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사무라이 12

아들을 동반한 검객 2

미스미 겐지 감독의 시리즈물 가운데 세 번째 작품이 국내에는 '아들을 동반한 검객2'(1972년)로 소개됐다. 겐지 감독은 1편이 성공하자 그 해에 4편까지 몰아치는 폭풍같은 연출력으로 시리즈의 인기를 이어갔다. 2편은 전편과 마찬가지로 유모차에 아들을 태워 데리고 다니는 방랑 검객이 의뢰를 받아 적들을 해치우는 내용. 전작과 달리 이번에는 군대 수준의 떼거리로 덤비는 적들을 혼자서 상대한다. 이번 작품은 좀 더 노골적으로 서부극 흉내를 더 많이 냈다. 특히 1966년에 등장한 프랑코 네로를 유명하게 만든 서부극 '쟝고'를 많이 닮았다. 아예 악당이 쌍권총을 들고 등장하고 주인공도 한 순간 총을 사용한다. 특히 압권은 유모차에서 등장하는 개틀링건 수준의 기관총이다. 마치 쟝고가 관 속에서 기관총을 꺼내 ..

아들을 동반한 검객

미스미 겐지 감독의 '아들을 동반한 검객'(1972년)은 흔히 찬바라 영화라고 알려진 일본 사무라이 영화의 진수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찬바라란 칼날이 부딪칠 때 나는 소리와 피가 쏟아지는 소리를 합친 말이다. 그만큼 칼날이 번뜩이며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검객 영화를 뜻한다. 이 작품은 누명을 쓰고 자객이 돼서 떠도는 무사의 이야기를 다뤘다. 특이한 것은 어울리지 않게 유모차를 밀고 다닌다는 점. 그런데 어린 아들을 태운 유모차가 보통 유모차가 아니다. 바퀴에서 칼날이 튀어나오고 손잡이 등 곳곳에 무기를 숨겨 놓았다. 영화를 보다보면 유모차의 활약에 웃음이 절로 나온다. 언뜻보면 말도 안되는 황당한 영화같지만 만화적 상상력과 화끈한 폭력 묘사가 시선을 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코이케 카즈오와 코..

요짐보

'요짐보'(Yojimbo, 1961년)는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작품 가운데 가장 대중적이며 재미있는 영화다. 아울러 그가 얼마나 위대하며 독창적인 감독인지 여실히 보여주는 걸작이다. 이야기는 두 악의 세력이 장악한 마을에 떠돌이 무사가 흘러 들어오며 시작된다. 뛰어난 칼솜씨와 지략을 가진 무사는 경호원(요짐보) 일을 하며 밥벌이를 하지만, 악의 세력으로부터 마을을 구하기 위해 양쪽을 이간질 한다. 소위 악으로 악을 척결하는 이이제이 작전이다. 그만큼 양 쪽을 왔다갔다하며 벌이는 무사의 활약상이 흥미진진하다. 무엇보다 탄탄한 이야기와 개성강한 캐릭터, 마치 서부극을 연상케 하는 황량한 풍경과 음악 등 모든 것이 총체적으로 아우러져 잠시도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특히 일본을 대표하는 사무라이 영..

레드 선

테렌스 영 감독의 '레드 선'은 참으로 독특한 서부극이다. 친선대사로 미국을 찾은 사무라이가 일본 왕이 미국 대통령에게 선물한 칼을 강도들에게 빼앗긴 뒤 이를 되찾는 내용이다. 사무라이는 악당들의 총에 맞서 긴 칼과 표창을 휘두른다. 칼과 총 만남 만큼이나 이색적인 것은 배우들의 조합이다. 찰스 브론슨, 알랑 들롱, 미후네 토시로, 우르술라 안드레스 등 동서양의 배우들이 대거 등장한다. 특히 알랑 들롱의 악역이 인상적이다. 꼭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이병헌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이 작품을 찍은 테렌스 영 감독은 최초의 007 시리즈인 '살인번호' '007 위기일발' '007 썬더볼' 등 여러 편의 007을 만든 액션에 일가견이 있는 감독이다. 덕분에 어색할 것 같은 사무라이와 총잡이의 만남이..

한밤의 암살자

장 피에르 멜빌 감독의 '한밤의 암살자'(Le Samourai, 1967년)는 느와르 영화의 교과서로 꼽히는 명작이다. 오우삼 감독의 '영웅본색'이나 '첩혈쌍웅' 같은 소위 홍콩 느와르물과 짐 자무시 감독의 '고스트 독' 등 비장미가 흐르는 현대 느와르물은 모두 멜빌 감독의 '한밤의 암살자'에서 영향을 받았다. 그렇지만 총알이 난무하고 피가 튀는 요란한 액션을 기대하면 안된다. 이 영화는 상당히 모호한 미스터리물이다. 쉽게 말해 액션보다는 알듯 말듯한 스토리 텔링과 회색빛 우울한 영상으로 암흑가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즉, 느와르라는 장르가 얼마나 시적 분위기를 지닌 장르인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속에서 액션은 그저 분위기에 일조하는 소품일 뿐이다. 그래서 액션 또한 간결하게 처리된다. 내용은 살인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