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제리 브룩하이머 11

데자뷰

심령극을 연상시키는 제목 때문에 착각할 수 있지만 토니 스콧 감독의 '데자뷰'(Dejavu, 2006년)는 SF에 가깝다. 시간을 되돌려 사건을 해결한다는 공상에 과학적 이론인 양자물리학을 갖다 붙였다. 수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수사관들이 선택한 방법은 시간을 되돌리는 것. 사건의 단서를 찾기 위해 시간을 되돌려 탐색을 하다가 급기야 주인공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신의 영역인지 과학의 영역인 지 확신할 수 없지만 이쯤되면 사실상 데우스 엑스 마키나이다. 즉, 이야기가 풀리지 않을 때 느닷없이 신이 나타나 모든 것을 깔끔하게 해결해 주는 고대 그리스의 연극 장치인 데우스 엑스 마키나처럼 시간을 되돌리는 것은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영화에서는 반칙이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현실에 기반한 액션..

캐리비안의 해적 4 : 낯선 조류 (블루레이)

캐리비안의 해적 1편이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이렇게 시리즈를 이어가며 성공할 줄은 몰랐다. '컷스로트 아일랜드'가 보여주듯, 해적영화는 흥행이 잘 되지 않는다는 통설이 있었기 때문. 하지만 이 영화만큼은 예외였다. 세 편의 시리즈가 전세계에서 27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며, 사골 국물처럼 우려 먹을 수 있는 시리즈가 됐다. 이면에는 유난히 흥행 요소를 잘 짚어내는 제작자 제리 브룩하이머와 주인공 잭 스패로우를 성공한 캐릭터로 만든 조니 뎁이 있다. 조니 뎁의 능청스러운 연기는 타고난 해적 그 자체였다. 네 번째 시리즈의 제목은 '낯선 조류(Pirates of the Caribbean : On Stranger Tides, 2011년)'. 마시면 젊음을 되찾아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고 알려진 전설 속 젊음..

진주만 (블루레이)

태평양 전쟁의 시작을 알린 일본군의 진주만 기습은 사실 실패한 작전이었다. 당시 일본 연합함대 사령관 야마모토 이소로쿠 제독은 미 하와이의 진주만에 정박해 있던 항공모함들을 격멸하기 위해 이 작전을 기안했다. 거함 거포주의가 일본 해군을 지배하던 시절, 야마모토 제독은 항공 전력이 바다에서 승패를 가를 것을 예견하고 미 항공모함을 제 1의 목표로 삼았던 것. 하지만 미 해군의 운이 엄청 좋아서 진주만 기습 당시인 1941년 12월 8일 미 항공모함들은 모두 진주만을 떠난 상태였다. 그래서 작전 종료 후 야마모토 제독은 미 항모가 건재한 것을 알고 "잠자는 거인을 깨웠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어찌됐든 미국으로서는 전쟁에 참여할 명분을 준 절호의 기회가 된 셈이었다. 언제나 '팍스 아메리카나' 선봉에 선..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 (블루레이)

1980년대 초반까지 약 30년 동안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던 미국의 극비 기관 NSA(국가안전보장국)는 1952년 트루먼 대통령이 만들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과 일본군의 암호를 해독하는 일에서 출발한 이 기구는 이후 전세계의 정보를 수집하는 방대한 일을 한다. 중앙정보국(CIA)과 다른 점은 스파이의 직접적 활동보다 전보, 전화 등 통신 내용 도청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점이다. 80년대 이미 바다 위 선박에서 이루어지는 전보 및 전화 도청, 중국 관리들의 전화 등을 도청했다. 이 같은 내용이 본격적으로 세상에 드러난 것은 제임스 뱀포드가 쓴 '수수께끼의 궁전'이라는 책이 발간되면서부터였다. 이 책은 국내에도 정음사에서 1983년에 번역 출간됐다. 토니 스코트 감독이 만든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

콘 에어 (블루레이)

하이 재킹은 달아날 곳도, 숨을 곳도 없는 하늘에서 벌어지는 사투여서 더더욱 긴장감이 넘친다. 블록버스터 제조기 제리 브룩하이머와 신예 사이먼 웨스트 감독이 만든 '콘 에어'(Con Air, 1997년)는 날아가는 감옥, 즉 죄수 호송기를 납치하는 영화다. 비행기 가득 탄 흉악범들이 사전 모의를 통해 허공에서 하이 재킹을 하고, 우연히 여기 동승한 니컬라스 케이지가 나홀로 싸움을 벌인다. 내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시종일관 근육질의 남자들이 총질을 일삼는 전형적인 마초영화다. 그만큼 아무 생각없이 요란하게 벌어지는 아드레날린 액션을 즐기면 된다. 비록 내용은 황당하고 과장이 심하지만 액션 하나 만큼은 화끈하다. 총격전도 모자라 비행기로 라스베이거스 거리를 쓸어버리는 장면은 미국식 블록버스터 액션의 진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