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알랑 들롱 11

시실리안

장 가방, 장 폴 벨몽도, 알랑 들롱은 1960, 70년대 프랑스 영화계를 대표하는 3인방이다. 그 중에서 잘 생긴 알랑 들롱의 인기는 전세계적으로 단연 최고였다. 그의 인기에 힘입어 만든 영화가 앙리 베르누이 감독의 '시실리안'(The Sicilian Clan, 1969년)이다. 당시 수억 달러어치의 보석을 기발한 방법으로 강탈하는 갱들의 이야기다. 꽃미남 배우 알랑 들롱을 비롯해 우리로 치면 최불암 같은 국민배우인 장 가방에 리노 벤추라까지 출연해 당시로선 호화 캐스팅을 자랑한다. 배우도 배우지만 스토리가 지금봐도 기발하고 탄탄하다. 어거스트 르 브레통의 소설이 원작인데, 여기 소개된 경찰 호송차를 뜯고 달아나는 방법과 보석을 탈취하는 수법 자체가 예상을 뛰어넘는다. 이를 느와르에 일가견이 있는 앙리..

로스트 코맨드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1980년대 대학가 주변에는 사회과학서점이 꽤 많았다. 그들은 당시 금서로 묶여 있던 책들을 대학가에 공급하는 주요 통로였다. 지금 보면 별 것도 아닌 내용들을 당시 군사독재정권은 불온하다는 이유로 금서로 묶었다. 불온하다는 말은 정권 유지에 도움이 안된다는 소리였다. 그때 읽었던 책 중에 좀 어려웠던 책이 알제리 독립을 위해 몸바쳤던 프란츠 파농의 책들이었다. '대지의 저주받은 자들' '검은 피부 흰 가면들' '혁명의 사회학' 등 그가 쓴 책들을 비롯해서 '프란츠 파농 연구' 등 그에 대한 연구서들도 내용 이해가 쉽지 않았다. 그럴 수 밖에 없던 것이, 정신과 의사출신이었던 그는 정치적 독립에 정신분석학적인 인간성 회복을 접목한 탈식민화를 주장했기 때문에 어려울 수 밖에 없었다..

볼사리노

장 가방, 알랑 들롱, 장 폴 벨몽도는 1960~70년대 은막을 수놓은 프랑스 느와르의 3두 마차다. 그들이 암흑가의 갱으로 등장한 일련의 프랑스 영화들은 전세계적으로 꽤나 인기를 끌었다. 그중에서도 자크 드레이 감독이 만든 '볼사리노'(Borsalino, 1970년)는 알랑 들롱과 장 폴 벨몽도 콤비를 볼 수 있는 영화다. 1930년대 항구도시 마르세이유를 배경으로 의기 투합한 두 명의 갱이 암흑가를 평정하는 이야기다. '대부'나 '스카페이스'를 연상케 하는 이 작품은 비정한 사내들의 세계를 무미건조한 연출과 편집으로 잘 살렸다. 사실 내용은 그저 그렇지만 꽃미남 알랑 들롱과 장 폴 벨몽도의 전성기 때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있다. 경쾌한 선율의 음악도 인상적. 음악은 유명한 이지리스닝 작곡가..

레드 선

테렌스 영 감독의 '레드 선'은 참으로 독특한 서부극이다. 친선대사로 미국을 찾은 사무라이가 일본 왕이 미국 대통령에게 선물한 칼을 강도들에게 빼앗긴 뒤 이를 되찾는 내용이다. 사무라이는 악당들의 총에 맞서 긴 칼과 표창을 휘두른다. 칼과 총 만남 만큼이나 이색적인 것은 배우들의 조합이다. 찰스 브론슨, 알랑 들롱, 미후네 토시로, 우르술라 안드레스 등 동서양의 배우들이 대거 등장한다. 특히 알랑 들롱의 악역이 인상적이다. 꼭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이병헌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이 작품을 찍은 테렌스 영 감독은 최초의 007 시리즈인 '살인번호' '007 위기일발' '007 썬더볼' 등 여러 편의 007을 만든 액션에 일가견이 있는 감독이다. 덕분에 어색할 것 같은 사무라이와 총잡이의 만남이..

아듀 라미

오우삼의 '영웅본색'처럼 사나이들의 피같은 우정을 다룬 홍콩 느와르는 사실 프랑스 느와르가 원전이다. 프랑스 느와르 중에서도 남자들의 끈끈한 우정을 다룬 걸작이 바로 '아듀 라미'(Adieu L'ami, 1968년)다. 장 허먼 감독이 무려 40년전에 만든 이 영화는 세기의 미남 알랑 들롱과 터프 가이 찰스 브론슨이 기막힌 콤비를 이뤄 이야기를 끌어갔다. 특히 찰스 브론슨은 당시까지 조연에만 머물다가 이 작품을 계기로 특유의 콧수염을 기르고 출연해 주연으로 우뚝 선다. 이야기는 다른 사람의 사주를 받아 지하금고를 털려던 두 사내가 오히려 음모에 빠지는 내용이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사건은 해결되지만 두 사람은 씁쓸한 결말을 맞게 된다. 지금 다시 봐도 추리소설처럼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와 알랑 들롱과 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