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피에르 주네와 마르크 카로가 공동 감독한 '델리카트슨 사람들'(Delicatessen, 1991년)은 기괴하면서도 기발한 영화다. 식인 문화부터 뚜렷하게 드러나는 계급 간 갈등 및 로맨스와 권력의 무상함을 꼬집는 냉소와 풍자까지 다양한 요소들을 버무려 놓았다. 내용은 미래인지 과거인지 시대 가늠이 힘든 시절, 과거에 곡예사로 일했던 남자가 어느 정육점에 취직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식량을 구입하기 쉽지 않은 시절, 정육점은 종종 건물 주민들에게 고기를 공급한다. 그때마다 건물 세입자들이 하나씩 사라진다. 정육점 주인은 딱 보기에도 백정처럼 우락부락한 느낌이 나는 거한이다. 주민들에게 꼭 필요한 단백질을 공급하다 보니 사실상 건물의 권력자다. 건물 주민들은 그에게 잘 보여야 더 많은 고기를 살 수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