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우연히 비디오가게에서 독특한 표지에 끌려 집어든 비디오 테이프 '악어'(1996년)는 새로운 발견이었다. 신선하면서도 놀라운 이야기, 특이한 영상과 캐릭터를 보여준 그 작품은 김기덕이라는 감독을 주목하게 만들었다. 우선 김 감독의 데뷔작인 이 영화가 시선을 끈 것은 머구리라는 독특한 소재였다. 머구리란, 잠수부를 뜻하는 옛말이다. 단순히 물 속에 들어가 일하는 잠수부가 아니라 물 밑바닥까지 내려가 난파선 인양이나 시신을 건져내는 궂은 일을 한다. 김 감독이 '악어'에서 그린 머구리는 그 중에서도 시체 인양을 전문으로 한다. 한강다리에서 투신한 사람들의 시신을 뒤져 금품을 가로채거나 유족들에게 돈을 받고 시신을 건져 올린다. 그야말로 험하디 험한 삶을 사는 주인공 앞에 한 여인이 투신하며 야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