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찰리 채플린 14

라임라이트

찰리 채플린이 '라임라이트'(Limelight, 1952년)를 만들던 시기는 그에게 가장 힘든 때였다.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지만 조안 베리와 친자 확인 소송에 휘말렸고 미국 극우단체와 언론은 그를 공산주의자로 몰아 붙였다. 그 여파로 미국에서 열렬한 사랑을 받았던 그의 작품 중에 사상 검증 논란이 불거진 뒤 개봉한 '무슈 베르두'(http://wolfpack.tistory.com/entry/살인광시대-무슈-베르두)는 미국 흥행에 실패했다. "관객은 개개인으로 보면 좋지만, 군중이 되면 머리 없는 괴물이 되지. 어느 쪽으로든 돌아설 수 있거든"이라는 '라임라이트'의 주인공 칼베로의 대사 속에는 외롭고 지친 채플린의 심경이 그대로 녹아 있다. 그만큼 이 영화에는 늙고 지친 채플린의 눈물겨운 모습이 보인..

살인광시대 = 무슈 베르두

'살인광시대'(Monsieur Verdoux, 1947년)로 알려진 '무슈 베르두'는 찰리 채플린의 작품 중에서도 독특한 작품이다. 변함없이 그가 직접 각본을 쓰고 감독 주연에 작곡까지 한 이 작품은 특이하게도 살인을 소재로 한 코미디이다. 그는 여성들만 골라서 재산을 노리고 위장 결혼을 한 뒤 살인을 저지르는 연쇄살인범의 이야기를 통해 자본주의 사회의 부조리와 문제점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특수한 상황에서는 살인도 희극"이라고 본 채플린은 실제 프랑스의 연쇄살인범이었던 앙리 랑드뤼의 실화를 토대로 이 작품을 만들었다. 원래 원안은 '시민 케인'을 만든 오손 웰즈가 다큐멘터리 스타일의 영화로 기획하면서 채플린을 주연으로 쓰기 위해 제안했다가, 오히려 채플린의 설득으로 5,000달러에 원안을 채플린에게 팔..

위대한 독재자

찰리 채플린이 각본 감독 제작에 주연까지 한 '위대한 독재자'(The Great Dictator, 1940년)는 정치풍자 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주는 걸작이다. 그는 이 작품에서 독일의 독재자로 부상한 아돌프 히틀러와 나치를 대놓고 비웃었다. 대상은 히틀러였지만, 정확하게는 파시즘에 대한 채플린의 증오가 서린 작품이다. 그는 전세계를 전쟁의 공포로 몰아넣는 히틀러를 본능적으로 싫어했고 무솔리니와 함께 싸잡아 비판했다. 단순히 히틀러를 우습게만 그린게 아니라, 실제로 무솔리니와 신경전을 벌이던 역학 관계, 파시즘의 집단 광기를 정확하게 꼬집었다. 무엇보다 실제 히틀러와 흡사하게 억양과 제스처까지 따라한 채플린의 연기를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특히 채플린은 파시즘에 대한 비난의 메시지를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

모던 타임즈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Modern Times, 1936년)는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통렬하게 비판한 걸작이다. 급속한 기계화로 인한 대량 실직, 파업, 부품으로 전락한 노동자들과 이로 인한 도시 빈민의 대량 양산 등을 채플린은 특유의 코미디로 담아냈다. 이 작품의 각본을 쓰고 감독 주연에 작곡까지 맡은 채플린은 평소 "기계는 사람을 이롭게 하는데 쓰여야 한다.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아선 안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따라서 그는 영화 제작 당시인 1930년대 대공황 여파로 미국을 휩쓴 대량 실직과 각종 사회문제를 공평한 부의 분배로 해결하자는 쪽이었다. 즉, 기계화와 자동화로 이윤을 더 많이 올리는 만큼 이를 많은 일자리를 만드는 쪽에 투자해 부의 분배를 가져와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자본에 따른 부..

시티 라이트

찰리 채플린은 위대한 예술가이기도 했지만 제작자로서도 감각이 뛰어난 인물이었다. 1927년 '재즈 싱어'와 1928년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유성영화 바람이 몰아쳤을 때 그는 유독 무성영화를 고집했다. 채플린이 무성영화를 고집한 이유는 한가지, 그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확실히 알았기 때문이다. 그는 팬터마임에 능한 배우였고 롱 테이크를 적극 활용하는 등 독자적인 테크닉을 갖고 있는 감독이었다. 그래서 그는 유성영화가 유행해도 자신이 만든 무성영화가 성공할 것이란 확신을 가졌다. 그 결과 등장한 것이 바로 '시티 라이트'(City Lights, 1931년)다. 떠돌이 부랑자가 꽃을 파는 아름다운 맹인 소녀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내용이다. 그는 부랑자의 맹목적 헌신과 이를 통해 맹인 소녀가 사랑을 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