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신시내티 키드

울프팩 2012. 8. 9. 11:22

스티브 맥퀸을 좋아하는 이유는 세상살이 모든 것이 녹아있는 듯한 표정 때문이다.
그의 얼굴은 다면적이다.

때로는 불리한 상황에서도 여유를 부리는 낙관과 절해고도에서 맞닥뜨린 깊은 우울 및 절망, 그리고 인생의 씁쓸함과 고독한 영웅의 강인함까지 그의 얼굴에는 모두 녹아 있다.
같은 이유로 얼굴에 주름이 가득한 찰스 브론슨, 제임스 코번 같은 배우들도 좋아한다.

스티브 맥퀸의 표정 연기가 제대로 녹아 있는 명작이 바로 '신시내티 키드'(The Cincinnati Kid, 1965년)이다.
그가 출연한 '대탈주'나 '황야의 7인' '게터웨이' 같은 액션물이나 '타워링' '빠삐용' 등의 대작은 아니지만 최고의 도박사들이 벌이는 숨막히는 승부의 세계를 다뤘다.

이 작품의 묘미는 절제된 대사 속에 표정 하나로 긴장감을 표현해낸 연기와 연출이다.
얼굴만 보면 승패를 알 수 없는 포커페이스의 대가인 두 도박사들이 미세한 눈짓과 옆머리에 흐르는 땀 등으로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절묘하게 묘사했다.

여기에 재즈의 본고장 뉴올리언스를 배경으로 한 만큼 우수에 찬 재즈 음악이 분위기를 돋운다.
특히 막판 엔딩에 흐르는 레이 찰스의 주제가 'The Cincinnati Kid'는 쓸쓸하면서도 호소력 짙은 목소리가 압권이다.

전체적으로 짜임새 있는 연출은 '지붕위의 바이얼린'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등 명작을 줄줄이 만든 노만 주이슨 감독의 솜씨다.
감독이나 배우들 이름 값에 부흥하는 잘 만든 작품이다.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평범한 화질이다.
더러 일부 장면에 세로줄이 나타나고 지글거리는 현상이 보인다.
음향은 돌비디지털 2.0 채널을 지원하며 부록은 없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포착한 장면들>

이 영화는 도박의 세계, 속된 말로 '쪼임'의 미학을 다뤘다.
장례식 마저도 재즈음악으로 흥겨운 뉴올리언스가 배경이다.
위대한 배우 스티브 맥퀸이 주인공 신시내티 키드를 연기. '대탈주' '황야의 7인' '블리트' 게터웨이' 같은 액션에도 강하지만 '빠삐용' '타워링' '토마스 크라운 어페어' 등 드라마에서도 빛을 발했다.
맥퀸은 어린 시절 찢어지게 가난해 범죄를 저질러 소년원도 들락거리고 온갖 궂은 일을 하면서 해병대 복무를 했다. 그의 이런 다양한 경험이 표정과 연기에 스며나와 남다른 느낌을 준다. 그래서 그런지 그는 자신에 대해 "사람들은 초라한 개의 눈 같은 내 눈 속에서 좋은 사람일 것이라는 느낌을 받는 모양"이라고 표현했다. 애연가도 아닌 그는 1980년 폐암으로 50세 나이에 세상을 떴다. 너무 일찍 떠났다.
화면을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철로를 통해 공간의 깊이감과 확장성을 표현한 장면. 구도가 참 좋다.
노만 주이슨 감독은 닭들이 피를 뿌리는 투계장을 통해 도박사들의 승부를 암시했다. 위에서 내려다 본 부감샷이 인상적이다.
노만 주이슨 감독은 상황에 맞게 공간을 채울 줄 아는 예사롭지 않은 연출가다. 마치 무대 디자인을 보는 것 처럼 프레임을 가득 채운 미장센을 선보이는가 하면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에서는 텅 빈 사막을 통해 상황의 절박함을 묘사하기도 한다.
초반 불운했던 스타 앤 마그렛도 등장. 스웨덴 출신으로 카바레에서 노래를 부르던 가수였으나 육감적인 몸매 덕분에 배우로 데뷔했다. 하지만 작품 운이 없어 빛을 못보다가 도색잡지 누드모델로도 등장하는 등 불운한 시기를 거쳤다. 나중에는 연기력도 인정받았으나 아직까지 이렇다 할 작품을 남기지는 못했다.
이 장면, 경탄이 나올 만큼 참으로 인상적이다. 사선으로 드리운 조명 덕분에 얼굴에 깊은 그늘이 뚝 떨어지면서 냉혹한 승부사의 고뇌가 그대로 묻어난다. 그만큼 눈이 깊어 램브란트 조명이 잘 살아난다.
맥퀸과 피말리는 싸움을 벌이는 전설의 도박사는 에드워드 G 로빈슨이 연기. 그는 1950년대 불어닥친 매카시즘 때문에 공산주의자로 몰려 영화계를 떠났다가 이 작품으로 다시 복귀했다.
관중들의 표정도 예사롭지 않다. 웬만한 공포물 못지 않은 표정 속에 음모와 광기와 흥분과 기대가 가득 묻어난다.
음악은 '미션 임파서블'의 유명한 주제곡을 만든 랄로 쉬프린이 맡았다. 딜러를 연기한 칼 말덴은 2009년 97세로 사망.
정면도 아니고 옆머리에 흐르는 한 줄기 땀은 백마디의 대사보다 더한 표현력을 갖고 있다. 원래 이 작품은 폭력미학의 대가 샘 페킨파 감독이 맡았으나 4일 만에 중도하차하고 노만 주이슨으로 바뀌었다.

신시내티 키드
노만 주이슨 감독/스티브 맥퀸 출연
꽃이 있는 식탁
고은경 저
예스24 | 애드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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