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유해진 13

강철중 공공의 적 1-1

강우석 감독의 '강철중 공공의 적 1-1'(2008년)은 제목이 말해주듯 1편의 아류작이다. '공공의 적 3'가 아닌 굳이 '공공의 적 1-1'을 고집한 이유는 1편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겠다는 강 감독의 의지다. 워낙 2편이 형사에서 검사로 비약하는 등 뜬금없이 주인공의 설정이 바뀌면서 이야기 방향 또한 크게 달랐기 때문. 그만큼 2편은 좌충우돌 막무가내 형사인 강철중의 캐릭터를 잘 살리지 못하고 흥행 실패작이 돼버렸다. 결국 강 감독이 1편으로 회귀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자연스런 귀결이다. 이를 반영하듯 강철중은 강동서 강력반으로 돌아왔고, 강신일이 연기한 반장, 1편의 산수 캐릭터를 연기한 이문식, 칼잡이 유해진 등 조연 캐릭터들까지 그대로 살아났다. 아쉬운 것은 1편만큼 이야기의 임팩트가 강하..

영화 2008.07.13

이장과 군수

초등학교 시절, 반장과 부반장을 나란히 맡던 단짝 친구가 자라서 이장과 군수로 다시 만났다. 하지만 반장의 인기에 눌려 만년 부반장에 머물러야 했던 친구는 군수가 됐고, 반장 자리 한 번 놓치지 않던 친구가 그 밑에서 이장을 지내게 됐으니 얄궂은 운명의 장난이 따로 없다. '선생 김봉두' '여선생 VS 여제자' 등 따뜻한 코미디를 주로 만든 장규성 감독의 '이장과 군수'는 엇갈린 두 친구의 우정을 그린 휴먼 코미디다. 차승원, 유해진 등 코미디에 일가견있는 배우들이 주연을 맡았고 변희봉, 연규진, 이원종 등 연기파 배우들이 주, 조연을 맡아 이야기를 꾸려 간다. 그러나 기대만큼 웃음이 터지지 않는다. 장 감독이 DVD 부록에서도 밝혔듯이 방폐장 유치를 둘러싸고 대립하는 주민들의 모습을 통해 정치 풍자 코..

왕의 남자 (한정판)

이준익 감독의 '왕의 남자'(2005년)를 DVD로 3번 봤다. 재미있어서 그런게 아니라 1,200만명이 넘게 본 이유를 찾고 싶어서였다. 사람마다 보는 관점과 느낌이 다른 만큼 많이 봤다고 무조건 재미있어야 할 이유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절로 그렇게 됐다. '황산벌'과 '왕의 남자' 두 편만 보고 단정짓기에는 성급한 감이 있지만(현재까지 감독한 작품이 세 편 뿐이니 어쩔 수 없다) 이준익 감독의 작품세계는 깊이가 얕다. 줄거리 위주의 이야기 흐름과 말초적인 대사에 지나치게 의존한다. 그만큼 쉽고 직접적인 방법으로 사람들을 자극한다. 황당한 몸짓과 언어유희로 금방 웃음이 터지게 만드는 '개그콘서트'처럼 말이다. 대신 사회 구조와 역사적 배경을 토대로 인간 관계를 고찰하려는 진지한 자세는 없다. '왕의 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