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비고 모르텐슨 4

칼리토(4K)

브라이언 드 팔머(Brian De Palma) 감독이 바라본 세상은 언제나 비정하다. 고생 끝에 잘 살아보려고 노력하는 사람에게 한 번쯤 동정을 베풀 법도 한데 그는 그러지 않는다. 특히 그 방법이 잘못된 범죄자에게는 더 할 수 없이 냉정하다. 심지어 개과천선한 범죄자일지라도 용서가 없다. '칼리토'(Carlito's Way, 1993년)는 그런 영화다. 뒷골목 인생들의 고단한 삶을 특유의 비정한 시각으로 바라본 드 팔머식 누아르다. 옥살이를 하고 나온 칼리토(알 파치노 Al Pacino)는 손을 씻고 새 삶을 살지만 친구인 변호사 데이브(숀 펜 Sean Penn)의 일에 얽혀 마피아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그때부터 칼리토의 고단한 삶이 시작된다. 영화의 힘은 긴장과 이완을 적절히 조절할 줄 아는 드..

반지의 제왕2 두 개의 탑(4K 블루레이)

피터 잭슨 감독의 '반지의 제왕2 두 개의 탑'(The Lord of the Rings: The Two Towers, 2002년)은 시리즈가 본격적인 정점으로 치달은 작품이다. 각종 기괴한 캐릭터들이 쏟아져 나오며 스펙타클한 전투장면을 연출하면서 3편에 대한 기대치를 한껏 높여 놓았다. 특히 이 시리즈 가운데 최대의 성공 캐릭터로 꼽히는 골룸이 본격 등장한다. 골룸은 인간 내면의 선과 악이 다투는 복잡다단한 심리를 투영한 존재. 그렇다고 이 작품이 단순 볼거리에만 치중한 것은 아니다. 원작자인 톨킨이 그러했듯 처참한 전투장면과 전쟁을 준비하며 이별하는 가족의 슬픔, 죽음을 눈 앞에 둔 사람들의 공포스러운 표정을 통해 반전 메시지를 전달한다. 워낙 대규모 전투 장면이 많다보니 곳곳에 컴퓨터그래픽(CG)이 ..

이스턴 프라미스 (블루레이)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의 '이스턴 프라미스'(Eastern Promises, 2007년)는 그의 전작인 '폭력의 역사'(http://wolfpack.tistory.com/entry/폭력의-역사)와 닮은 이란성 쌍둥이 같은 작품이다. 어느날 우연히 병원에 실려온 어린 산모의 죽음에 얽힌 이야기를 여주인공이 풀어가는 내용. 그 과정에서 잔혹한 러시아 폭력조직의 실태가 드러나고, 이를 눈치챈 폭력조직은 여주인공을 향해 위협의 손길을 뻗친다. 크로넨버그 감독은 전작인 '폭력의 역사'에서 폭력이 주는 공포와 이를 극복하기 위해 폭력을 행사하는 이야기를 다뤘다. 언뜻보면 모순되고 서로 배치되는 이야기를 통해 폭력의 양면성을 다룬 전작처럼 이번 작품 역시 극한의 폭력이 주는 공포와 여기서 벗어나기 위한 주인공들의 힘..

크림슨 타이드 (블루레이)

잠수함을 소재로 다룬 영화들은 공통점이 있다. 어디로 도망칠 곳 없는 폐쇄 공간에서 벌어지는 숨막히는 긴장감을 다룬다는 것. 토니 스콧 감독의 '크림슨 타이드'(Crimson Tide, 1995년)도 예외가 아니다. 러시아 내전 때문에 출동한 미 핵잠수함에서 핵 미사일 발사를 두고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내용이다. 특이하게도 이 작품은 외부의 적보다 내부의 적에 초점을 맞춘다.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적의 제압을 최우선으로 두는 함장과 최대한 전쟁 발발 상황을 피하려는 부함장 간의 불꽃튀는 심리전이다. 이를 진 핵크만, 덴젤 워싱턴이라는 걸출한 두 배우가 뛰어난 연기로 극과 극을 달리는 두 인물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했다. 덕분에 요란한 전투 장면 없이도 상영 시간 내내 눈을 떼지 못하게 된다. 그만큼 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