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에단 코엔 7

바톤 핑크 (블루레이)

코엔 형제의 '바톤 핑크'(Barton Fink, 1991년)는 공간과 소리가 주는 긴장감이 일품인 영화다. 조엘 코엔이 감독하고 에단 코엔이 제작한 이 작품은 뉴욕에서 잘 나가는 극작가 바톤 핑크(존 터투로)가 할리우드에 초빙돼 영화 대본을 쓰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작품성을 중시하는 핑크가 흥행을 앞세운 할리우드의 입맞에 맞춘다는 것은 처음부터 쉽지 않은 얘기다. 결국 날이면 날마다 파지만 만드는 핑크는 창작의 괴로움에 모기 소리에도 반응할 만큼 신경이 곤두선다. 특히 공간이 주는 긴장감은 압권이다. 핑크가 머무는 LA 호텔은 성채를 연상시키는 긴 복도와 수상한 옆방 손님, 알 수 없는 작은 소음들과 방에 걸린 해변의 여인 그림, 천천히 미끄러지듯 일어나는 벽지 등이 어우러져 주인공은 물론이고 관객의..

파고 (블루레이)

코엔 형제의 '파고'(Fargo, 1996년)는 여름에 보면 더 좋은 걸작이다. 끝없이 펼쳐진 설원이 마음을 시원하게 해주면서, 얽히고 설키는 범죄 사기극이 손에 땀을 쥐게 하기 때문이다. 영화는 시작부터 대뜸 '실화'라는 자막으로 겁을 준다. 하지만 이 또한 사기극이다. 사실은 모두 코엔 형제가 지어낸 이야기이기 때문. 코엔 형제는 "어차피 영화 자체가 허구아니냐"는 대답으로 뻔뻔한 사기극을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과연 코엔 형제답다. 이 작품은 돈을 탐낸 소심한 사내의 어처구니없는 사기극이 피비린내나는 비극으로 막을 내리는 내용이다. 절묘하게 아귀가 맞아 떨어지며 감탄을 자아내는 이야기는 코엔 형제의 탄탄한 시나리오 덕분이다. 여기에 개성파 배우들의 맛깔스런 연기를 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언제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