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인종차별 4

블랙 앤 블루(블루레이)

디온 테일러 감독의 '블랙 앤 블루'(Black and Blue, 2019년)는 흑백 갈등을 녹여낸 스릴러다. 내용은 살인 누명을 쓰고 부패 경찰들과 범죄 조직에게 쫓기는 흑인 여경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새로 경찰서에 배정받아 순찰을 돌던 여경 알리샤(나오미 해리스)가 마약상을 살해하는 부패 경찰들의 범죄 현장을 목격하게 된다. 마침 알리샤의 몸에 달려 있는 바디캠을 통해 살인 사건이 고스란히 녹화됐다. 부패 경찰들은 자신들의 범죄를 막기 위해 알리샤에게 마약상 살해 누명을 씌우고 경찰과 범죄 조직에게 쫓기도록 만든다. 그때부터 알리샤는 살아남기 위해 목숨을 건 추격전을 벌이게 된다. 영화 속에는 두 가지 갈등이 들어 있다. 우선 흑인에 대한 백인들의 경계와 차별이다. 처음 영화가 시작하고 나서 조깅..

심판(블루레이)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 전 세계가 인종차별에 대한 반대로 들끓는 요즘 파티 아킨 감독의 '심판'(Aus dem Nichts, 2017년)이 유독 무게감 있게 다가온다. 미국 미니애폴리스에서 백인 경찰이 무릎으로 목을 짓누르는 바람에 사망한 흑인 조지 플로이드는 쿠르드인이라는 이유로 이유 없이 죽어간 누리의 또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실화에 근거한 이 작품은 독일의 네오 나치들이 저지른 인종 차별 범죄를 다루고 있다. 독일에 이민 가서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는 쿠르드족 출신의 터키인 누리(너맨 아카)는 어느 날 가게 앞에 설치한 폭탄이 터지면서 아들과 함께 처참하게 죽는다. 이민자를 혐오하는 네오나치들의 소행이었다. 하루아침에 남편을 잃은 독일 여성 카티아(다이앤 크루거)는 사고 전 목격한 기억을 더듬어 ..

아메리칸 히스토리X(블루레이)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타인을 공격하는 증오 범죄의 이면에는 일종의 공포심이 도사리고 있다. 미지의 존재에 대한 두려움이 상대를 배척하며 나아가서 폭력으로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증오 범죄가 야기하는 폭력은 나약함의 발로이자 비겁함의 증거이기도 하다. 이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 인종 혐오다. 특히 미국 같은 다인종 다민족 국가에서는 인종 혐오가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과거에는 생존을 위해서였지만 지금은 권력의 향유를 꾀한다는 점에서 비난받아 마땅하다. 토니 케이 감독의 '아메리칸 히스토리 X'(American History X, 1998년)는 인종 범죄의 부당성을 에드워드 노튼이 연기한 데릭 빈야드라는 인물을 통해 웅변하듯 보여준다. 한때 신나치 그룹의 영웅이었던 데릭은 자동차를 훔치러 온 흑인..

그린북 (블루레이)

미국에서는 남북전쟁 이후 흑인 노예들이 해방됐지만 여전히 흑인과 백인을 차별했다.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짐 크로 법이다. 짐 크로 법은 남북전쟁 이후 남부 11개 주에서 시행한 흑인 차별법이다. 남부의 공공시설, 즉 학교 극장 상점 및 공공 화장실과 대중교통 등에서 백인과 흑인을 분리해 대우하는 것을 인정하는 법이다. 남부 일부 지역에서 흑인은 해가 진 뒤 외출조차 할 수 없었다. 심지어 군대에서도 이 법이 적용돼 해군 등에서 일정 보직을 흑인이 맡을 수 없었다. 미국 음악 코미디쇼인 민스트럴 쇼에서 백인 코미디언이 흑인 분장을 한 채 바보 연기를 한 캐릭터 이름을 딴 이 법은 놀랍게도 연방법원에서 흑백을 분리했으나 평등한 법이라고 합헌 판결을 받았다. 그 결과 1965년까지 공공연하게 남부에서 이 법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