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맥퀸을 좋아하는 이유는 세상살이 모든 것이 녹아있는 듯한 표정 때문이다. 그의 얼굴은 다면적이다. 때로는 불리한 상황에서도 여유를 부리는 낙관과 절해고도에서 맞닥뜨린 깊은 우울 및 절망, 그리고 인생의 씁쓸함과 고독한 영웅의 강인함까지 그의 얼굴에는 모두 녹아 있다. 같은 이유로 얼굴에 주름이 가득한 찰스 브론슨, 제임스 코번 같은 배우들도 좋아한다. 스티브 맥퀸의 표정 연기가 제대로 녹아 있는 명작이 바로 '신시내티 키드'(The Cincinnati Kid, 1965년)이다. 그가 출연한 '대탈주'나 '황야의 7인' '게터웨이' 같은 액션물이나 '타워링' '빠삐용' 등의 대작은 아니지만 최고의 도박사들이 벌이는 숨막히는 승부의 세계를 다뤘다. 이 작품의 묘미는 절제된 대사 속에 표정 하나로 긴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