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샤를리즈 테론 9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 (블루레이)

최근 할리우드가 잇따라 내놓은 동화를 소재로 한 영화들을 보면 더 이상 예쁜 동화는 없다는 점이다. 예쁜 공주와 잘 생긴 왕자의 운명적인 만남을 통해 해피엔딩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이제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나 볼 수 있다. 빨간모자를 다룬 '레드 라이딩 후드'가 고통스런 늑대인간의 비밀을 파헤치더니, 백설공주가 나오는 '스노우화이트 앤 더 헌츠맨'(Snow White And The Huntsman, 2012년)은 삶과 죽음이 맞부딪치는 장대한 전쟁 드라마로 돌아왔다. 이 작품 속 백설공주는 더 이상 예쁜 옷을 곱게 차려입고 왕자님을 기다리는 순종형 아가씨가 아니다. 그는 왕좌를 빼앗은 계모를 타도하기 위해 저항군을 결성하는 레지스탕스다. 죽음의 고비를 넘기고 나서 손수 갑옷을 챙겨입고 칼을 뽑아든 채 못..

핸콕

세상에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듯이, 영웅이라고 그러지 말란 법이 없다. 꼭 별난 유니폼에 정의감으로 뭉친 도덕적인 남자 또는 여자들이 슈퍼 영웅의 전부는 아니다. 피터 버그 감독의 '핸콕'(Hancock, 2008년)이 바로 그 별난 영웅이다. 대낮부터 낮술에 쩔어있고, 마음에 안들면 무조건 날아올라 들이받거나 걷어차고 때려부수기 일수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영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도 핸콕은 개의치 않는다. 세상을 살아가야하니 어쩔 수 없지 않냐는 투다. 마치 핸콕을 보면 일상사에 찌든 샐러리맨을 보는 것 같다. 업무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술 한 잔으로 풀 듯, 핸콕은 범죄를 해결하며 받은 스트레스를 낮술과 거리낌없는 욕설로 해결한다. 그런 점에서 별나기는 해도 속이 후련하다. 스트레스를 저렇게..

영화 2008.07.06

이온 플럭스

재미 동포 피터 정의 애니메이션은 인물이나 배경, 이야기 등이 참으로 기괴하다. 개인적으로는 캐릭터 디자인이나 거친 선 등이 마음에 들지 않아 좋아하지 않는다. 1991~95년에 MTV의 단편 애니메이션 시리즈로 방송됐던 피터 정의 대표작 '이온플럭스'도 마찬가지다. 여류 감독 캐린 쿠사마가 실사 영화로 만든 '이온플럭스'(Aeon Flux, 2005년)는 원작 애니메이션의 기괴한 분위기가 많이 가셨다. 아무래도 실제 배우들이 연기하다보니 노출 심한 의상과 과도한 폭력, 기괴한 분위기는 많이 줄었다. 대신 이야기도 애매모호해졌다. 이온플럭스를 둘러싼 주변인물들의 동기 설정이 불분명하고 이야기 전개도 엉성하다. 내용은 먼 미래에 전염병으로 소수만 살아남은 인류가 갇혀사는 도시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빅 브라..

노스 컨츄리

진실은 언제인가 세상을 바꿔놓는다. 니키 카로 감독의 '노스 컨츄리'(North Country, 2005년)는 이를 여실히 보여주는 영화다. 이 작품은 1984년 10월 미국 미네소타 에벨레스 광산에 근무하던 여자광부들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성희롱 집단소송을 다룬 실화다. 미국 최초의 집단 성희롱 소송인 이 사건은 전례가 없었던 만큼 무려 10여년에 걸친 재판 끝에 1998년 12월 승소판결이 났다. 이후 이 소송은 성희롱 뿐만 아니라 성차별 관련 집단소송을 야기하는 중요한 촉매제가 됐다. 국내에서는 2000년 롯데호텔 여성 노조원 270여명이 제기한 성희롱 소송이 최초의 성희롱 관련 집단소송이었으며 이듬해에는 (주)2001 아웃렛에서 유사한 소송을 제기했다. '웨일 라이더'로 주목을 받은 니키 카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