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빌 나이 15

잭 더 자이언트 킬러 (블루레이)

거인은 성서에서부터 정복욕을 자극하는 사악한 존재로 나온다. 다윗의 돌팔매에 쓰러진 골리앗부터 그리스 신화 속 율리우스가 상대한 외눈박이 거인까지 그들은 모두 정의롭고 용맹한 작은 인간들을 위한 제물이었다. 그만큼 거인들의 이야기는 미지의 커다란 존재에 대한 두려움과 함께 불굴의 용기로 끝없이 도전할 것을 자극하는 소재로 즐겨 쓰였다. 영국 민화인 '잭과 콩나무'도 마찬가지. 이를 토대로 만든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잭 더 자이언트 킬러'(Jack the Giant Slayer, 2013년)는 컴퓨터로 만든 만화같은 작품이다. 하늘로 치솟은 콩나무 때문에 거인들이 땅으로 내려와 인간을 잡아먹는 재앙이 벌어지고, 이를 잭이 막아내는 내용. 뻔한 줄거리를 메꾸는 것은 결국 무지막지한 거인들과 맞서 싸우는 인..

아더 크리스마스 (블루레이)

영국의 아드만스튜디오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의 명가다. 그것도 진흙을 빚어서 캐릭터를 만들어 동작 하나 하나를 움직여가며 촬영하는 클레이 애니메이션에 일가견이 있다. '윌레스와 그로밋' '치킨 런'이 그들의 대표작이다. 하지만 '윌레스와 그로밋 : 거대토끼의 저주'가 흥행 실패한 뒤 그들은 방향을 틀었다. 바로 컴퓨터그래픽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것. 첫 번째 도전인 '플러쉬'가 실패로 끝난 뒤 절치부심해 내놓은 작품이 사라 스미스와 베리 쿡 감독의 '아더 크리스마스'(Arthur Christmas, 2011년)다. 내용은 단순하다. 산타클로스 가족이 전세계 어린이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이다. 다만 아드만은 익히 아는 산타의 이야기를 현대적이고 사실적으로 해석했다. 산타클로스 혼..

타이탄의 분노 (블루레이)

조나단 리브스만 감독의 '타이탄의 분노'(Wrath of The Titans, 2012년)는 영화로서는 실망스럽지만 블루레이 타이틀로서는 볼 만 하다. 반신반인 영웅 페르세우스가 온갖 괴물과 벌이는 사투가 귀청을 찢을 듯한 요란한 음향과 함께 펼쳐지기 때문. 한마디로 볼거리와 화려한 서라운드 음향으로 무장한 작품이다. 전편에 이어 페르세우스가 지옥으로 무대를 옮겨 위기에 처한 제우스 신을 도와 거인족의 크로노스를 무찌르는 내용. 외눈박이 괴물 사이클롭스, 머리가 둘 달린 키메라, 몸뚱이가 둘인 지옥의 마카이 등 희한한 괴물부터 불덩어리 자체인 크로노스까지 기기묘묘한 캐릭터들이 등장해 화면을 수놓는다. 여기에 미로처럼 얽혀서 벽들이 사방으로 움직이는 지옥의 감방 타르타로스까지 특수효과와 컴퓨터 그래픽으로 ..

러브 액츄얼리 무삭제판 (블루레이)

리차드 커티스 감독의 '러브 액츄얼리'(Love Actually, 2003년)는 '나홀로 집에'와 더불어 크리스마스 때 볼 만 한 낭만적인 작품이다. 이 작품은 이 세상에 존재할 만한 다양한 사랑의 모습을 옴니버스식으로 담았다. 그 모든 사랑이 꼭 아름답고 행복한 것 만은 아니다. 멀리서 가슴 졸이며 바라만봐야 하는 애태우는 사랑도 있고, 둘이 좋아하지만 이루어지지 못하는 가슴 아픈 사랑도 있다. 반면 신데렐라식 사랑 이야기나 어린 아이들의 알콩달콩한 이야기는 절로 웃음이 나온다. 이 모든 사랑의 기저에는,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본능적으로 누구를 좋아하는 순수한 마음이 깔려 있다. 그래서 보면 볼 수록 행복하면서도 아픈 작품이다. 특히 친구의 아내를 좋아하는 청년이 크리스마스 이브에 자신의 마음을..

작전명 발키리 (블루레이)

폰 슈타우펜베르그 대령이 1944년 7월20일에 시도한 히틀러 암살 미수 사건은 독일군 내에서 일어난 레지스탕스 운동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비록 실패하기는 했지만 그들은 역사에 큰 영향을 미쳤다. 히틀러는 롬멜 장군 등 음모에 가담한 장군들을 죽음으로 내몰았고, 독일군은 보복이 두려워 히틀러 앞에서 바른 소리를 하지 못했다. 결국 그런 분위기가 독일의 패망에 일조를 한 셈이다. 무의미한 역사적 가정이지만, 만약 슈타우펜베르그의 암살 시도가 성공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전후 독일은 분단되지 않았을 수도 있고, 전쟁이 더 빨리 끝났을 수도 있다. '유주얼 서스펙트' '엑스맨'을 만든 브라이언 싱어 감독은 역사적인 7.20 사건을 '작전명 발키리'(Valkyrie, 2008년)라는 영화로 만들었다. 비교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