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야쿠쇼 코지 8

13인의 자객 (무삭제 확장판,블루레이)

배를 가르는 할복이나 무조건 적을 향해 칼을 움켜쥐고 달려드는 사무라이 영화는 일본식 광기를 느끼게 한다. 미이케 다카시 감독의 '13인의 자객'(2010년)도 마찬가지. 학정을 일삼는 영주를 타도하기 위해 모인 13명의 무사가 수많은 적들을 해치우는 내용은 오래 전 영화 '7인의 사무라이'나 떠돌이 검객을 다룬 '요짐보' '아들을 동반한 무사'를 떠올리게 한다. 1963년 영화를 새로 만든 만큼 볼거리를 대폭 늘린 점이 특징. 특히 싸움 장면에 볼거리가 집중됐다. 무려 50분 가까운 시간을 칼싸움에 할애했다. 피가 튀고 신체가 잘리는 것은 물론이고 컴퓨터 그래픽까지 동원해 요란한 폭발과 불 맞은 소까지 등장한다. '이치 더 킬러' '비지터 큐'처럼 눈살이 찌푸려지는 하드고어류를 잘 만드는 괴팍한 다카시..

바벨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이 만든 '바벨'(Babel, 2006년)은 성경의 창세기의 바벨탑 전설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작품이다. 모로코 아이들이 장난삼아 쏜 총 때문에 4군데의 각기 다른 지역의 가정이 흔들리는 과정을 다뤘다. 이 작품에서 바벨탑 역할을 한 것은 총이다. 일본인 관광객이 모로코에서 사냥을 하고 선물로 준 총 한자루는 네 군데 가정을 갈기갈기 찢어놓는 바벨탑이 돼버렸다. 감독은 미국, 모로코, 일본, 멕시코를 오가는 현지 로케이션으로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의 충돌이 가져오는 적나라한 모습을 설득력있게 담아냈다. 그러나 영화의 진정한 주제는 의사소통의 문제를 다룬 바벨리즘이 아니다. 이냐리투 감독의 말마따나 "네 가지의 서로 다른 부모와 자식의 이야기"를 통해 본원적인 가족애를 강조..

게이샤의 추억

몇 년 전 교토를 갔을 때였다. 현지 가이드가 일본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전통적인 게이샤 집을 안내했다. 일행들은 커다란 다다미방에서 작은 상을 각각 앞에 놓고 앉아서 기다렸다. 잠시후 아주 어려서부터 전수 교육을 받은 게이샤들이 화려한 기모노를 입고 들어왔다. 중국 경극분장처럼 얼굴을 하얗게 화장한 게이샤들이 각각 상 앞에 마주 앉아서 저녁 수발을 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참으로 민망하게도, 우리 앞에 나타난 게이샤들은 영화나 책에서 보고 읽은 아리따운 여성들이 아니었다. 거의 어머니뻘은 될 만한 아주 나이가 많은 여성들이었다. 그들이 술을 따라주는게 미안해서 받기 부담스러울 정도로 나이가 많아 보였다. 그렇게 수발을 들던 게이샤들은 잠시 후 샤미센이라는 기타 비슷한 일본의 전통 악기를 연주하며 춤을 추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