 숨 막히는 긴장감이 모든 볼거리를 압도한다. 그래서 이 작품이 더 빛난다. 영화를 보다 보면 1979년 개봉한 리들리 스코트 감독의 '에이리언' 영향을 받은 장면들이 곳곳에 보인다. 그런 점에서 독창성은 떨어지지만 보는 공포심을 자극하는 카펜터 감독 특유의 연출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히라이 켄 10주년 투어 파이널 (블루레이)

도쿄 출장 중 일본의 대표적 R&B 가수 히라이 켄의 '10주년 투어 파이널'(10th Anniversary Tour Final, 2006년) 블루레이를 우연히 발견했다. 히라이 켄은 영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의 엔딩곡 '눈을 감고'(瞳をとじて, 히토미오 토지테)로 국내에 널리 알려졌다. 1972년생인 그는 대학 재학 중 소니 뮤직에 자작 비디오를 응모해 입선하면서 음반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95년 발매한 싱글은 이렇다할 성공을 거두지 못했고 그 뒤 몇 년간 활동 중단을 생각할 만큼 침체에 빠졌다. 그가 성공한 것은 2000년. 자작곡에서 벗어나 다른 작곡가들의 곡을 받고 다양한 노래들을 선보이면서 베스트앨범을 포함한 4장의 음반이 100만장이 넘게 팔렸다. 183cm의 훤칠한 키와 혼혈로..

The Story of O (블루레이)

'르네의 사생활'이라는 제목의 비디오로 국내 출시됐던 쥬스트 자캉 감독의 'O의 이야기'(The Story of O, 1975년)는 영상보다 음악으로 먼저 만난 작품이다. 80년대 FM 영화음악 코너에서 피에르 바첼렛의 아름다운 선율의 주제곡을 여러 번 틀어줘 카세트 테이프에 녹음해 놓고 듣곤 했다. 얼마전 이 작품이 블루레이로 미국에서 출시됐다. 영상을 최대한 깨끗이 복원해 과거 비디오와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다. 무엇보다 국내에 나온 비디오는 상당 분량이 난도질 당했지만 블루레이는 무삭제 영상을 담고 있다. 그러나 포르노로 알고 본다면 큰 오산이다. 물론 헤어 누드와 채찍질 등 변태적 성행위가 나오기는 하지만 국산 에로물 수준이다. 인터넷 음란물 수준의 직접적인 성행위는 전혀 없는 만큼..

바라카 (블루레이)

윌리엄 터너는 세상에 안개의 아름다움을 알린 화가다. '안개 속의 해돋이' 등 18~19세기에 그가 그린 그림들을 보면 안개 속에 싸인 바닷가 풍경이 더 할 수 없이 아름답고 신비하다. 그로 인해 사람들은 그저 자연의 일부였던 안개를 미적 대상으로 새롭게 발견하게 됐다. 론 프리크 감독도 마찬가지다. 그는 다큐멘터리 '바라카'(Baraka, 1992년)를 통해 세상 곳곳의 풍경을 때로는 아름답고, 때로는 강렬한 영상으로 새롭게 부각시켰다. 아이맥스 카메라를 이용해 전세계 24개국에서 촬영한 이 작품은 일체의 대사나 해설없이 그저 영상과 아름다운 음악으로 세상을 보여준다. 보고나면 마치 오랜 꿈이나 깊은 명상에서 깨어난 것 같은 신선한 감동을 느끼게 된다. 제목인 바라카는 수피 언어로 생명을 함께 엮는 실..

스피드 레이서 (블루레이)

1970년대 흑백TV 시절, 저녁 6시면 애국가가 끝나고 어린이 시간대에 '달려라 번개호'가 방영됐다. 자동차에서 톱날이 튀어나오고, 본네트가 열리며 제비가 발사되고 잠수함처럼 물 속을 달리던 번개호는 당시 아이들에게 최고 인기였다. '세계를 주름잡는 용감한 번개호...'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주제가가 지금도 기억날 정도. 그때의 소중했던 기억이 있기에 '매트릭스'의 워쇼스키 형제가 '달려라 번개호'를 토대로 '스피드 레이서'(Speed Racer, 2008년)를 만든다고 했을 때 나름대로 궁금함과 기대가 컸다. 그러나 적어도 이 작품 만큼은 워쇼스키 형제가 '매트릭스'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잊는게 좋다. 일본의 인기 TV만화 시리즈를 토대로 한 만큼 영화는 TV 애니메이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만화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