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조지 클루니 12

그래비티 (블루레이)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그래비티'(Gravity, 2013년)는 SF영화라기 보다 공포영화에 가깝다. 이 작품에는 두 가지 두려움이 나온다. 우선 첫 째는 끝모를 적막한 공간이 주는 절대 고독의 두려움, 즉 영화적 스토리가 주는 두려움이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우주는 역설적 공간이다. 가장 탁트인 드넓은 공간이면서도 주인공을 옴짝달쌀 못하게 옥죄는 감옥처럼 역설적 이중성을 띄고 있다. 그 속에서 주인공은 '127시간'의 등장인물처럼 절대 고독과 마주한다. 더불어 이 영화는 갈등 구조를 빚어내는 적(適)이 없다. 소리마저 삼켜 버리는 우주 공간에 홀로 남겨진 여주인공이 상대해야 하는 적은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적, 바로 자신이다. 절대 고독의 두려움 스스로 갖는 두려움은 시간이 흐를 수록 단단해져 희망의 ..

씬 레드 라인 (블루레이)

호주에서 북서쪽에 위치한 솔로몬 군도는 1,000여개의 크고 작은 섬으로 이뤄졌다. 이 중에서 큰 편에 속하는 섬이 6개 있는데, 과달카날도 그 중 하나다. 과달카날은 길이 140km, 폭 48km 정도의 섬으로, 제주도의 3.5배 크기다. 스페인의 페루 총독이 서쪽으로 가면 황금도시가 있다는 소문을 쫓아 조카인 알바르도 데 멘다나를 보내 발견한 섬인데, 멘다나는 스페인 안달루시아의 고향 지명을 따서 섬 이름을 명명했다고 한다. 이름도 생소한 이 곳이 제 2 차 세계대전때 태평양 전투의 승패를 가른 분수령이 됐다. 태평양 전역에서 보면 작은 섬이지만 이 섬을 장악하면 호주는 물론이고 솔로몬 해역과 멀리 필리핀 제공권까지 넘볼 수 있게 돼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다. 이를 알아본 일본군은 1942년 7월, 재..

황혼에서 새벽까지 (블루레이)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의 '황혼에서 새벽까지'(From Dusk Till Dawn, 1996년)는 B급 정서의 영화란 어떤 것인지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도망중인 은행강도에서 시작한 영화는 느닷없이 흡혈귀 이야기로 발전해 한바탕 피칠갑으로 끝난다. 할리우드의 악동 쿠엔틴 타란티노가 각본을 쓰고 주연까지 했으며, B급 홍콩영화를 보며 감독의 꿈을 키운 로드리게즈가 만났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다. 그만큼 영화는 황당하고 요란하며, 잔인하다. 일단 내용이 우악스럽다. 흡혈귀들과의 싸움이다보니 주인공 일행은 마치 게임하듯 총질을 하고 상대의 사지를 잡아 뽑는다. 당연히 사방에 피가 튀는 것은 물론이고 신체 절단이 난무하다. 영화의 미덕 아닌 미덕이라면 과할수록 무덤덤해지는 효과를 노려, 천연덕스럽게 잔..

오션스 트웰브 (블루레이)

11명의 도둑들이 라스베이거스 카지노를 홀라당 털어가는 유쾌한 영화 '오션스 일레븐'에 흠뻑 빠졌다면 속편 격인 '오션스 트웰브'(Ocean's Twelve, 2004년)에 기대를 거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영화는 기대를 산산히 부서뜨렸다. 조지 클루니, 브래드 피트, 맷 데이먼, 앤디 가르시아, 줄리아 로버츠, 캐서린 제타존스, 뱅상 카셀 등 내로라하는 스타들이 무려 12명이나 출연했고, 감독도 전편을 만든 스티븐 소더버그가 다시 맡았는데도 불구하고 영화는 기대에 훨씬 못미쳤다. 이유는 한 가지, 제작진이 스타의 후광에 기대 너무 안이했다. 이야기는 카지노를 털린 앤디 가르시아가 자신의 돈을 되찾기 위해 전편의 주인공들을 협박하면서, 주인공 일행이 돈을 마련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영화는 그저 쟁쟁한 ..

인 디 에어 (블루레이)

세상에서 사람을 마주 대하기 싫은 일이 있다. 누구를 해고하는 것도 그 중 하나일 것이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해고전문가. 국내에는 없지만 미국에는 기업을 대신해 구조조정 대상자에게 해고 사실을 통보하고 재기에 필요한 프로젝트를 알선해 주는 해고전문가가 있다. 냉혹한 비즈니스 사회인 미국다운 발상이다. 결코 서로 얼굴 대하지 말고 깔끔하게 마감하자는 뜻이다. 제이슨 라이트먼 감독의 '인 디 에어'(Up in The Air, 2009년)는 1년의 대부분을 미국 각지를 돌며 해고통보를 하는 해고전문가(조지 클루니 역) 이야기다. 그래서 그는 땅에 발 붙이고 있기 보다는 제목처럼 하늘에 떠 있는(up in the air) 시간이 더 많다. 영화는 그의 특이한 직업을 따라가면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